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길냥이

우리 시골 동네 냥이들을 소개합니다.

by 나미딩코 posted Jan 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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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외면속에 조용한 시골동네에서 묵묵히 삶을 연명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냥이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사진으로나마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 외로움 마음 채워주고 싶어,  우리동네 냥이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

 

저의 '캣맘 활동 일기' 정도 되겠네요.

 

 

 

IMG_1849.jpg  <2011년 겨울, 아리>

 

2010년 겨울, 앞집에서 새끼까지 낳고 잘 지내던 냥이 '아리' 는 주인이 이사를 가며 밖으로 내쳐집니다.

당시 길냥이 두마리(나미&딩코)를 구조하여 집사가 되었던 저는 아리를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가 대학생 시절, 겨울방학. 포천 본가에 와서 지내던 때에 발견 되었죠.

 

 2010-2011년엔 서울에 있었기에 당시 이곳 포천집에 있는 아리를 돌볼 수가 없어,

아래층 집 아주머니께 부탁하니 아주머니께서 밖에 집까지 마련해주시고, 아리를 잘 돌보아 주셨습니다.

이후, 2011년 겨울 포천 본가로 들어오면서 아리의 만남은 지속됩니다.

 

그 동안 아리는 2번의 출산이 있었고, 새끼들은 돌봄을 받지 못하고 모두다 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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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아리는 2012년 5월 임신하게 됩니다. 이미 2012년 봄, 별이 된 다섯마리의 꼬물이들을 보내고 2개월만 이었죠.

옥상의 태양열발전기 아래 출산장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만,

옥상의 벽속에 6월 중순, 다섯마리의 꼬물이들을 순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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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를 잃을 염려때문인지 장소를 옮겨 가며 꼬물이들을 사수합니다. (숨은 아가들 찾기 ^^;)

그러나 다섯마리의 꼬물이들 중 한마리는 별이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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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패밀리들은 주로 옥상에서 지냈지요. 낚시 놀이도 하며 아리 패밀리와 즐거운 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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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출산 후 2-3개월 쯤 지났을까요? 다리를 다친 아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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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리는 병원치료를 받게 되어 빈 방에 격리하게 되었지요. 골절이라 깁스를 2주동안 했어야 했습니다.

(깁스를 했지만 앞다리가 골절 된채 이미 붙어버려 지금은 장애를 가진 냥이가 되었습니다.)

깁스를 하고 방에 있던 아리, 그리고 옥상에 있는 아가들은 서로를 애타게 찾았습니다.

저는 가족의 상봉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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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포획을 계획합니다.

아리가 묶여져 있는 케이지의 문을 열어놓고, 아가들이 들어오면 끈을 잡아당겨 잡는..

하루 꼬박, 아가들을 포획하는데 성공하였지요. 이 다음날 태풍이 몰아쳐서 무조건 포획했었어야 했습니다.            

매우 원시적인 방법.. 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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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패밀리는 상봉의 기쁨을 만끽하고, 태풍의 피해도 잘 넘기게 되었습니다.

빈 방은 세를 놓았기에, 방이 나갈 때 까지는 화장실에서 지내게 되었어요.

원룸이나 방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가 없어, 여름-가을 내내 화장실에서 지내게 됩니다.

(뭐, 나중엔 방까지 드나들도록 해주었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비어있던 방에 세입자가 들어오기로 했고.. 아리 패밀리들은 다시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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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겨울 내내 옥상의 벽에서, 태양열발전기 아래에서 지내던 아이들이 눈이 내리자 저희집 현관으로 거처를 옮기더군요.

이 때 쯤, 패밀리의 엄마 '아리' 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였습니다.

차근차근 아가들도 6개월이 넘고 건강상태도 양호하여 중성화를 진행하려 했죠.

그렇게 4마리의 아가들 중 2마리의 중성화를 끝냈을 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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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였죠.. 중성화를 하지 않은 아가들에게서 이상징후가 보이기 시작했고

한 아가는 범백으로. 한 아가는 복막염(추정) 으로 별이 되고 맙니다.

검둥이(오른쪽 위)도 고열과 구토, 설사의 증세로 곤욕을 치뤘지만. 

지금은 남아있는 태비(왼쪽 아래)와 엄마와 함께 현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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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까지 멀리 마실을 가는지 몇일씩 안 보이기도 했지만, 요 몇일 항상 집 주변에만 있는 모습이네요.

현관에 자리 잡고 살라고 없는 솜씨 온갖 머리를 굴려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다섯마리들이 옹기종기 놀던 모습이 아른거리지만, 남은 아이들을 보며 힘을 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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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백때문에 방에 격리 되어있는 첫째 나미(왼쪽) 와, 둘째 딩코(오른쪽) 도 한달 후가 지나면

예전처럼 이방 저방 거실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사는 곳은 시골입니다.

어르신들 께서는 고양이에 대한 맹목적인 부정적 인식으로 고양이들을 보면 내쫓곤 합니다.

집집 마다 강아지 혹은 개를 한마리를 꼭 기르시지요. (잔반처리용으로...)

그렇기에 고양이들은 항상 강아지와 개보다는 뒷전이고, 무시당하기 일쑤 입니다.

외면과 무시 속에 살아가는 그렇지만 꿋꿋이 삶을 이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참 배울점이 많음을 느낍니다.

 

우리집 현관 냥이 아리 외에 다른 냥이들도 소개합니다. (이제야 소개하는 군요 ^^; 서두가 참 길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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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냥이라 착각하..시겠지만, 이 저녁이 우리동네 대장냥이(남)로 추정되는 아이입니다.

   큰 덩치와 얼큰이를 자랑하죠. 해가 뜨면 이렇게 어슬렁 어슬렁 저희집 현관으로 와 조용히 밥을 먹고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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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겁이 많은 초등학교 주변의 턱시도 냥이.(성별모름) 경계가 매우 심하며,

   최근 함께 어울려 다니던 고등어태비(새끼로추정) 꼬물이가 보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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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랫동네 최강 애교쟁이 젖소(남) 입니다. 이 아이는 처음 보자마다 온갖 애교에 장난이 많았죠.

   어느정도 사람의 손을 탄 냥이로 추정됩니다. 사람만 보면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참 안쓰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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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랫동네 미묘 트리플 치즈들 입니다. 성별 확인이 되지 않고, 경계가 심합니다.

  항상 셋이 어울려 다녀 가족이라고 추정하고만 있습니다.

 

 

제게 발견된 아이들이 이 정도이고, 아마 더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산과 물이 있는 동네라 그나마 도시의 아이들보다는 쾌적한 환경이긴 하지요.

지금은 일 없이 집에만 머무르고 있어 잉여시간이 많아, 동네 냥이들 돌보는 것이 수월합니다.

다만, 이제 일을 시작하면 아이들에게 소홀하게 될까 제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네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능력 만큼 도움을 주고 싶네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한번 왔다 가는 인생.. 사는 동안 배고프지 않게만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나 먹고 싶은거 줄이고, 쇼핑하고싶은 거 줄이고

길의 아이들에게 한끼 더 주고 싶은 마음. 모든 캣맘들의 마음일꺼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힘을 내어 봅니다. 글을 쓰면서 제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시금 하게 되네요. ^^

 

짧지 않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포천 시골동네 열한마리 냥이 엄마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