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가시덤풀 속을 누벼누벼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떼를 덮치리라
그들은 놀라 후다닥 달아나겠지
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툭 건드려 놀래주기만 하리라
그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 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쫓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어느날 동네 안경점에 아들 안경맞추러 갔더니
주인분께서 황인숙시인님의 책을 읽고 계셨어요.
황시인님이 친구분이시래요.
모임이 있어도 시간만 되면 고양이 밥줘야 한다고 서둘러 가신대요. ㅎㅎㅎ
그후로 도서관 가면 그분책이 뭐가 있나 찾게 되요.
'목소리의 무늬' 랑 '인숙만필'은 찾아봤는데... 아직 다른것은 못봤어요.
고양이 밥주는것만으로 황인숙 시인님이 남같지 않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