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였어요

아프지만 씩씩한 우리 플린이를 소개합니다~!

by 꿈꾸는모모 posted Oct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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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입한 후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네요..^^

 

저는 냥이를 정말 좋아했지만 엄마가 싫어하셔서 이제껏 키우지 못했었는데요.

 

항상 냥이를 키우는 친구집에 놀러가거나 고양이 카페에 자주 가곤 했었어요.

 

 

7월 중순쯤에 냥이들이 곳곳에 죽어있는 언덕에서 턱시도 냥이를 구조하여 집으로 데려온 꿈을 꾼 후

 

이틀뒤 집 앞 화단에서 턱시도 냥이를 발견했답니다.

 

예지몽이 정말 있나봐요.

 

저희동네는 인천 서구 청라지구에요. 아직 신도시라 고양이는 본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아파트 화단에 짠 하고 나타나니 정말 놀라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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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만나러 밖에 나가던 길에 이녀석을 만났어요. 까미라고 이름붙여줬지요.

 

주민분들이 냥이를 좋아하셔서 까미를 위한 장소가 마련되었고, 잠시나마 벤치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지금 까미는 길건너 고깃집에서 밥을 얻어먹으며 최근 그곳에서 새끼를 여섯마리인가 낳았어요.

 

주인분께서는 새끼낳을 공간을 마련해주셨는데 새끼를 많이낳아서 걱정이 많으세요.. ㅠㅠ

 

제가 임신한 까미가 걱정되어 고기집에 최근 갔다가 새끼들도 보고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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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탄생에 경이롭고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아이들이 길냥이가 되면 또 다시 사각지대에 놓이고..

 

그런 걱정이 들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조금 무거웠지요ㅠㅠ

 

고기집 사장님과 이야기해서 안전한 보호자분을 찾아 입양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임신중인 냥이는 더 친화적으로 변한다던데 그래서인지 까미는 사람들을 따라다니고 저도 따라다니고

 

밤에 저와 동네 산책도 하고(강아지도 아닌데 목줄없이 냥이와 밤산책을 했다는게 참 기묘한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참 즐거웠는데, 어느날 보니 까미와 남매로 보이는 턱시도 아이가 풀숲에 있는거에요.

 

그런데 털도 굉장히 상태가 나빠보이고 등 뒤에도 상처가 아주 크게 있었어요. 꼬리도 좀 잘린것처럼 보였고요..

 

그 아이를 발견한 날 저녁, 까미는 사라졌고(길건너 고깃집으로 이동)  저는 풀숲에 있는 냥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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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같이 생겼다고 플린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7월 중순부터 8월 16일까지 밖에서 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전혀 움직이지 않고, 사람을 많이 경계해서 구조하기 힘들어보였어요.

 

제가 밥을 준지 한달쯤 되어갈때, 갑자기 저에게 안기더라고요ㅠ 정말 그 당시에 엉엉 울었어요..

 

사람에게 상처 많이 받았을텐데 또 이렇게 사람을 믿고 안기는 녀석에게 고맙고 미안했어요.

 

 

 

8월에 비가 굉장히 많이 올때가 있었는데, 플라스틱으로 집을 만들어주고..

 

점점 밖에만 두기가 걱정되었습니다.

 

전혀 움직이지 않아서 제가 아니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아 밥도 못먹고 정말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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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걱정이었던 점이, 위의 사진속 아이때문이었는데요.. 이 치즈냥이가 자꾸 밤마다 찾아와서

 

플린이를 괴롭히는거였어요ㅠ 저에게는 애교 많은 착한 치즈냥이였는데.. 수컷이어서 그런지 텃새부리더군요.

 

플린이도 남자애거든요.

 

이아이는 마이콜이라고 이름지어주었어요. 워낙 잘 돌아다니고 목소리도 굉장히 컸던 녀석이에요.

 

그런데.. 오늘 주민분께 들은 소식으로는 길을 건너다가 차에 치여서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하네요... ㅠㅠ

 

지금 이 글을 쓰는데도 너무 슬픕니다.. 좋은곳으로 갔을거라 믿어요.

 

 

때마침 장마가 와서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광복절 전날, 엄마가 말씀하시더군요. 플린이 집에 데려오라고요.

 

저희집이 아파트 2층이라 풀숲이 너무 잘보이고 엄마도 제가 점심 저녁으로 밥주러 나갈때 플린이 보러

 

많이 나오셨는데, 결국 정이 드신거였어요. 엄마도 자기는 원래 고양이 싫어하는데 이녀석은 이상하게 좋다고 하셨어요.

 

저는 얼마나 놀랍고 감사했는지 몰라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집에 데려오지 않았다면 플린이는 오래 살지 못했을것 같아요.. 먹이를 구하러 다니지 못했고

 

상처도 있었고..

 

얼마전에 태풍이 왔을때도 창밖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집에 데려오기 참 잘했다..

 

이 날씨에 플린이가 잘 견딜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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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이는 사람에게 학대받은 아이입니다. 그래서인지 꼬리도 많이 휘고, 꼬리를 치켜들면 꼬리가 부들부들 떨려요.

 

엉덩이쪽 상처는 소문에 의하면 어떤 남자가 삽으로 플린이를 때렸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깨끗이 나았습니다.

