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회원

준비 회원

2013.03.07 17:38

그걸 위로라고 ....

조회 수 1059 추천 수 0 댓글 10

가슴속에 슬픔인지 뭐인지

훅 올라오는 것들을 막 글로 뱉어버리고싶은데

정작 자판위에 내손이 주저주저 하네요.

 

제니가 떠오르면 그냥 자동으로 얼음땡이 되요.. ㅠㅠㅠ

 

좀전에도 제니가 입던 옷들...이불...집....다 세탁해서 널어넣고

돼랑이랑 눈시울좀 붉혔답니다.

 

그래도 제니는 행복했던 아이라고 자꾸 합리화 시켜볼려고 해도 맘이 맘이...

 

제가 이렇게 우울해하고 있으니까

가족들 밥먹으면서 돼랑이놈이 싱겁을 떨더군요.

 

엄마 웃으라구요.

 

돼랑이녀석이 ....92키로짜리가...목소리는 완전 저음인데...

스마트폰에 그거 있잖아요?

고냥이가 말따라 하는것.... 그걸 하는거에요.

 

처음엔 ...

야~ 야~ 야야야~~

초딩처럼 이말 저말 떠들더니...

아 ~~ 이눔이 누구 심장 떨어지라고 그러나?

아빠도 옆에 있었는데...

 

갑자기 제이름을 불러대는겁니다.

 

" 이XX 씨~~      이XX  씨~~~ 택배 왔어요~"

 

그럼 고냥이가 또 따라합니다 .

헬륨가스 마신 목소리가 귀엽기도 하고 표정도 쥑이죠.

그때까진 잘나간다 싶었습니다.

 

지엄마가 괭이환장증에 걸린것 잘아니까...아마 괭이 표정이나 귀여운 말투에  활짝 웃으라고 시작했겠죠.

 

그다음이 문제였어요.

 

" 택배 왔어요~~~ 택배왔어요~~~   고냥이 사료 떼거지로 왔어요~~""

 

아이쿠머니나~

이 정신나간 돼랑이눔~~

하구많은 택배중에 웬 괭이사료 타령?  ㅎㅎㅎ

 

안그래도 사료 무더기로 오는거 ....삐돌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그간 쌩쑈를 하면서 살았건만.

 

도둑놈 제발 저린다고 순간 허걱~ 했어요.

 

작년 언제던가 ...  사료 무더기로 시켰다가 삐돌씨한테 들킨적 있었거든요.

나갔다 들어오니 거실에 사료 박스만 산처럼 쌓여있었어요.

분명 택배총각한테 윗층 난간 안보이는데다 놓고 가라고 전화해서 신신당부했는데

현관문 열고 들어가니 .....크억!!!   

아무도 없어야 할 집에 그게 떡하니 들어와 있는거에요.

방문 열어보니 ...예고도 없이 삐돌씨가 일찌감치 퇴근해와있었어요.

사료 허겁지겁 치우고 ... 삐돌씨한테는 ...또 거짓말.

저기 윗집에  스물댓마리 키우는 집에서 주문한건데 쌓아놓을곳이 없어서 우리집에 갖다 놨다고. ㅎㅎ

나중에 택배총각한테 얘기 들어보니...사료 옮기고 있는데 문앞에서 우리집 삐돌씨를 만났대요. 젠장!!

 

여튼....삐돌씨....모르는척 하는건지...  아무소리도 안하더군요.

 

저는 애들 먹을꺼  쟁이는게  제일 기뻐요.

애들 노는거 보는게 제일 신나요.

애들 자는거 보면 오줌 싸겠어요.

 

그러면서 세상 욕심이 없어졌어요.

 

어느순간

목걸이. 반지. 귀걸이가 다 무거워지는 바람에  몸에서 떼어져 서랍으로 들어가고

좋아하던 백화점가도 머리만 아프구요.

 

아이들  밥줄수 있는 심성을 가진게 감사하구요.

그리구.....아이들 밥살수 있는 주머니 사정에도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ㅎㅎㅎ

제가 ....제니를 보내고 나니.. 잠깐 착해지고 있나봐요.

