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고보협을 통해 입양한 루카(턱시도), 아띠(고등어 태비).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했습니다.
몇일전 첫눈을 보던 아이들의 뒷모습은 아름다웠어요. 순수함이랄까.
그리고 공간에 놀러온 꼬마 숙녀가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엄마, 고양이가 여기 있어"라며 온몸을 다해 떨면서
존재를 마주한 순간에 내놓은 탄식과 환희 같은 것을 보며, 또 꼬맹이를 바라보던 고양이 자매의 신기한 눈길을 보며..
(꼬마사람은 첨 봤을테니)
아, 진정한 첫 만남은 저런 것이 아닐까 감동으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여름의 불임수술도 잘 이겨내고, 사료도 잘 먹고, 사람 없는 공간에서 잘 있나 하루 밤 가끔 있어보면 제가 불청객입니다.
밤새 우다다 둘이서 잘 놀고 피곤하면 기대서 잘 자고. 고마웠어요. 녀석들...
마을예술공간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없지 않아서 아이들이 사람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까 걱정했는데,
아띠는 기타를 이빨로 연주도 해서 사람들이 동물농장에 보내라고 신기해하고요.
오빠들(명백히 오빠들에게 주로) 무릎에 척척 올라갑니다.
루카는 슬그머니 조용히 옆에 가 있지만 주로 밥주는 저한테 어리광을 부리며 에웅에웅합니다.
덩치는 큰데 목소리는 에웅에웅이라니..
저에게도 작은 변화가 생겼어요. 여기가 전통시장 근처이고 주택가라 길냥이들이 많아요.
시장 상인회 회장님도 환풍기에서 구조한 풍기를 자신의 매장에서 키우고 계십니다.
두아이를 만나고 시장 근처에 사는 길고양이들에게 마음이 쓰입니다.
저는 오다가다 겨울에도 새끼를 낳는 도시의 길고양이들(측은해요)에게 슬쩍슬쩍 사료를 주고 가는 정도입니다만.
이런 행동을 하게 만든 것은 요 두녀석입니다. 이녀석들도 길에서 태어나 엄마품에서 떨어진 애들이라.
주말 아침 게으름 오전을 반납하고 애들 밥주러 공간으로 뛰어오는 생활 6개월째이지만 욘석들 만나면 피곤함도 잊어버립니다.
내가 뭐라고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이 무조건 반겨 주는 아이들. 누가 저한테 이런 환대와 호의를 보여줄까요.
내 옆에서 살아있는 마지막 날까지 모쪼록 건강할 수 있게, 즐겁게 살아볼랍니다.
사정이 생겨서 아직 고보협 후원회원 신청을 못했어요. 년초에는 꼭!!
그리고 입양후기는 아이들이 성묘가 될 때까지 올리려 했기 때문에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일 듯 싶습니다.
심심할 겨를을 뺏어버린 두아이와 저는 행복합니다.
냥이들과 모두모두 행복하세요.
입양 안내 글 속의 꼬마 루카와 아띠. 아이들 입양 결심하고 매일 매일 이 사진을 봤답니다.
지금도 가끔 봐요. 아유~ 요렇게 작던 녀석들이..
지금은 이렇게 컸어요. 루카는 조용히 와서 노트북과 마우스까지 찰지게 차고 앉아 자기를 만지라고 그릉그릉 합니다.
아띠는 주로 놀자고 아웅아웅하고요. 사냥꾼 같이 날렵하고 어디를 어떻게 낚아채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압니다.
어찌나 날렵한지, 야생이 마구마구 느껴져요. 저런 소녀의 얼굴로... 사냥꾼이 됩니다.
첫눈 오던 날 흰 눈을 보며 한참 창가에 앉아있던 두아이. 생전 처음 본 희눈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하던군요.
저는 두아이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며 신기하지? 나도 신기해라며 키득키득..
아래 사진은 다이어트 시작전이라 조금 뚱뚱~ 지금은 운동도 많이 하고 밥도 조절해서 살이 조금 빠졌어요.
여전히 자매는 우두다 싸우기도 하고 장난도 치지만 서로를 깊이 의지하고 항상 같이 있습니다.
경쟁하면서도 서로 없어서는 안될 두 소녀. 오래오래 건강하자~ 사랑한다 얘들아.
내내 바빠서 애들 태어난 곳에 못가봤는데, 이제 좀 한가해져서 모르는 척 슬쩍 가볼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