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보협 구조소식] 저를 살려주세요! 아픈 몸으로 온 힘 다해 소리치던 고양이를 구조했습니다.
지난 겨울, 인천 부평의 한 부품 공장에 낯선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보통 한 지역에서 터를 잡고 오래도록 살아가지만, 이 고양이는 어떤 연유인지 갑작스레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스스로 서식지를 옮겼다 하더라도, 새 환경에도 경계 없이 사람을 잘 따르는 모습을 보여 유기됐을 가능성이 높아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험난한 길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해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아이들과의 영역 다툼에서 밀렸는지 앙상하게 말라갔고, 허피스로 인해 얼굴은 엉망이 되어 사람에 대한 경계심까지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길에서 살아온 고양이에게도 겨울은 혹독한 계절입니다. 하물며 유기되어 병까지 생긴 고양이라면 더더욱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하지만 이 고양이는 생명의 끈을 쉽게 놓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기력없이 말라버린 몸으로, 사람을 향해 눈을 똑바로 맞추며 큰 목소리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절박한 울음 소리에 온 동네 사람들이 나올 정도였고 결국 한 주민이 구조요청을 하였습니다.
구조 현장에서 수많은 위기의 고양이를 만났지만, 이렇게 목청높여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고양이는 처음이었습니다. 마치 ”너무 아파요! 저 좀 살려주세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외치는 듯한, 절박한 발악이었습니다.
구조 직후 병원으로 이동해 진료를 받았고, 심각한 탈수와 빈혈 증세가 확인되었습니다. 눈물과 콧물로 눈과 코는 다 붙어 있었고, 얼굴은 뾰족하게 말라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몸으로 그렇게 큰 소리를 냈는지, 믿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집에서 살던 고양이는 절대 길에서 생활할 수 없습니다. 위험에 대처하는 생존법을 배우지 못했고, 바이러스나 기생충에 대한 면역력도 매우 약합니다. 기존 길고양이들과의 갈등으로 밥자리나 은신처를 확보하기 어렵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어 위험한 상황에 쉽게 노출되기도 합니다. 유기는 고양이에게 곧 사망선고와 다름 없습니다.
다행히 집중 치료와 강한 삶의 의지로 무사히 회복할 수 있었고 스스로를 구해낸 이 똘똘한 아이에게 ‘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퇴원 후 쉼터에 입소한 똘이는 아직 새로운 환경이 낯설지만, 아프기 전 사람을 잘 따르던 아이였기에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듯, 고장난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엉뚱한 모습이 참 애틋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스스로 새로운 삶을 쟁취한 야무진 똘이가 사람에게 다시 마음을 열고, 가족을 만나는 그날까지 협회는 언제나 그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