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보협에서 받은 항생제며 엘라이신, 구충제 꼭꼭 챙겨주고
캔 하나 더 챙겨주고 좋은 사료 한 알이라도 더 먹이고 싶을 정도로
착하고 똑똑하고 애교 많았던 저희 동네 대장 타이탄이 실종된지 11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탄이는(이름은 타이탄인데 이탄이라고 불렀답니다.) 2대 대장이었어요.
대장들의 상석이 저희 집 마당에 있기 때문에 지난 6개월은 거의 저희 집 마당에 살았지요..
식성이 좋아서 제가 조절해서 주지 않으면 하루에 간식캔을 5개도 거뜬하게 먹을 수 있었던 이탄이었어요.
그런 애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아서 제 속은 이미 새까맣게 타들어갔습니다.
사료도 이탄이가 먹었던 양만큼 남네요. 이제 이틀에 한 번 사료를 내려다 놓아도 될 정도로요..
11일 전에 길냥이들끼리 크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금방 뛰어 내려갔는데 이탄이의 털만 앞마당에 구르고 있고
애들은 보이지 않더군요. 걱정하고 있는데 엄마가 늦은 오후에 이탄이가 다시 마당에 와서 털을 고르고 있더라고
그렇게 전해들은 게 이탄이의 마지막 소식이었어요.
틈만나면 온 동네를 구석구석 살피고 이름을 부르며 다니는데 아무런 대답도 없어요.
이제는 차라리 시체라도 찾았으면 싶습니다...
대장이면서도 동네 아이들이 밥을 먹으러 오면 모른 척, 자는 척하는 착한 애였어요.
최근에는 여자친구가 생겨서 둘이 항상 붙어다녔었죠. 이제는 암컷도 보이지 않네요.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이 동네 녀석이 아닌 수컷 한 마리가 와서 이탄이의 여자친구를 노리면서
동네 모든 수컷과 암컷들까지 합세해 싸움이 아주 크게 났었어요.
3일 동안 싸우고는 서열 정리가 끝났는지 다시 잠잠해져 둘이 평화롭게 저희 집 뒷마당에서 자고 놀고 하더니.
갑자기 또 어떤 싸움에 휘말린 것인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어요.
그저 빈 자리만 너무 너무 크네요. 어딘가 넋두리 할 곳이 없어서 여기에 몇 자 적습니다..
어쩜 다쳐서 숨어 있다가 나타날래나...
우리집 대장옹빠도 다치면 아주 밤늦게 살금 살금 나타나서 밥먹고 다 나으면 또 쌈하러 나타나곤 하던데요
아마도 암컷이랑 다른곳에서 잠시 피신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잘 살펴보시고 기다리시면 꼭 나타날겁니다
쉬 죽기도 하지만 또 잘살고있기도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