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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베로니카라는 여인  얘기를 1탄으로 하려구요.

 

공원에 멍뭉이 둘을 데리고 가끔 산책나오는 ...나보다 한살 어린 여인입니다.

어제 아주 오랜만에 만났어요.

그여인도 동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자연스레 서로의 아픈 멍뭉이 얘기하고 결국은 또 길고양이 얘기로 이어지다

그집에 가보니...누가 못키운다해서 데려다놓은.....중성화를 앞둔 러블 남아가 있어서...

그집 아픈 멍뭉이와 러블을 데리고 월드펫에 가서 진료랑 수술을 했어요.

월드펫 샘이 훌륭하신지 몰라서 여기저기 서울대 병원까지 다녔나봐요.

 

더 기쁜 소식은 병원에서 3개월이나 입양과 파양을 번복한  꼬맹이 하나를 입양했다는거죠.

제가 옆구리 콕콕 쑤셨어요. 이상하게 길냥이들 사랑하고부터 바람잽이 역할을 아주 잘한다는겁니다. ㅎㅎㅎ

 

그리고...그집에 다시 가서 꼬마 목욕 시켜주고 집에 돌아오는데

베로니카라는 여인이 그러네요.

사료를 후원하고 싶다구요.  물론 됐다고 했어요.

내 새끼들 먹여살리는데 남한테 손 벌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근데 계속 졸라요..  미카엘라 언니를 위해서 자기가 사료 사주는게 아니라구요. 아이들을 위해서라구요.

집에 와서 신경써줘서 고맙다고 문자보내니까...이렇게 답장이 왔어요.

 

" 고생하셔요.

사람들은 몰라도 고양이들하고 하느님은 미카엘라 자매님의 수고를 잊지 않을거에요.

오늘 도와주셔서 넘 감사드려요.  언제 맛난거 사드릴께요~"

 

맨날 밥준다고 미친뇬 취급받고 욕만 먹다가 ... ㅎㅎㅎㅎ

칭찬 들으니 막 감동의 눈물이 솟더라는거죠.

 

이래서 어제 베로니카와의 감동어린 하루가 갔어요.

 

드디어 앞집총각 얘기로 2탄.

 

아침에 눈을 떠서 창문 열어보고 우쭈주 두어번 하다....신문 가지러 가는척하고 현관문 열면

앞집 창고 구석탱이에서 시끌이 여사님의 독특한 소리가 나요.

오늘 아침엔 불러도 후딱 담을 안넘고 대문밑으로 머리통만 살짝 살짝 보여주길래

얘가 뭔일이지? 하고 담너머로 얼굴을 디밀어봤더니 ....황당하게도...앞집 총각이 담안쪽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는거에요.

 

"어머 ~ 미안해요~  고냥이가 시끄럽게 해서 들여다본건데 얘땜에 시끄러워서 어쩐대요?'

 

' 괜찮아요~ 쟤 여름에 저 구석에다 새끼 다섯마리 낳고 살았는데 아가들은 다 안보이네요~"

 

" 아가들은 한마리 남고 다 죽고 쟤는 엊그제 불임수술까지 했어요.

제가 동물보호단체에서 일하는데 ( 저는 요즘 누가 물어보기도 전에 이말부터 해요. ㅎㅎㅎ 그럼 쫌 빨리 먹히더라구요)

 동네 애들 시끄럽지 말라고 포획해서 수술도 해주고 돌봐주고 그래요~"

 

" 아~~ 네~~ "   얼굴이 착하게 생겼어요. 총각이.  ㅎㅎㅎ

 

"어머니는 뭐라고 안하세요? 애들 옆에서 시끄럽게 한다구?"

 

' 아니요~ "

 

오옹!!   그렇단 말이지... 그럼 슬쩍 들이대봐야겠네. ㅎㅎㅎㅎ

 

" 그럼 미안한 부탁좀 해도 되요.  저 구석에 아이가 숨어서 자나본데 들여다보니 나무판자 얼기설기 있고

 푹신한곳도 없어서 그런데..이번 겨울 무척 춥다잖아요. 저 속에다 집한채만 지어주면 안될까요?"

 

"그러세요~ 저희는 상관없어요. 낮에 대문 열려있으니까 집지어서 갖다 놓으세요~"

 

야호~~~~~~~~~~!!

이럴땐 내가 늙은 아줌마란게 참 원통한 순간.... ㅎㅎㅎㅎ  

 

그래서 드디어 집지어줄려고 ...스티로폼 박스도 줏어야하고 무릎담요도 필요하고 시트지도 필요하지 고민하던차.

그 흔한 스티로폼 박스가 오늘따라 안보이길래 가게 아줌마한테도 물어보니 없다고 하시고.

 

그렇게 몇걸음 터덜터덜 걸으면서 ....  주변에 아파트에 많이 나왔을지 모르니 거기나 가보자고 하고 있는데

아주 싸이즈도 딱인게 집앞에 하나 나와있는거에요.

 

신이시여~  어찌 저를 이리도 이뻐하십니까?

 

예전에 폐가에 온갖 물건들 줏어나를때도...푹신한 뭔가가 필요하다~ 그러면 눈앞에 촥 갖다놔주시고

문짝 만한 널빤지도 필요한데 그러면 또 조만치에 있고...

 

얕은 머리로 생각컨데....이게 복이지  달리 뭐가 복이겠어요?

ㅎㅎㅎㅎ

어제 오늘은 참 힘이 나는일 연속인데 앞으로도 쭈욱~~ 이런일만 있음 좋겠어요.

