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롱띠~~롱
휴대폰에서 알리미가 빨랑빨랑 일어나라구 소리를 질러요.
부시시 쑥대같은 머리칼을 고두어서 대충 젓가락비녀로 푹 찌르고 부엌으로 비실비실 나갑니다.
부엌벽에 매달린 찌든기름때 시계가 새벽 네시 삼십분을 가르킵니다
바같에는 아직도 서산에 다못넘어간 조각달이 떠있고....
먼저 보일러실가서 연탄갈아넣고...(치자네는 연탄보일러 땝니다)
쌀씻고 국거리 다듬고 어제 저녁에 그냥 개수대에 담구어버린 그릇들 씻고...
영감보온도시락밥통에 아들보온도시락밥통에 끓는물 붓어놓고.
오늘은 과연 어떤 반찬을 담아줘야 잔소리들 안하고 잘먹고 남기지않고 올라나 고민도 좀하고.
커피한잔먹게 물끓이고 꼬실이(광양서온 꼬물이) 우유타서 식히고....
뜨거워서 혓바닥데게 생긴 커피 후루룩 들이붇고 치마자락에 달라붙어서 응에응에 애기울음소리내는 꼬실이 젖멕이고
얼릉얼릉 국끓이고 반찬 차리고 도시락에 이것저것 아들내미 좋아하는 반찬집어넣고
금방 김뺀 뜨거운 밥한그릇 퍼담고 도시락가방꾸리고
눈이 붙어서 헤롱헤롱하는 아들놈 깨우면 정확히 다섯시 삼십분.
아들놈 입인지 콘지도 모르고 밥퍼넣는사이 오늘 입힐 한복 꺼내서 챙겨놓고
그단새를 못참아서 엄마따라 이리 우르르 저리 우르르 몰리다니는 냥이부대원들 정리도해야하고...
잊어버린것은 없나 몇번이나 물어보고 첫버스타러 아들내보면 여섯시 땡칩니다.
아들놈은 광주까지 버스타고 교육받으러 다니니 승주서 여섯시 첫차타야합니다.
아들내보내고 얼릉 냥이넘들 밤새 싸질러논 똥무데기 대충 좀 걷어내고...
한시간반을 난리를 치고나면 이젠 영감이 조깅간다고 안방서 나옵니다.
그시간 우리집 괭이들 빨리 안전대피조치 안하면 대형사고 터집니다.
거실에서 뜨뜻한 방바닥에 벌렁벌렁 늘어진놈들을 영감이 그냥 지나갈리가 없어요.
안방문을 부러 왈칵열고 나오면서 두팔을 번쩍 만세부르고 크와앙~~멱따는 소릴 질러댑니다.
엎어졌는넘 늘어졌던넘 장난치던넘 모조리 식겁을 해서 거미새끼 흩어지듯 이리저리 난리를 치고
거실문밑에 있는 방묘문을 빨리 못찾아 헤매는넘 두넘이 한참에 나가려다 낑겨서 지랄하는넘
급하니까 치자치마속으로 기어들어오는넘 식탁위로 튀어오르고 빨리 뛸라다 찌익 미끄러져서 자빠지는넘.
괭이 열마리가 한참에 이리튀고 저리튀고 그와중에 허리에 손 턱 집고 왓핫핫~~~ 산적두목같은 웃음웃는 영감하며...
기냥 아들같으먼 한대 딱 쥐어박아부렀으면 속이 시원하니 좋겠는데...
제발좀 그러지말라해도 자기의 유일한 아침 취미생활이 거실에서 늘어진 괭이들 놀래키는거라는데 미치것어요.
영감조깅마치고 오기전에 다시 반찬 가다듬고 국뎁히고 도시락도 점심. 저녁 두개 싸놓고 속옷챙겨놓고
영감간식거리 (술담배를 안해서 군것질 무지합니다)봉다리 싸놓고
샤워하는 동안에 밥상에 있는 생선고수하려고 냥이들과 신경전 벌이고
밥먹는 동안에 이러고 저러고 어쩌고 저쩌고 동네방네소문다들려주고.(혼자밥먹으면 심심하대서)...
대문밖에까지 따라나가서 다녀오세요 인사해주고(한번이라도 빼먹으면 사랑이식었다고 사료공급에 지장있을꺼라고해서...)
골목길 돌아나가는 영감차뒤꼭지에 메롱 혓바닥 한번 내밀어주고 들어오면 일곱시 삼십분.
막둥이아들넘 깨우고 또 반찬 다시 담고 국뎁히고 교복챙겨서 밥멕여 내보내면 여덟시 땡.
얼매나 정신이 없는지 아즉 일어나서 화장실도 못가봤다싶어서 화장실에 들어 있으니 문앞에서 대부대가 진을 치고
빨랑나와서 밥달라고 문을 득득 긁어대니 이놈에꺼이 나올라가도 들어갑니다.
말그대로 누다만 뒤끝이 찜찜하지만 아예 문을 부숴먹게 생겼으니 용쓰고 앉아있기엔 이미 틀렸어요.
그래 맑가슴살 삶아논거 뎁히고 캔따고 에라이신챙기고 쟁반이야 식기야 줄줄이 늘어놓고 가슴살 찢고있으면 치마자락에 들어붙어서 악을 써대고 어깨위로 올라타고 난리가 따로 없어요.
식성도 가지가지라 살만 먹는넘 캔만 먹는넘 두가지 다 줘야되는넘 무조건 많이 먹을라구 이그릇저그릇 돌아댕기는넘.
