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고양이

검은 고양이(시낭송)

by 꽃동산 posted Jan 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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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방석도 없이 앉았니

돌아앉아 식빵 굽는 검둥아

빵은 벌써 탔는데

얇은 햇빛 한봉지 아래서

얼어붙은 잔디 위에

아직까지 혼자 앉았니

엉덩이 시렵지 않니

우리집 달콩이는 세 살인데

색깔은 삼색이고

방석은 서너개나 된단다

장난감도 없는 검둥아

아침은 먹었니

꽁꽁 언 겨울에 물은 마셨니

아픈 데는 없니

니 발바닥 젤리도 검은색이니

골골송은 잘 부르니

옆으로 누워 자기엔 춥지

눈꼽이 끼였지만

왠지 고맙구나 오늘도

살아있어 주어서

겨울다리 잘 건너서

봄에 또 보자 그동안

세수 깨끗이 하고

알았지 이 조그만 털복숭아

살아남는다는 것에 눈물나는

애틋한 인간의 자화상들

귀엽고 처량한 들고양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