 

 

 

 

 

 

 

  • 소 현(순천) 2012.10.29 17:40
    정말 신나는 이야기네요.
    저도 그런날이 오겠죠?...살다보면요.
    오늘 남편동료분 아내랑 같이 병원에 갔어요.
    담달에 암 수술날짜가 잡혀 있고 오늘검사도 하고 먼저 해놓은 결과도 볼겸..
    내년이면 육학년이 되는 나이든 언니인 나를 가이드 삼아 병원 들리고 동생이 화순에 있는 운주사에 가가고 싶다해서 같이 가주고.. 수술을 앞둔 동생의 마음이 그러하니 걍 따라 다녔어요
    집에 오니 울송이가 화단에서 반겨요....송이 한참을 보고..산호 마노 보고싶은데 피곤해 해서 집으로 보내고..송이 꼬미 이른밥주고...휴가올 남편에게 부영이 빈궁마마건도 좀 연구해봐야 하고..
  • 미카엘라 2012.10.29 17:57
    오늘도 얼마 안남았는데 계속 신났으면 해요.

    지금 집앞에 중성화 안한 암컷이 하나 남았는데...요놈만 하면 근처에는 다 빈궁마마들만 옥시글거리는데..
    마지막으로 요 앙큼이를 잡으려고... 현관문앞에 덫을 설치해놓고... 들어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한시간전인가 덫 주변을 실실 돌아보더니 그냥 가버리길래 다시 올까하고
    신발도 못신고 현관문 코딱지만한 구녕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어요. ㅎㅎㅎ
    참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일꺼에요. 울집 괭이들은 보고 웃어 죽겠죠.
    엉댕이 쭈욱 빼고 구녕에 눈 한쪽 들이대고 ...이게 뭔짓일까요?
    우리 동네는 박스 할머니들이 많이 계셔서 혹시나 덫을 가져가실까봐 조마조마하기도 하구요.
    어여 잡혀서...날도 추워지는데 애낳는 고생은 이제 고만 해야하는데 내맘도 몰라주고.ㅠㅠㅠㅠ
  • 마마(대구) 2012.10.29 18:36
    이런날도 있어야 되잖아요 신나하는 얼굴 상상되는데요 저까지 기분 업입니다
  • 미카엘라 2012.10.30 08:28
    그레게 말입니다요. ㅎㅎㅎ
    삶이란게 그런거 같아요.
    익사직전에 이제 죽었군 하고 포기하고 있음 잠깐 들어올려졌다...
    이제 살았다 싶음 또 물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고
    또 건져올려지고... 다신 안들어갈껴~하고 발버둥치면...결국은 누군가가 와서 건져주는. ㅎㅎㅎㅎ
    비유가 넘 강했나요? ㅎㅎㅎ
  • 북극곰 2012.10.29 19:00
    정말 좋은날이예요..~ 글을 읽는내내 싱글벙글..~_~
    앞으로도 이런일이 자주왔으면 좋겠어요..아니 매일왔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런분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아자..힘내자.......
  • 미카엘라 2012.10.30 08:29
    세상에 북극곰님까지 싱글벙글하게 했군요?
    근데요.
    아주 좋은 일이 있어도 방심하면 안돼요.
    캣맘은 방심할수 없는 팔자거든요.
    주는자 있음 뺏는자가 꼭 있더라구요.
  • 시우 2012.10.29 20:38
    네..맞아요..맞아..다 미카님 선행을 아시는 주님의 복이지요~~
    저도 오늘 말씀하신..복 조금더 보냈는데~~
  • 미카엘라 2012.10.30 08:34
    힘들일 터져야 기도하는 저....
    이렇게 허울만 좋은 카톨릭신자를 나쁜일에서 비켜나가게 해주시는것 저는 알고 있어요.
    저는 가끔 아이디를 바꿔야지 ... 어찌 세례명을 아이디로 쓸 생각을 했을까? 싶기도 해요.
    너무 창피할때가 많거든요. ㅎㅎㅎ
    싸우고 싶을때는 묵주반지도 빼야할것같구요. 욕할때도 그렇고. ㅎㅎㅎㅎ
    길고냥이 사랑하는걸로 죄 지은거 탕감좀 해주셔할텐데.
  • 소립자 2012.10.29 23:21
    기분좋은 글입니다..
    베로니카라는 분도 종교가 있으신 듯..
    저는 종교가 없지만
    주변에 보면 확실히 종교있으신 분들이 동물사랑도 남다른것 같더라고요..
  • 미카엘라 2012.10.30 08:44
    베로니카라는 분도 알기는 오래전에 알았는데 서로 카톨릭 신자인걸 그날 공원에서 첨 알았어요.
    무척 반갑더라구요.
    ㅎㅎㅎ
    종교를 갖고 있는분들이 모두들 길아이들 밥만 줘도 ...애들 배 터질텐데. ㅎㅎㅎ
    실상은... ㅠㅠㅠㅠ
  • 소풍나온 냥 2012.10.30 00:57
    오오오~ 정말 오랫만에 행복한 이야기네요 ㅋㅋ
  • 미카엘라 2012.10.30 08:46
    그쵸? 맨날 절여논 배추처럼 살수는 없죠. ㅎㅎㅎ
    억울하다 아이가~~~~
  • 링맘 2012.10.30 14:47
    ㅋ. 미카님 글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되어서
    남들이 볼 때 완존 미친 @#@$% .
  • 미카님 편이 한분씩 늘어가는군요. 축하해요.
    울 동네는 이제 머라는 인간은 없지만 그래도 내어놓고 도움주겠다는 이는 아직...
    그래도 이젠 밥집 부수지만 않아도 감지덕지하고 삽니다.
    맨날 이렇게 좋은일만 생기면 을메나 좋겠어요.
  • 링맘 2012.10.30 18:17
    ㅎㅎ. 치자님의 글은 숨 안쉬고 읽습니다. 그리고 팬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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