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후 입양 준비하며 임보중이던 호관이가 입양되었습니다.
저희에게... ^^;;;
호관이와 저희의 기나긴 이야기, 시작합니다. 사진을 많이많이 올리려다 보니, 크기가 작아졌습니다. ^^;;;
고보협에 처음 올렸던 사진입니다. 이 사진 보시고 가출냥이거나 유기묘인 듯하다고 말씀하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얼마 후 유기묘라는 소문을 들었고, 안그래도 영역 뺏기고 쫓겨다니던 녀석인지라, 구조를 결심했습니다. 구조는 수월했습니다. 지발로 이동장으로 들어가주신 덕에... ^^;
효원병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검사와 목욕을 마치고 데려왔더니 소파 밑에서 세시간만에 나와 30분을 꾹꾹이, 쭙쭙이, 골골이를 하고 그대로 소파에서 뻗었더랬습니다. 그로부터 2박 3일을 먹고 자고만 했습니다. 얼마나 고단했던 것인지...
출산 경력은 없어도 발정은 겪었을 거라는 말씀에, 무리가 될 줄 알면서도 서둘러 불임 수술을 강행했습니다. 짜식... 집에서 케어할 수가 없어서 입원까지 시켰더니만 집에 와서는 아주 떨어지려고 하질 않아서 애먹었습니다. ^^;;; 그리고 드디어 쩍벌냥이 되었습니다. ^^
드디어 이력서 프로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좋아졌습니다. ^^
그리고 이렇게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
새로운 취미가 생겼습니다. 소파에 던져둔 이불 속에서 숨어숨어 놀이. ^^;;;
이무렵,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거만냥이었습니다. =_=
새침냥인 건 진작 알았지만... >_<
그리고 저희는 예감합니다. 우리 아기일 거라고...
인간 아기도, 화분 하나도 키워본 적 없는 저희의 (당시) 임보냥이를 보러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특히 예쁜 언니를 좋아하는 호관이는 예쁜 "언니"까지는 안돼도 예쁜 "아줌마"이기는 한 제 친동생에게 저런 아름다운 표정을 선사해서 아주 혼을 빼놨습니다. ㅡ_ㅡ
그리고 드디어 여기가 인간의 집이 아닌 고양이의 집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아빠 소파를 요염하게 점령하고 앉아서 아빠가 바닥에 쭈그려 앉아 호관이를 우러러보게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봄을 맞이했습니다.
엄마는 고보협 장터에서 마구마구 사들이고 있구요...
호관이는 평화, 그 자체가 되어갑니다.
이런 희귀샷도 선사해 주고...
눈치 채셨나요? 호관이는 아주 독특한 오드아이입니다.
길에서 처음 호관이의 눈이 다른 고양이와 다르다는 걸 알았을 때, 혹시 문제가 있는 건지 정말 놀랐습니다. 효원병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다 해달라고 말씀드렸을 때, 눈 검사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효원병원 선생님들의 검사 결과, 눈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아마도 독특한 형태의 오드아이인 모양이라고 하셨습니다.
저 사진을 찍었던 날, 저의 멘토인 2묘 집사 친구가 와있었습니다. 30여년 인생 동안 그 친구 곁에 반려동물이 없었던 적이 없는 친구지요. 이 친구가 호관이 눈을 보고 깜놀해서 묻습니다. "오드아이야?" "그렇대." "이건 홍체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가 아니잖아!!! 아예 동공이 회색이잖아!!!!!" "응." "...... 얘 진짜 매력적이다!!!!!!!!!" 이 친구, 호관이 구조 일주일 전에 심사숙고끝에 입양한 아깽이 두녀석 아니었으면 호관이를 데려갔을 친구입니다. ^^;
저희 부부는 각방(읭?)을 씁니다. 저는 신경이 예민하고, 남편은 직장에서 퇴근, 집으로 출근해서 새벽까지 일을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남편방에는 책상과 침대가 있고, 호관이가 출입할 수 없는 방은 안방과 남편방, 둘이었습니다.
어느날, 술을 진탕 쳐잡숫고(읭??) 오신 남편이 실수로 자기방 문을 열어놓고 잔 것입니다. ^^ 눈을 떠 보니 호관이가 남편과 코를 맞대고 자고 있더랍니다.
그날로 아토**라는 침구 청소기를 사고, 남편방이 호관이에게 개방되었습니다. 그러더니 호관이는 아빠쟁이가 됐습니다. ^^;;;
호관이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성인 남자를 무서워하지요. 아빠는, 호관이가 좋아하는 유일한 커다란 인간 남자입니다. 제가 보기엔 커다란 고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나날이 사랑스러워집니다. 문제는... 이 사진을 보고선 "요염하도닷!!!"이라며 침을 흘리는 변태 친구들이 넘 많다는 것이랄까요... ㅡ_ㅡ+
아빠는 호관이를 마사지해주는 걸 좋아하고, 호관이는 아빠에게 마사지받는 걸 좋아하면서... 아... 이건... 운명이다...라고... 체념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2012년 4월 26일에 호관이는 우리의 아이가 되었습니다.
남아있는 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해가는지 계속 보고하겠습니다. 같은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밖에 나가면 죽는 줄 알아서 밖을 보는 것조차 싫어하던 호관이입니다. 지금도 밖에 나가면 죽는 줄 압니다. 하지만 밖을 보는 건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베란다에는 혼자 못나가고 엄마가 같이 나가야 하지만, 드디어 광합성냥이 되었습니다.
호관이에게는 학대의 흔적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식탁이나 싱크대 위에서 무슨 냄새가 나도 절대로 식탁과 싱크대에는 접근하지 않는다든지, 노트북 자판을 깔고 앉는다든지, 책상 위에서 뭘 떨어뜨린다든지... 그런 고양이가 저지를 만하다고 생각되는 말썽들을 전혀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게 얌전하다, 수월하다고 마냥 좋아하게 되질 않습니다.
먹는 것보다 노는 걸 더 좋아하는 놀탐 대마왕 호관이가 좀 더 뻔뻔한 고양이가 되길 바랍니다. 아빠 책상 위에서 서류를 마구 찢어놓고, 엄마가 날 보지 않는다고 노트북 화면을 가려버리는, 그런 말썽쟁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호관이가 드디어 모든 상처를 씻었다는 생각(착각?)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임보하다 보면 정들어 못보낼 거라고 저주(읭???)해주신 혹채와 새치님, 감사합니다. ^^
호관이 드라마 한편 정말 재밌게 잘봤습니다~~ㅎㅎ
너무재밌고, 흐믓하고, 행복해지는 드라마네요~
호관이 너무이쁩니다...표정이 더이쁜것같아요~~
가족분들 모두 호관이와 내내 행복하시고 ,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