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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보름이의 부고 소식을 전합니다.

 

 

보름이는 길에서 살던 친구였습니다. 사람을 피하고 싶었는지, 배가 고팠는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창고에 들어가 그대로 갇혀버렸던 보름이. 협회에서는 그런 보름이를 구조하고 치료 및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였습니다. 본래 살던 곳에 방사할 계획이었지만, 제자리 방사를 진행하기에 보름이가 살던 곳은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았습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천천히 시간을 들여 활동가의 밥자리로 이주 방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다행히 보름이는 새로운 밥자리에 잘 적응해 주었고, 인근에 있던 빌라 앞에 영역을 잡고 지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빌라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은 그런 보름이를 위해 라면 박스를 놓아주었습니다. 보름이는 그 박스를 집이라고 생각했는지, 항상 박스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그 박스를 마련해 준 주민의 집에 들어가고 싶었던 보름이는 늘 주민의 집 앞에서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추운 겨울, 보름이는 문 앞에 쓰러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코는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그대로 얼어 코까지 차가웠던 보름이. 즉시 병원으로 이동하여 급히 치료를 받았고 보름이는 회복할 때까지 쉼터에서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날이 따뜻해지면 조금씩 몸 상태가 나아질 거라는 기대와 다르게, 보름이의 건강은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정밀검사 결과 보름이는 만성 부비동염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보름이의 코 농 안에는 심한 바이러스성 균이 있었고, 그 균이 보름이의 면역력을 공격하고 있어 체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꾸준히 관리해주지 않으면 만성 부비동염으로 코뼈가 녹아내리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협회는 재방사를 포기하고 보름이의 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보름이의 치료는 쉽지 않았습니다. 콧속 농을 뚫기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하고, 만성 허피스로 하루에 2번 부비동염과 허피스 약을 먹어야 했습니다. 또한 보름이가 조금이라도 편히 숨을 쉴 수 있도록 네뷸라이저 치료도 매일같이 진행하였습니다.

 

 

지내던 환경과 너무나 다른 쉼터에 적응하지 못한 보름이는 늘 숨숨집에 숨어 활동가들을 경계하며 지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용감한 보름이는 치료와 돌봄을 받으며 천천히 활동가들과 쉼터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마음을 활짝 열어준 보름이는 활동가의 곁에 있으면 기분이 좋은지 뒹굴고, 손만 살짝 대도 예쁘게 골골 소리를 들려주는 애교쟁이가 되었답니다. 궁디팡팡을 좋아해서 엉덩이를 팡팡해주면 엉덩이를 한껏 올리고 더 해달라고 조르곤 했습니다.

 

 

그러나 꾸준한 치료와 돌봄에도 불구하고 보름이의 상태는 점차 나빠져만 갔습니다. 요독증으로 인한 식욕부진까지 생기며 잦은 내원과 입원을 반복해야 했던 보름이. 심장, 신장 수치는 좋아졌다가도 다시 나빠지기를 반복했고, 심한 빈혈로 자주 조혈 촉진제를 맞아야 했습니다. 결국 내원하고 입원 치료를 받으며 고생하던 보름이는 쉼터 활동가의 집에서 임시 보호 하며 보살핌을 받게 되었습니다. 몸 상태가 더욱 나빠져 하루하루가 힘들었겠지만 보름이는 활동가의 보살핌을 받고, 새로운 고양이 친구와 따뜻한 우정을 나누며 잦은 병원 방문과 치료도 꿋꿋이 버텨 주었습니다.

 

 

활동가의 정성스러운 보살핌 속에 아픈 몸으로도 오랫동안 건강하게 버텨준 보름이었지만, 오랜 치료 끝에 결국 보름이는 별이 되어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임시보호지만 보름이의 마지막 보금자리가 되어준 곳에서, 따뜻한 활동가의 품속에서 지구별 여행을 마친 보름이. 지속적인 약 복용과 치료, 잦은 내원에도 씩씩하게 버텨주었던 사랑하는 보름이가 부디 고양이별에서는 아픔 없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보름이가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숨 쉬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도록, 보름이의 묘생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보름이를 임시보호하며 병간호를 진행하고, 사랑으로 마지막을 함께해주신 활동가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고보협 #고보협_쉼터 #보름아_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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