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서울시 용산 동물 보호소에서 폐사한 2마리의 고양이가 조류 인플루엔자(이하 AI)에 감염되었다는 것이 유전자 분석 검사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유전자 분석 결과 해당 바이러스는 고병원성 H5N1 조류 인플루엔자로 밝혀졌으며, 이후 서울시는 서울시 동물보호시설에 있는 개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정밀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서울시 동물보호시설에 소속된 102마리는 7월 28일 모두 음성임이 확인되었습니다.
7월 31일, 관악구 소재 동물 보호소의 고양이 1마리가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회적으로 더욱 큰 파장이 일어났습니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전 지역에서 감수성 동물 정밀검사(PCR)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사설 보호소 등 동물보호시설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시행하였습니다. 이후 8월 3일까지 기존에 AI 양성이 확인된 용산구 동물보호시설에서 5마리, 관악구 동물보호시설에서 4마리가 각각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서울시를 넘어 전국의 보호소 및 고양이 쉼터에 전수 조사가 통보되었고, 강제적으로 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강제적인 조사 과정에서 충남 보령의 한 고양이 쉼터에서 3개월령의 허피스를 앓고 있었던 자묘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광명의 한 쉼터에서는 사지 마비를 앓고 있었던 4개월령 환묘가 검사를 받고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8월 2일, AI가 발생한 보호소에서 보관 중이었던 업체 ‘네이처스로우’에서 생산한 ‘밸런스드 덕’ 제품에서 AI H5 항원이 검출되었습니다. AI 감염이 확인된 용산구 소재의 보호소와 관악구 소재의 보호소 모두 해당 제품을 먹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AI 감염의 원인 역시 AI에 감염되었던 해당 제품의 원육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동물보호시설을 대상으로 한 전수검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전국의 보호소 및 고양이 쉼터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생식이 원인이었던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길고양이까지 조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전염병 발생 시 원인 파악을 위한 전수 조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나 감염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었던 상황에서 곧바로 전국 각지의 보호소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시행한 것이 올바른 대처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쉼터와 보호소에는 특성상 수많은 환묘가 함께하고 있어, 대부분 외부인의 방문은 물론 외부와의 접근을 최소화합니다. 또한 보호소 간의 교류도 극히 적습니다. 이러한 쉼터와 보호소의 특성을 이해했다면, 전국 보호소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하기 전 AI 감염 사례가 나온 두 곳의 보호소에서 먼저 정확한 검사와 원인 파악을 마쳤어야 합니다.
특히 이번 검수 조사는 동물단체 및 기타 사설 보호소에 집중하여 진행되어 더욱 의문입니다. 외부자의 방문이 잦고 환경이 청결하지 못한 번식장, 경매장, 동물 전시 체험 시설 등은 배제된 채 오직 동물단체 및 민간 보호소에만 진행된 이번 전수조사를 보면, 빠른 시일 내에 형식적인 조사를 마치기 위해 비교적 조사를 요청하기 쉬운 보호소만을 대상으로 무리하게 전수 조사를 진행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8월 17일부로 고양이 전수조사를 종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8월 22일에는 21일간 추가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 서울 용산구 및 관악구의 방역지역 내 이동제한이 해제되었습니다. 보호소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는 종료되었지만, 강제적인 전수조사 중 희생되었던 아이들, 그리고 이번 사건과 관련이 거의 희박하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무작위로 포획되어 검사를 받은 길고양이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원인 파악도 마치기 전 진행된 전수 조사로 인해 수많은 환묘를 돌보고 있는 전국의 보호소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으며, 무리한 검사로 목숨을 잃은 고양이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일부 동물병원의 경우 AI의 확산을 우려하며 보호소나 길고양이들의 진료를 거부하기도 해 생명이 위태로운 환묘가 검진을 받지 못하는 상황마저 발생했습니다.
이에 협회에서는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가금류, 농장동물 외 다른 동물들이 AI에 감염되었을 경우에 대한 대처 및 확실한 방역지침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또한 AI에 감염된 생육이 시장에 유통되었다는 점과 해당 생육이 반려동물 사료로 사용될 수 있었던 점을 철저히 조사하여, 추후 이런 일이 없도록 반려동물 식품 부분에 있어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AI 사태로 가장 피해를 입은 것은 고양이들입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먹은 사료로 인해 AI에 감염되고, 감염되었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당한 아이들.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전수조사를 버텨야 했던 전국 보호소의 아이들과 무작위로 포획되어 조사를 받은 길고양이들까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 사건의 AI 오염원을 찾는 역학조사가 모두 종료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