 

 

 

  • 고보협. 2013.03.07 17:43
    이렇게 마음 착하신 미카엘라님이 고보협에 계셔서 참 다행이에요. 모쪼록 힘내세요^^
  • 미카엘라 2013.03.07 17:51
    공원에 파묻어놓은 제니가 뛰쳐나와 웃고 있나봐요. ㅎㅎㅎ
    제니 비웃는 웃음소리가 집까지 들리네요.
    착하긴요?
    이젠 착하기도 싫어요.
    나도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고 쌍욕하고 비온 길바닥에 딩굴면서 행패 부리고 싶어요.
    간판도 날라올라 발로 차고 문짝도 부수고
    아톰님이랑 눈알당구도 치고 싶네요.
    빤쭈만 입구요. ㅎㅎㅎ
    오머~~ 상상만 해도 속이 풀려요.ㅎㅎㅎㅎ
  • 너만을영원히 2013.03.07 21:15
    제맘이 그맘이랍니다
  • 마마 2013.03.07 18:04
    원래 착하시면서 애들꺼 잔뜩 쌓아놓으면 제일 부자 같아요
  • 미카엘라 2013.03.07 18:12
    늙어죽을때까지 애들 사료 쟁일수 있는
    경제적 능력과 건강을 제게 주시고
    자꾸 미워지는 사람들을 이쁘게 볼수있는 둥글둥글한 마음을 제게 주소서.
    이게 저의 요즘 화살기도입니다. ㅎㅎㅎ
  • 윤회 2013.03.07 18:08
    미카님은 우는모습보다 웃는모습이 훠얼씬 이쁘실것같아요 ^^
    돼랑이 아버님?은 볼매입니다.....
    미카님이 상상하는 미친년춤?~~~별로 권할것이 못되더군요 ㅠㅠ
  • 히스엄마 2013.03.07 22:41
    미안하고 아픈 마음도 어느순간 잊혀지고 또 생각나고 그래요,
    시간이 해결해줄거고 또 다른 아이들이 있으니 그아이들 보면서 잊으세요.
    언니는 슬픈데 난 아주 신이 났다우.ㅋㅋ.
    머리에 꽃이라도 꽃아야.울 착한 수의사샘 우리애들덕에 실력이 더 늘었겠어요.
  • 미카엘라 2013.03.08 12:17
    히스엄마 정말 올봄엔 신났네...ㅋ 난 까부라지는데.. 저번에 어느분이 날더러 갱년기우울증일수도 있으니 상담받아보라고 하길래 병원갔더니 아니래. 선생님만 웃겨드리고왔어요 ㅋ 우울한데 입만 즐거운척했나? 병원비 아까워 죽갔다.
  • 은이맘 2013.03.08 13:40
    우리들 맘은 다 같나보다..
    방안에 사료만 가득 쟁여 있으면 밥 안먹어도 배부르고...
    달랑거리며 떨어져 가는 소리 들리면 자네말 대로 빼서 서랍속에 넣을게 아니라 팔아서 비상금 만들어야되지않나싶고....건강하게 잘 사시는 부모님께 어차피 물려줄거 미리 좀 달라고 하라고 어느 분께서 내게 말한거 실행하려 했다가 얼른 돌아가세요 하는것 같아서 못하고....
    사료가 들어오면 시침 딱 떼고 "이게 뭐지? 누가 보낸거야" 짐짓 모른체도 하고...
    바깥분이 밀어주는집들 보면 참 부러워~~
    그런 면에서 너네 삐돌씨는 아량이 넓다^^ 알아도 모르는척!!!
  • 호랑이와나비 2013.03.09 10:06
    냥이들 밥챙기시는 분들의 맘은 다 한결 같네요 ^^
    내가 쓰는 거 아껴서 사료하고 캔 사고 ~남편 모르게 몰래 챙기고~
    미카님 웃으라고 맘쓰는 든든한 아드님 있어서 부럽네요 ~
    결혼 전에 10년 키운 세파트 맥스가 있었는데 ~그때 내가 맥스의 죽음을 지켜봤고
    동생들 하고 산에다 묻어 주고 왔는데 ~진짜 영리한 개 였거든요
    갑자기 먼 기억속에 간직하고 있는 사랑스런 맥스가 보고 싶네요ㅠ
    맥스란 이름은 소머즈 아시죠 ? 거기에 나오는 개처럼 생겨서 지어준 이름이랍니다 ~
    벌써 30년전 일이 네요 ㅠㅠㅠ 세월 왜 이리 빨라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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