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쯤에 갑자기 다섯아이를 데리고
울집앞에 터를 잡았던 시끌이 여사님이 어젯밤 드디어 빈궁마마로 거듭나셨어요,
얼마전에 다섯아이중 한아이는 아픈모습으로 울집 현관앞에서 떠나지를 않고 있는걸
무릎담요로 덮쳐 병원데려가서 범백인거 확인하고 이틀 입원치료 하다가 자기네 별로 돌아갔구요.
아가 파묻어 주려고 동네 아저씨댁에 삽 빌리러 갔더니
그 아저씨....식사하시다 말고 후래시 들고 그 깜깜한 공원까지 쫓아오셔서 아이 가는길을 도와주셨네요.
제가 아이 시신들고 훌쩍 거렸더니 아저씨가 얼른 제손에서 걷어다가 잘 싸서 묻어주시더라구요.
죽은 아이가 지네 마당에 들어와 떵싼다고 쥐약놓겠다고 하는 화분할매만 있는 세상이 아닌가봐요.
이렇게 감동 주는 분이 계셔서 분노가 잦아드는 날도 있어요.
그리고 약해보이던 다른 아가들이 하나씩 안보이더니
최근엔 울동네 왕초랑 똑 닮은 꺼욱이 자식으로 추정되는 아가만 지엄마를 쫓아 우리집에 밥먹으러 왔드랬어요.
이쁘던 다른 아가들 모습이 아직 제눈에 선명하게 남아있건만 살아있단건 살아있는것도 아니에요.
그러던중....
시끌이 여사님 몸을 좀더 건강하게 해서 TNR 을 해주리라 눈여겨 보던차에
어제 낮에 차밑에 있는걸 발견하고 불렀어요.
처음 볼때부터 저한테 안기는 아이였던지라 훌떡 안아서 케이지 안에 넣었지요.
이름대로 시끄러웠어요. ㅎㅎㅎ
케이지안에 손을 넣어 만져주고 얼르고 달랬더니 잠잠!!
" 남아있는 니 아가는 걱정말거라~ 아줌마가 너 병원 간새에 잘 챙겨먹이마~
시끌이 여사님~ 아줌마 믿지? 이제 아이 낳는 고생은 이로써 끝이야~
내가 아이 낳아봐서 아는데 하나 낳는것도 쌩떵싸다 배를 난자당하는 고통인데 다섯이나 낳아야 하는 너희는 그걸
어떻게 견딘단 말이니? 이제 끝이야~ 고생 끝이니 힘내자!! " ....아이 쳐다보면서 비맞은 스님처럼 계속 중얼중얼.
그러고 있는새....신길동 친한 캣맘이 사비로 구입한 통덫이 땡땡이님댁에 가 있어서
그게 오고 있었고.... 여사님이 잡히셔서...땡땡이님이 병원가는걸 도와주셨네요..
여사님....남겨놓은 아가가 걱정이었는지 차안에서 내내 소리칩니다.
여사님은 죽은 아가 묻어주러 갈때도 저런 목소리였어요.
저런 슬픈 목소리로 공원입구까지 제법 되는 거리를 쫓아왔어요.
아저씨랑 같이 같던 캣맘분이 놀라실 정도였구요. 쟤가 뭘 알고 쫓아오는거 같다구요.
검은 봉다리에 들어잇는 물체가 자기 새끼란걸 알았을까요?
"미카 아줌마~ 거기 검은 봉다리에 조그맣게 들어있는게 내 아가 맞죠? 내 아가 맞죠?
죽은거 맞죠? 묻어주러 가시는 거면 나도 내 아가 마지막 가는길 보고 싶으니 데려가 주세요~ ㅠㅠㅠ"
아우~ 저 미쳤나봐요.
시끌이 여사님 영혼이 나한테 빙의 됐나? . ㅎㅎㅎ
하여간 ...
시끌이 여사님은 빈궁마마가 된 벼슬덕으로 배가 엄청 아플뿐이고
나는 자판두드리느라 바빠서 화장실 타이밍을 놓친 관계로 배가 살살 아플뿐이고
오늘도 또 괭이와의 사랑은 어김없이 펼쳐질뿐이고.
시끌이여사님의 마음이..너무도 안타깝고.......정말 순간 뭐랄까 가슴이 찡하다고할까요 그러면서.
먹먹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