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우리 동네 구멍가게와 약국 사이를
어슬렁거리던 고양이,
쥐약을 먹었대요
쥐가 아니라 쥐약을 먹었대요
우리 아빠 구두약 먼저 먹고
뚜벅뚜벅 발소리나 내었으면
야단이라도 쳤을 텐데.....
구멍가게 빵을 훔쳐 먹던 놈은 쥐인데
억울한 누명 둘러쓰고 쫓겨 다니던 고양이,
집도 없이 떠돌다 많이 아팠나 보아요
약국에서 팔던 감기몸살약이거나
약삭빠른 쥐가 먹다 남긴 두통약인 줄 알았나 보아요
쓰레기통 속에 버려진 고양이,
구멍가게 꼬부랑 할머니랑 내가
헌 프라이팬에 담았어요
죽어서는 배고프지 말라고
프라이팬을 비행접시처럼 타고 가라고
토닥토닥 이팝나무 밑에 묻어 주고 왔어요
김륭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中. 2009. 문학동네
슬퍼요~!!
창밖엔 비가 내려요
시우님 글을 읽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