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중

6개월령, 세 다리로 살아가게 될 아이에요.

by 오후 두 시 posted Feb 05,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대상묘 발견 정보
대상묘 치료
대상묘 향후 계획

 

(죄송합니다.

뒷다리 절단수술을 받은 아이에요.

입양처도 구합니다 ㅠㅠ)

 

IMG_6808.jpg

 

 

길아이들 밥을 주다보면 활발하고, 종종 거리며 잘 뛰어다니는 아이들 보다

소심하고 겁이 많아서 항상 경계를 하며 지내는 아이들이

위험한 거리 생활에서도 잘 지낼거라 생각을 했어요.

그 동안 제가 봐왔던 아이들, 아깽이들 중에서 그런 아이들이 더 오래 길에 남아있었구요.

 

그래서 사진에서 보이는 저 아이 역시 그럴 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저렇게 차 바퀴 위에서, 혹은 아래서

멀찌감치 떨어져 제가 사료를 놓아줄 때까지 기다리던 녀석이

얼마전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다 2월 1일,

 

1.JPG

 

 

며칠만에, 뒷다리 하나를 질질 끌면서 나타나 얼마나 놀랐던지요.

처음에는 그저 다리가 부러진 줄 알았어요.

다리 상태는 저랬지만 식욕이 왕성 했고, 제가 손을 내밀자 제 손끝을 킁킁 대며

냄새를 맡는 것이... 괜찮겠거니, 애써 외면을 하고 싶었지요.

 

꼬리 절단 수술을 받은 아이가 퇴원해서 집으로 들인 지 이제 고작 두 달밖에

안 됐고, 그 동안 다른 길아이들도 된통 허피스에 걸려 고생을 한터라

더는 정말이지 자신이 없더라구요.

 

2.JPG

 

그 다음 날인 2월 2일,

급식소로 밥을 먹으러 온 아이를 계속 쓰다듬으며 (이 녀석을 만져본 건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얼마나 아프고 배가 고팠으면 제가 만지는데도 가만히 있더군요)

미안하다 말을 했어요.

 

그리고 이 아이의 눈을 바라보는데, 이건 정말... 못할 짓인 것 같대요.

다른 캣맘님들도 그러시겠지요?

아픈 아이가, 내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아이가 저런 상태로 나타났는데

갈등과 고민을 해야 될 때...처럼 아이에게 미안한 일이 없을 거예요.

 

무조건 아이를 살리고 보는 게, 가장 옳은 일일텐데

갈등을 겪느라 주말 내내 몸이 아팠어요.

 

그리고 어제, 직장이 휴무인 지라 오후 늦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눈을 떴을 때, 이 녀석이 제일 먼저 떠올랐고

그 와중에도 갈등을 하며 감자칩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아이를 구조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못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옷을 입고, 이동가방을 든 채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갔지요.

이 녀석이 보이면 구조를 하는 거고, 안 보이면.... 그 땐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생각을 했는데, 제가 흔드는 방울소리에

저 안에서 아이가 소리를 내어 울고 있었고,

밤새 쌓인 눈에 밖으로 드나들던 입구가 막혀서 더 두려웠나봐요.

 

3.JPG

 

천식발작까지 있던 날이었는 지라

얼굴이 하얗게 질린 여자가 미친듯이 손으로 눈을 파내고 있으니까

지나가던 청년이 삽을 갖고 와서 도와주셨구요.

 

5.JPG

 

제가 동네분과 잠시 얘기를 하는 동안

아이는  급식소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갑자기 불편해진 다리로 균형을 잡지 못해서 휘청이다가 저리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착잡하더군요.

 

이 녀석이 은신처로 삼고 있던 주택이 개인 가정집을 사진 스튜디오로 개조해서

운영이 되던 곳인데, 그곳 직원분이 안 그래도 다친 고양이가 있으니까 데리고 가달라고

구청에다 연락을 해놓은 상태라 하셔서, 얼마나 놀랐던지요?!

구청에서 나오면 이 아이는 치료가 아닌 안락사를 당하게 되는 건가요?

 

9.JPG 10.JPG

 

 

집에 돌아와 지갑을 챙기는 동안 이 녀석은 이동가방안에서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어요.

병원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소리조차 내지 않고

제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어서.... 그게 더 미안했습니다.

 

6.JPG

 

17.JPG

 

 

감자칩님께 유석으로 이동한다는 연락만 드리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을 했는데,

뼈마디가 다 드러난 상태로 다리를 절단을 해야 된다 하시더라구요. ㅠㅠ

 

16.JPG

 

11.JPG 12.JPG

 

 

그리고 병원으로 이동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아이는 뒷다리를 절단하는 수술과 중성화 수술을 함께 받았어요.

 

아이의 나이는 이제 막 6개월령이 되었고,

수컷, 몸무게는 2kg이에요.

 

제가 더 고민을 하고, 아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지 못한 것은

성묘냥이라면 세 발로도 충분히 거리에서 살 수 있겠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에, 이 녀석이 지내던 골목이.... 제가 밥을 주는 곳 중에서

가장 악독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에요.

작년 여름, 이 골목에서만 예닐곱 마리의 고양이가 약물에 의해 죽었어요.

누군가 쥐약을 놓은 건 지, 아깽이때부터 밥을 주던 아이들이 만 한 살이 되기도 전에

피를 토한 채 죽어있는 걸, 동네 아주머니께서 산에 묻어주셨고,

고양이 사체를 화단에 던져놓은 걸 새벽녘에 묻어주며 얼마나 많이 울었었는지요.

 

그래서 세 다리로 살아가게 될 아이를 그 골목에 다시 방사를 할 자신도 없고,

그렇다고 저희 집은 이미 묘구수가 초과되어, 어머니도 더는 안 된다고 반대를 하시는

입장에서 고민을 하다가...

아이가 다리까지 절단하게 된 게 아닌가, 죄책감을 갖게 되네요.

 

아이는 현재 유석동물병원에 입원을 해있고

겁이 많은 아이에요.

하지만 저에게 하악질은 커녕 저 다리로도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바라보던 아이라

집에서 사람의 손길에 익숙해지면 얼마든지 순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믿어요.

 

병원에서는 일주일 정도 경과를 두고 지켜보다가 퇴원날짜를 정해주신다 하셨는데,

그 전에 아이의 임보, 가능하다면 입양처가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치료지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입양처도 구하고 있다는 글을 덧붙입니다.

 

관심을 갖고 봐주세요.

부탁드립니다. ㅠ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