 

저를 힘들게 했던 큰 문제는.. 플린이를 8월 17일에 구조하여 집에 데려온후, 그 다음날 병원에 데려가니

 

선생님이 플린이가 너무 숨을 헉헉거린다고 엑스레이를 찍자고 하셨어요. 엑스레이를 찍으니

 

횡격막이 파열되었더라고요. 선천적인게 아닌 후천적 파열.. 교통사고 당하거나 사람이 발로 세게 차면

 

이렇게 된대요.

 

파열된 횡격막 부분으로 장기들이 들어가서 폐와 심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음식도 많이 먹어야 하는 상태지만 위에 부담이 되면 호흡이 더 안되니까 조금씩 자주 주라고 하셨고요.

 

선생님께서 플린이는 태어난지 2년이 넘은것 같다고 하셨어요. 저는 올해 태어나지 않았을까 했는데..

 

길생활 하면서 너무 힘들게 산게 눈에 보인다더군요..

 

앞니도 부러져서 없다고 하고 ㅠㅠ

 

저는 사실 그날 예방접종을 하러 간거였는데 , 그리고 중성화수술도..

 

플린이 상태로는 중성화 수술을 했다가는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죽을 확률이 너무 높대요.

 

횡격막이 파열된 상태로 계속 지낸다면 길어야 반년정도.. 살것같다고..

 

장기끼리 서로 엉겨붙은경우, 수술하다가 죽을수도 있고..

 

이날 병원에서 너무 많이 울었습니다.. 인간으로서 플린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큰 죄책감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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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왔을때는 침대밑에서 나오지도 않고 항상 숨어있기만 했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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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데려왔을때는 너무나 야위어서 뼈가 다 만져지고.. 병원에서도 지금 수술해도 죽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요. 살을 많이 찌워야지 수술이 가능하대요.

 

지금도 마른편이지만 전보다는 살이 올랐답니다!

 

목욕도 하고 발톱도 깎고 뭉친털도 자른 후 매일 빗어주니 이제 때도 많이 빠졌고

 

털에서도 윤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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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냥이에 대해 모르는게 많아서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에요.

 

한생명을 제대로 키우려면 계속 공부해야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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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요즘 많이 지르고 있어요. 이번달은 플린이 용품으로 14만원을 썼네요.

 

그래도 마음이 기뻐요. 뭔가 나로인해 누군가가 행복해한다는 느낌같은것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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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이는 저와 침대에서 같이 자요. 아파서인지 우다다도 하지 않고 굉장히 조용하고 얌전해요.

 

올라가봤자 식탁의자나 책상의자정도랍니다 ㅠ 좀더 활발해지려면 수술을 해야할것 같아요.

 

남자앤데도 목소리도 여자애같아요ㅋㅋ 냥냥 이러고 굉장히 수줍음도 많고 겁도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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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놀아줄때 항상 근처에 있는 강아지풀을 꺾어서 놀아주었어요. 그래서인지

 

플린이는 낚시대보다 오뎅꼬치를 훨씬 좋아해요ㅋㅋ 사진도 오뎅꼬치를 껴안고 있네요~

 

 

 

두서없이 쓴 글이라 부족한데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저는 요 몇달간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우리집에 새로운 가족이 온것부터,

 

동네의 냥이 - 까미와 마이콜, 그 둘의 새끼냥이들 (주인분께서 까미 신랑은 마이콜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마이콜의 죽음..

 

많이 울고 많이 웃었던.. 그런 몇달 간이었어요.

 

플린이를 보면서도 횡격막 파열을 수술 시켜야 하나.. 혹시 수술을 하다가 죽으면 어떻하나..

 

이런것때문에 아이가 갑작스럽게 호흡을 못하면서 컥컥 거리고 힘들어할때마다 가슴이 찢어지고

 

눈물이 났습니다.

 

요즘따라 더 자주 발작증세가 오네요.

 

솔직히 아직 어떻게 해야할지 결정하지 못했어요.

 

친구들과 이야기했을때는 그래도 수술하는게 좋을것같다고 하네요..

 

오늘 마이콜의 죽음에 대해 듣고 나니 더욱 수술시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어요.

 

마이콜 몫까지 플린이가 건강하게 잘 살아주었으면 좋겠거든요.

 

플린이를 학대한 나쁜인간은 찾을 수만 있다면 찾아가서 다리를 부러뜨리고 똑같이 해주고 싶습니다.

 

 

고양이보호협회라는 곳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저도 잘 몰랐었는데 친구가 고보협 정회원이어서 모르는걸  많이 알려주고 이곳을 이야기해주었어요.

 

사실 예전에는 나중에 냥이를 키운다면 어떤 종을 키울까, 러시안 블루를 키울까, 샴을 키울까 이랬었어요.

 

품종냥이가 예뻐보였었죠..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는 한국고양이들을 정말 사랑하게 되었어요.

 

더 야생적이고 영리하고 환경에 강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강인함과 영민함을 느꼈지요.

 

앞으로 저는 계속 냥이를 키울것 같아요. 친구들처럼 두세마리씩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그러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 고양이들을 계속 키울 생각입니다.

 

 

 

플린이 수술하면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겠죠..?

 

제가 못받았던 사랑 듬뿍 주면서 잘 키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