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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뚱보의 부고 소식을 전합니다.

 

8년 전인 2015, 뚱보는 자신의 영역에서 굳세게 살아가고 있던 대장 고양이였습니다. 그러나 뚱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재개발이 시작되었고, 뚱보는 한 순간 평생 살아온 터전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협회에서는 우선 갈 곳을 잃어버린 뚱보와 친구들을 8마리를 구조한 후 이주 방사 계획을 세웠고, 안정된 밥자리를 제공하고 아이들이 잘 적응했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협회 쉼터 근처로 이주를 진행하였습니다.

 

평생 살아온 터전을 떠나왔지만, 다행히도 뚱보는 새로운 영역에 잘 적응해 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새로운 터전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뚱보와 힘찬이 등 네 친구는 잘 정착하여 쉼터 마당에 마련된 밥자리에 늘 찾아와 주었답니다. 뚱보와 친구들을 위해 마당에 놓아준 숨숨집도 잘 사용해주어서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릅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다리가 짧았던 뚱보는 담을 잘 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늘 문 앞에 앉아 활동가들이 출근하기를 기다리곤 했어요. 활동가들을 보며 쉼터 문을 열어달라고 조르고, 마당 안팎을 오가며 지내곤 했습니다. 근처 학교에 놀러가 등교하는 학생들을 구경하고, 신나게 귀여움을 받고 돌아오기도 하던 뚱보. 사료와 간식을 먹으며 매서운 겨울도 몇 번이나 이겨내 주었답니다.

 

터전을 옮긴 후에도 서로 의지하며 꿋꿋이 버텨주던 4총사. 그러나 나이가 들며 2마리는 먼저 별이 되었고, 2년 전 뚱보와 함께 대장 고양이 노릇을 하던 힘찬이마저 종양으로 별이 되었습니다. 힘찬이가 떠난 후로도 뚱보는 마당 밥자리에 찾아오는 친구들과 마당을 지켜 주었지만, 뚱보와 뚱보의 친구인 챱챱이도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뚱보와 챱챱이의 회복을 위해 쉼터 입소를 결정하였습니다.

 

신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하였던 뚱보는 송곳니 쪽 잇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심한 구내염 역시 앓고 있었습니다. 발치 치료를 미루고 먼저 신부전 치료와, 허피스 치료를 받았던 뚱보, 쉼터로 돌아온 후에도 허피스, 빈혈, 신부전 등 많은 약을 처방받아 먹어야 했습니다. 함께 입소한 챱챱이가 먼저 별이 된 후에도 뚱보는 오전, 오후로 약을 먹고, 40ml씩 수액을 맞아야 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견뎌 주었습니다. 허피스로 인해 혼자 격리된 방에서 생활하면서 외로울 때에는 격리문 밖을 보며 애처롭게 울던 뚱보. 그런 뚱보를 위해 활동가들은 방에 들어가 빗질을 해주기도 하고, 약이 먹기 싫다고 도망 다닐 때 머리를 만져주며 달래 주기도 했답니다.

 

오랜 치료를 굳세게 버텨주던 사랑스러운 뚱보. 약도 열심히 먹고, 수액도 잘 맞아주던 뚱보였지만 결국 725, 별이 되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사랑하는 뚱보가 고양이별에서는 부디 먼저 떠난 친구들과 재회해 아픔 없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뚱보가 쉼터에서 치료받으며 지낼 수 있도록 뚱보의 묘생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재개발은 많은 고양이들의 터전을 앗아갑니다. 길고양이들의 영역 보존이나 생존에 대한 고려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되어, 길고양이들이 영역을 모두 잃고 생존에 위협을 받는 일이 잦습니다. 길고양이 돌봄 시민들이 밥자리를 이동하거나, 재개발 지역에 쉼터를 열어 보호하기도 하지만 재개발 지역의 모든 고양이를 도울 수는 없습니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이주 방사를 해도 다시 재개발 중인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가 버리는 경우도 있어, 터전을 옮기는 것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사람이 모두 떠난 재개발 지역에 남은 길고양이들은 먹을 것도, 마실 것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 방치됩니다. 무너지는 건물 잔해를 피해 늘 도망 다니고, 영양 부족에 시달리며 어떻게든 살기 위해 돌아다니는 작은 생명들. 부디 재개발 지역 고양이들이 뚱보와 친구들처럼 터전을 잃고 고통 받지 않도록, 재개발 지역의 고양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고보협 #고보협_쉼터 #뚱보야_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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