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적극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협회 입장을 알리고, 이 사건의
본질을 열심히 알려 보아도
아랑곳없이 입맛대로 마구 생산되는 뉴스기사, 방송보도를 보며
대한민국 언론이 이렇게도 그저 '이슈'에 목숨을
걸었나 싶습니다.
'MBC 뉴스'에서는 도둑고양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캣맘들과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일부 주민들의 갈등사례를
들어 감정의 골을 키우는 내용으로 방송을 구성했고,
그 외의 많은 언론들도 수사상황이나 가해자의 행위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피해자의
생전 행동(캣맘 활동)을 파헤쳐 사건과 결부시키려는 것에 더 많이 집중하고 그러한 보도들을 연일 쏟아내왔습니다.
이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기에 본 글을 적습니다.
지금 온라인 상에 떠도는 '캣맘, 길고양이 혐오' 관련 글들은
대다수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소위 '일베'에서 발췌한것들입니다.
정말 그 글들의 작성자들은 본인이 주장하듯 길고양이나
캣맘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이 있을까요?
물론 일부 관리능력 부족 캣맘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들로 인한 불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문제해결을 위한 서로간의 노력이 필요하고
대화가 그 첫번째 방법이라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 상식입니다.
캣맘과 길고양이를 혐오하며 자신의 피해를 나열하는 글에는
본인이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정상적인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고,
갈등해결은 커녕 더 부추기는 폭력행위를 한 사실만이 자랑인듯 적혀있습니다.
방송 인터뷰에서 길고양이가
가만히 있는 자신에게 달려들어 위협을 느꼈다 라는 말을
마치 피해자의 말처럼 내보내는 뉴스,
(길고양이, 특히 한국의 길고양이는
사람이 먼저 위협하지 않는 한
절대 먼저 공격하거나 달려드는 행동을 하지않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길고양이를 주민들이 함께
공동돌봄 하며 공동체의 화목을 다지거나
주택가 골목에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동네 마스코트로 자리 잡은 길고양이와 같은 긍정적인
사례는
단 한건도 소개하거나 취재시도 조차 하지않는 방송,
이번 살해사건 관련, 사람을 벽돌 던져 죽인 그 반인륜적 행위를
조명하는 게 아니라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이 옳냐 그르냐를 여론조사하여 엉뚱한 프레임을 설정하는 신문,
마치 일부 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들이 대한민국 대다수를 차지 하는 것처럼 취재하고,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언론들의 방식에 화가
납니다.
길 위의 작은 생명에게 온정을 베푸는 시민의식에는 포커스를 두지 않고
내 피해만 급급해하며 성토하는 이기주의와
그것을
받아적으며 갈등구도를 만드는 언론에 할말을 잃습니다.
작은 사례 하나 소개합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회원의 유학 간
아들이 발표회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우리 엄마 직업은 캣맘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고양이들을 돌보시며 밥을
주십니다.
사료를 직접 사서 항상 건강을 챙깁니다."
발표가 끝나자 선생님과 학생 모두가 박수를 치며
정말로 헌신하는 마음과
자기 희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고퀼리티 봉사라는 칭찬이 이어졌습니다.
길고양이에게 밥 주지 말고 모조리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큰 사회,
아니면 위 사례처럼 봉사하는 행동과 그 마음 자체를 인정하는 사회,
두 사회의 모습이 부끄럽게
오버랩됩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사회가 작은 생명도 존중할줄 알고
구성원 간에 불편함과 피해가 생겼을
때 대화와 양보로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할 줄 아는
성숙하고 여유가 있는 사회이길 바랍니다.
많은 캣맘 교육을 진행하면서 교육을 마칠
때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소원이 무엇인가요?"
캣맘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눈치 안보고 하루만이라도 마음 편히 길냥이를
돌보고싶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내가 별난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배고픈 동물들에게 내 것을 나눠줄 수 있는,
그것이 지금처럼
혼나고 욕먹을 일이 아닌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인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 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모든 언론에 당부합니다.
캣맘활동이 생태계를 교란한다,
길고양이
번식에 앞장선다,
더러운 기생충을 퍼뜨린다 등
조금만 알아보면 오해일 뿐인 저러한 내용들 몇가지로 마치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캣맘을
이해 못하고 있으며,
폭력행위의 책임이 캣맘활동에 있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조장하지 마세요.
언론은 흥미있는 '이슈'만 만들어 당장
관심을 끌면 그만이겠지만
언론의 영향력이 어마한 이 대한민국에서
그런 기사와 방송으로 인해 캣맘들과 길고양이들이 겪어 온 수모와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앞으로도 얼마나 더 당해야 할지 잠시 생각이라도 해본 적 있습니까.
아래 사례를
참고해주십시오.
[사례 1]
고보협 회원이 사는 용인시의 한 아파트.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며 낮과 밤, 새벽 할것
없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항의하는 주민부부가 있었다.
욕설은 기본, 침을 뱉고, 길고양이 밥그릇에 오줌까지 누며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지칠
정도의 항의가 이어져
결국 길고양이 급식에 대한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결과는 그 부부를 제외한 모든 표가 찬성.
그럼에도 그
캣맘주민은 압도적인 주민찬성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폭력성 항의로 결국 길고양이 급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례 2]
올해 '서울시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 시행장소로 '보라매 공원'이
선정되었다.
서울시의 그 사업에는 우리 한국고양이보호협회가 함께 하기로 했기에
급식소 설치 진행에 앞서 공원 관리사무소에
방문했다.
그런데 관리소 직원 중 한 분이 개인적으로 길고양이를 싫어한다며
급식소를 설치하면 공원 이용자들이 거의 다 싫어할 것을 이유로
설치를 막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공원 이용자들을 상대로 일주일간 설문지를 나눠주며 여론조사를 하였고,
그 결과 설문에 응한
일반시민 250명 중에
'길고양이가 너무 싫고 급식소 설치하지 말아야한다'고 답한 사람이 0.8%(2명),
'관심없다' 10%로,
둘을 제외한 나머지 약 90%에 달하는 찬성률이 나왔다.
찬성의 이유에는 '길고양이도 생명이다, 공원이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위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싫어하고 반대하는 쪽이 더 강성에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마치 많은 이들을 대변하는 것 같아보이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길고양이의 삶과
캣맘의 활동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론에 반드시 짚어주어야 할
또한가지,
Victim Blaming!!
(피해자 비난 또는 피해자 책임전가)
가령 성추행을 당한
피해여성에게
그러길래 왜 짧은 치마를 입고 돌아다녀 라고 비난하거나,
가난한 사람이 너무 게을러 일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받는 그런
경우를 말하는 용어입니다.
이번 용인 벽돌 살인사건에서 보이는 많은 언론의 행태는
Victim Blaming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벽돌로 끔찍하게 살해당한 사건을 두고
길고양이를 돌본 피해자의 책임인냥 보도되고,
심지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의 찬반을 묻고,
'캣맘 vs 반대주민' 구도로 서로 헐뜯는 양상을 조장하는,
본분을 잊고 Victim
Blaming에 앞장서는 대한민국의 언론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언론들은 전국의 캣맘들 뿐
아니라
돌아가신 고인까지 욕되게 하는 보도를 당장 중단해주십시오.
더이상 사건의 본질을 흐리지 말아주십시오.
해당되는 기사와
방송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적극 대응하겠습니다.
14.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 우리 모두 힘내야겠어요 . 내가 보살피는 고양이가 피해를 당할까바 , 큰 소리를 못 내고 따지지도 못하고 언제나 웃어면서 대응하는 모든 캣맘 캣대디님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