재개발과 재건축. 우리에겐 죽음의 카운트다운입니다.
정비 사업 절차가 간소화되고 재건축조합 설립요건 동의율이 낮춰지는 등 2025년 재건축 관련 규제들이 완화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재건축 추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도시는 끊임없이 새 단장을 하기 바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등 떠밀려 떠나야 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부를 얻습니다. 막대한 건축 폐기물을 만들며 생명을 다한 자리 위에 새 건물이 세워집니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 잊혀진 생명이 있습니다. 바로 그곳이 집이자 삶의 터전이었던 길고양이들입니다.
영역 동물인 길고양이가 터전을 잃는 것은 생명 그 자체를 위협받는 것과 같습니다. 재개발, 재건축 소식은 이들에게 죽음의 카운트다운입니다. 큰 소음과 급격한 환경 변화에 예민한 고양이들은 공사가 시작되면 오히려 건물 깊숙이 숨게 되어 생존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동안 캣시민과 여러 동물보호단체들은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고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 높은 해법은 공사 전에 천천히 급식소를 이동하여 진행하는 '서식지 이주'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캣시민이 서식지 이주를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회적 차원의 고민과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많은 이들의 노력 끝에 도시정비 조례가 통과되었지만, 이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에 불과해 실제 시행 여부는 조합과 지자체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제도적 근거의 뒷받침이 절실합니다.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부산 온천냥이 구조단 사업'은 캣시민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이웃들과 조합, 관공서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관심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도시의 경제 부흥과 낡은 건물에 대한 안전을 위한 재개발, 재건축은 분명 필요하지만 이 도시는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서울 최대 재개발 지역인 '한남3구역'의 공사가 2월 26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급식소 갈등, 동물 학대에 이어 재개발까지. 사람의 선택에 의해 당연하게 생사가 결정되는 길 생명 문제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즉각적인 이득을 앞세워 도시를 재배치하는 것이 아닌 공존의 해법을 찾고 생태친화적 도시를 형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길고양이'를 넘어 약자를 위해 협력하고 생명 존엄을 우선시하는 사회를 만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크고 화려한 건물이 아닌, 생명을 품은 따뜻한 도시입니다.
*고보협은 시공사와 조합에 정식 협조를 구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공문 발송을 돕고 있습니다.
해당 도움이 필요할 경우 홈페이지의 불법행위고발 게시판에 문의바랍니다.
*사진출처 ㅣ 보광동 고양이들 @bogwangca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