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고양이

호관이, 대량투척합니다. ^^

by 호관이 posted Apr 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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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후 입양 준비하며 임보중이던 호관이가 입양되었습니다.


저희에게... ^^;;;


호관이와 저희의 기나긴 이야기, 시작합니다. 사진을 많이많이 올리려다 보니, 크기가 작아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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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보협에 처음 올렸던 사진입니다. 이 사진 보시고 가출냥이거나 유기묘인 듯하다고 말씀하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얼마 후 유기묘라는 소문을 들었고, 안그래도 영역 뺏기고 쫓겨다니던 녀석인지라, 구조를 결심했습니다. 구조는 수월했습니다. 지발로 이동장으로 들어가주신 덕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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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원병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검사와 목욕을 마치고 데려왔더니 소파 밑에서 세시간만에 나와 30분을 꾹꾹이, 쭙쭙이, 골골이를 하고 그대로 소파에서 뻗었더랬습니다. 그로부터 2박 3일을 먹고 자고만 했습니다. 얼마나 고단했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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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경력은 없어도 발정은 겪었을 거라는 말씀에, 무리가 될 줄 알면서도 서둘러 불임 수술을 강행했습니다. 짜식... 집에서 케어할 수가 없어서 입원까지 시켰더니만 집에 와서는 아주 떨어지려고 하질 않아서 애먹었습니다. ^^;;; 그리고 드디어 쩍벌냥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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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력서 프로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좋아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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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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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취미가 생겼습니다. 소파에 던져둔 이불 속에서 숨어숨어 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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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렵,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거만냥이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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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침냥인 건 진작 알았지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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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희는 예감합니다. 우리 아기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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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아기도, 화분 하나도 키워본 적 없는 저희의 (당시) 임보냥이를 보러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특히 예쁜 언니를 좋아하는 호관이는 예쁜 "언니"까지는 안돼도 예쁜 "아줌마"이기는 한 제 친동생에게 저런 아름다운 표정을 선사해서 아주 혼을 빼놨습니다.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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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여기가 인간의 집이 아닌 고양이의 집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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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소파를 요염하게 점령하고 앉아서 아빠가 바닥에 쭈그려 앉아 호관이를 우러러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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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봄을 맞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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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고보협 장터에서 마구마구 사들이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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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관이는 평화, 그 자체가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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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희귀샷도 선사해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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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채셨나요? 호관이는 아주 독특한 오드아이입니다.


길에서 처음 호관이의 눈이 다른 고양이와 다르다는 걸 알았을 때, 혹시 문제가 있는 건지 정말 놀랐습니다. 효원병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다 해달라고 말씀드렸을 때, 눈 검사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효원병원 선생님들의 검사 결과, 눈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아마도 독특한 형태의 오드아이인 모양이라고 하셨습니다.


저 사진을 찍었던 날, 저의 멘토인 2묘 집사 친구가 와있었습니다. 30여년 인생 동안 그 친구 곁에 반려동물이 없었던 적이 없는 친구지요. 이 친구가 호관이 눈을 보고 깜놀해서 묻습니다. "오드아이야?" "그렇대." "이건 홍체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가 아니잖아!!! 아예 동공이 회색이잖아!!!!!" "응." "...... 얘 진짜 매력적이다!!!!!!!!!" 이 친구, 호관이 구조 일주일 전에 심사숙고끝에 입양한 아깽이 두녀석 아니었으면 호관이를 데려갔을 친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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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각방(읭?)을 씁니다. 저는 신경이 예민하고, 남편은 직장에서 퇴근, 집으로 출근해서 새벽까지 일을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남편방에는 책상과 침대가 있고, 호관이가 출입할 수 없는 방은 안방과 남편방, 둘이었습니다.


어느날, 술을 진탕 쳐잡숫고(읭??) 오신 남편이 실수로 자기방 문을 열어놓고 잔 것입니다. ^^ 눈을 떠 보니 호관이가 남편과 코를 맞대고 자고 있더랍니다.


그날로 아토**라는 침구 청소기를 사고, 남편방이 호관이에게 개방되었습니다. 그러더니 호관이는 아빠쟁이가 됐습니다. ^^;;;


호관이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성인 남자를 무서워하지요. 아빠는, 호관이가 좋아하는 유일한 커다란 인간 남자입니다. 제가 보기엔 커다란 고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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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사랑스러워집니다. 문제는... 이 사진을 보고선 "요염하도닷!!!"이라며 침을 흘리는 변태 친구들이 넘 많다는 것이랄까요...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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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호관이를 마사지해주는 걸 좋아하고, 호관이는 아빠에게 마사지받는 걸 좋아하면서... 아... 이건... 운명이다...라고... 체념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2012년 4월 26일에 호관이는 우리의 아이가 되었습니다.


남아있는 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해가는지 계속 보고하겠습니다. 같은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밖에 나가면 죽는 줄 알아서 밖을 보는 것조차 싫어하던 호관이입니다. 지금도 밖에 나가면 죽는 줄 압니다. 하지만 밖을 보는 건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베란다에는 혼자 못나가고 엄마가 같이 나가야 하지만, 드디어 광합성냥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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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관이에게는 학대의 흔적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식탁이나 싱크대 위에서 무슨 냄새가 나도 절대로 식탁과 싱크대에는 접근하지 않는다든지, 노트북 자판을 깔고 앉는다든지, 책상 위에서 뭘 떨어뜨린다든지... 그런 고양이가 저지를 만하다고 생각되는 말썽들을 전혀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게 얌전하다, 수월하다고 마냥 좋아하게 되질 않습니다.


먹는 것보다 노는 걸 더 좋아하는 놀탐 대마왕 호관이가 좀 더 뻔뻔한 고양이가 되길 바랍니다. 아빠 책상 위에서 서류를 마구 찢어놓고, 엄마가 날 보지 않는다고 노트북 화면을 가려버리는, 그런 말썽쟁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호관이가 드디어 모든 상처를 씻었다는 생각(착각?)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임보하다 보면 정들어 못보낼 거라고 저주(읭???)해주신 혹채와 새치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