밥그릇만 에닐곱개 담겨지는 내용도 각각이...양으로 승부하는넘은 아예 둥그런 쟁반에 수북히.
괭이먹는동안에 마당에선 진도개 숙이가 악을 써요.
누구만 입이구 나는 주뎅이냐구 굶어죽겟다 지랄하니 개사료 붓어주고 개껌도 두어개 챙겨주고...
꼬실이는 벌써 배가 다꺼졋다구 응~~에응에..
치자가 여태껏 꼬물이 여럿키웠지만도 응에응에하구 사람처럼 우는 꼬물이는 또 첨 봤에요.
꼬실이 우유멕이고 나오니 이곳저곳에서 꾸린내가 진동을 해요.
위로 들어가니 밑으로 나와야하는게 정석이라 한참에 여남은넘이 똥통앞에서 줄을 서서 싸재끼니 화생방이 따로 없어요.
삽들고 똥무데기 치우고 모래 다시 부어주고 그릇치우고 이방저방 뱀허물삼아 벗어재낀 인간허물들 줏어다가 세탁기넣고
보일러에서 빼놓은 연탄재 비니루에 싸놓고 방에 들어오면 열시가 훌쩍 넘습니다.
반찬도 맛있는거는 영감이랑 아들놈들 다먹고 국은 식어빠졌지만 뎁히는거도 귀찮아서 식은국에 밥한덩어리 말아서
김치랑 대충 그러넣고 빨래널고 나면 열한시.
이제부터 치자의 닭병이 시작됩니다.
밥한숟갈 들어가고 나니 가물가물 비몽사몽 뉴스라고 볼라고 텔레비는 틀어놨는데 아나운사가 머라고 하기는하는데
대체 앞말은 들리고 뒷말은 끊기고 화면이 왔다리갔다리 자는지마는지 내가 시방 깨어있는지 자는지 아득한데
누워있는 치자몸뎅이를 지근지근 밟고 부비고 우다다 얼굴이야 배야 꾹꾹 즈려밟고 다니는 저넘은 보린가 꼬빈가
손꾸락을 때끔때끔 물어뜯는 넘은 꼬실인가 기냥 혼미한상태서 좀 지나보면 꼬실이 배꼽시계가 응에응에 울립니다.
또 젖멕이고 오후에 배달나갈꺼 가방에 싸놓고 창고에 가서 사료두어푸대가져다가
큰다라이에 붓어서 섞어서 봉다리봉다리싸고 내일 도시락반찬은 무얼해야하나 냉장고 뒤적거려서 꽁꽁얼은거 내놓고
컴퓨터앞에 좀 앉아있을라치면 화면이 히끄무리하고 글씨도 보이다말다해요.
그동안에 소식도 좀 올리고 답글도 달아야하는디....앉아서 꾸덕꾸덕 졸아요.
해지기전에 배달마쳐야하니 얼릉 저녁준비 시작해서 밥안치고 반찬 두어가지 만들고.국 끓이고.
우리집 머시마들은 치자가 버릇을 더럽게 들여서 밥통에 오래 들은밥 안먹을라해서 끼니때마다 새밥합니다.
국물도 꼭 있어야해서 무슨국이던 찌게든 있어야하고 옷은 다림질안하고 입으면 몸뎅이에 큰일나는줄압니다.
이 모든것이 버릇잘못들인 내죄로소이다하고 저녁준비해놓고 카트끌고 동네방네 돕니다.
오며가며 만나는 개님들까지 간식챙겨주고 밥자리에 기다리는넘들한테 인사하고 식사대령하고
오며가며 만나는 할바지할마니들께 애써 공손한척 인사올리고 혹시 관심을 좀 가지는분이라도만나면 거품물어가며
왜 밥을 줘야하는가 일장연설을 풀고 담넘어로 악바리같이 짖는 개님한테 감자도 한개씩 멕이고 집에 오면 깜깜해요.
아들넘들 저녁식사챙기고 똥괭이들 저녁 챙기고 꼬실이 젖멕이고 하루죙일 싸놓은 똥푸고
밥한숟가락 퍼넣고 커피한잔 들어붇고나면 아홉시가 훌쩍넘어요
기냥 눈딱 감고 들어누워버리면 좋겠지만 아즉 영감님이 안오셨에요.
재무이사님이 힘껏 열심히 노동을 해서 우리 괭이들 사료공급에 응하고 계시는데
집에 돌아와서 쿨쿨 잠들어서 남편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는 마늘이 곱게 보이겠어요?
혹시나 서운한 맘에 그동안 빼돌려 횡령한 공금의 사용처를 캐낸다거나 창고의 열쇠를 내놓으라던가
앞으로 가계부감사를 한다거나하는 불상사를 방지해야하니 절대 미운털이 박히면 안됩니다.
그래 영감님 돌아오실때까정 눈에 쌈심지를 키고 앉아서 끄덕거려가면서 귀가를 기다립니다.
열한시! 영감님 귀가하셨으니 간식거리 과일좀 내놓고 오늘도 고생많으셨다고 아부좀 하고
연탄갈고 꼬실이 우유한번 더먹이고 저녁에 먹은 밥그릇은 에라이 개수대에 던져놓고 비몽사몽 죽습니다.
드뎌 치자의 하루가 끝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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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아니. 세벽 두시에 꼬실이 가시내 젖한번 더 먹이고 일과가 끝났어요
이상 10월 한달내내 치자가 살아가는 모습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