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가면 늘 만나던 그래이를 못만난지 6일째...
공원근처에 사는 외출냥이도 집나간지 열흘째라고 전단지 붙여있는 뒤숭숭한 가운데...
혹시나 하고
동물보호관리 시스템에도 들어가보고
어저께는 아침저녁으로 모기에 뜯기면서 그래이를 만나려고 공원을 서성였더랬어요.
코코녀석만 쪼르륵 달려나와서 부비 대는걸...
코코녀석에게 눈을 맞추고 부탁했죠.
그래이가 어떻게 된거니? 아줌마가 너무 걱정되니 내일은 꼭 연락해서 같이 오거라~
그리고 밤에 자기전에...기도에 인색한 내가...성호경까지 그어가면서
짧은 기도 올리고 걱정하다 잠이 들었어요.
그렇게 다시 아침이 밝아오고
당뇨 합병증으로 두눈이 먼 우리 강아지 제니를 데리고 공원행을 했답니다.
와우!! 거짓말같이 코코랑 그래이가 같이 있네요. ㅎㅎㅎ
그래이야~~~~~~ 탄성이 나왔어요.
여직껏 2년 반동안 6일동안이나 안보인건 처음이라 내심 어디가서 죽었나 했거든요.
반가운 마음에 맛난것 마구 챙겨먹이고
벤치에 앉아 땀좀 식히고 있는데..
'츄리닝속 손 할배" 께서 다가오십니다.
아기 고양이가 죽어가고 있으니 가보라네요.
뛰어가보니....제 밥을 얻어먹던 삼색이가 낳은 아가네요.
아가가 아가를 낳아서 너무 걱정이었는데..그간 두마리를 정성스레 잘도 키워놔서 대견하다 했거든요.
근데 그중에 한마리가...제가 걸어다니는곳 ....눈에 띄이는 계단 중간에 떡하니 쓰러져있는거에요.
인정하고 싶지않았지만... 제눈으로 봐도 범백이 아닐까 싶었네요.
순간... 우리 애들보다 삐용이가 걱정이 되었어요.
삐용이 내새끼도 아닌데? 삐용이 접종은 했다지만 아직 아가인데?
그래도 어찌됐건 들고갔던 비닐에 잘 싸서...병원으로 달려갔답니다.
검사결과 범백이었구요. ㅠㅠㅠ
죽은것같이 미동도 없던 아가가...고개를 살짝 들어 저를 쳐다봅니다. 한참이나...
인간의 손이 따뜻하단걸 오늘 처음 알았을까요?
인간의 목소리가 자기를 걱정해주면서 슬프게 변하는걸 오늘 처음 알았을까요? ㅠㅠㅠㅠ
개떡같은 길냥이 삶이라고 혼자 주절거려봤습니다.
수액맞고...입원시키고 와서...두세시간 지나 ...병원서 연락왔네요.
아이가 갔다구요.
갈때부터 상황이 너무 안좋아서 기대도 못했지만... 매번 아이들 보내는건
기운빠지고 삶이 징글징글하고 공허해집니다.
휴우!!
눈가에 맺히는 눈물몇방울 훔치고...
공원에 파묻어줄까하다가....범백 바이러스가 걱정되어 화장해달라고 했어요.
이쁜 삼색이 아가였고 눈이 천사였어요.
사람들한테는 볼수없는 천사같은 눈을 가지고 태어나 짧은 생을 살다 갔네요.
제가 아이 데리고 병원 안갔음 ... 숨이 붙어있던 아이는 ..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쫄딱 맞을뻔했어요.
그 아가가 거기 누워있던 동안 ...아가를 비껴서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했는데
아무도 옆으로 치워놓지도 않은게 참 모질다 싶네요.
그렇게 또 한생명이 제손을 거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잘가거라~ 아가야~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다 너를 위해 기도해줄꺼야~
숲풀속에서 니네 세가족이 뛰어놀던 풍경은 참으로 평화스러웠단다.
니가 간 그곳도 늘 평화이고 사랑이고 배고픔이 없으리라 믿는다.
너무짧은 생이라 기억할 것도 그다지 없겠지만.....짧은 기억속에 좋은 것만 가지고 갔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