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저희 집 앞에서 처음 만났어요. 약 5-6개월령 정도 되어 보였구요.
처음 보는 저에게 마구 달려와서는 밥을 내놓으라 당당하게 요구했지요.
TNR 받고 와서도 이렇게 벌러덩 드러누우며 애교 작렬.
이런 녀석 그대로 두는 건 도저히 안될 것 같아
가족 찾아주기 위해 10월 16일 집에 들이기로 결정.
그리고 고양이 아줌마, 개 오빠들과
나름 행복했던 15일이 지나고...
이렇게 새 가족의 품으로 안겼습니다.
가자마자 폭풍 적응력 뽐내며 집사님 무릎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네요.
그런데 가족 중 한 분의 알러지로 닷새 만에 결정된 파양.
(고양이를 반려해본 적이 없는 집이라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저희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한 달...
12월 10일 혈액 검사와 초음파 후 복막염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간이 너무 좋지 않아 이 정도면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설사, 구토 없음, 입 짧으나 식욕 아주 왕성한 상태였어요.
약 2주 가까이 밥도 잘 먹고 쓰디쓴 약도 받아 먹어가며 희망적인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살을 찌우려고 이거저거 먹이니 전보다 훨씬 좋은 맛동산도 생산해주고 그러셨거든요.
그런데 진단 받은지 13일 째 되는 날 밤 갑자기 휘청거리며 잘 걷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그렇게 쓰러진 녀석은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일어나지 못했어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사흘째 되던 26일, 오전 10시에 먼 여행을 떠났습니다.
병원을 다녀오고 나서야 전 우리집 막내로 품어야겠다 뒤늦게 결심을 했습니다.
조금 더 빨리 받아들여 온 마음 다해 사랑해주지 못한 게 너무도 미안합니다.
약 8개월. 힘겹고 짧았던 묘생 훌훌 털어버리고 고양이별로 홀로 떠난 여행길,
우리 막내 동생 모모투가 외롭지 않게 한 분이라도 더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