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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한 봄이와 못난 큰누님 이야기

by 이현신 posted Mar 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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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이 아니지요? ㅋㅋ 바로 얼마전에 글 올리고 또 올립니다! 왜냐구요? 자랑하구 싶어서요!!

 

어쩜 이렇게 잘생겼는지ㅎㅎㅎㅎㅎㅎ

 

IMG_20130321_192342.jpg

 

걍 보면 볼 수록 엄마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가  않아요~

 

 

참... 생각하면 할 수록 무책임하게 봄이를 맡았어요. 거의 떠맡았지요; 그래서 준비도 아는 것도 없이 참... 봄이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못난 큰누나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거에요.

 

게다가 지금 가장 큰 걱정거리가 있어요. 낼모레에 아버지가 내려오셔요. 근데 동물이라면 질색을 하시거든요... 특히 털을 뿜다시피 하는 고양이는..ㅠㅠ 이녀석 밤에 잠까지 안자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엄마는 이 기회에 1층 창고로 보내라고 하셔요. 여동생은 아버지가 올라갈 때까지만 창고에 두고 올라가시고 나면 다시 데려오자고는 하는데... 갈등입니다.

 

봄이가 잘 버텨주고 있기는 하는데 힘들거에요. 거의 방에 갇혀있다시피 하거든요. 지금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를 부모님이 모시고 계셔서도 그렇고(할머니가 마루에서 지내시는데 방 문을 열면 바로 마루거든요ㅠㅠ) 엄마는 애완동물하고 같이 한 공간에서 사는 걸 이해를 못하시는 분인데다가... 봄이가 밖으로 나가고 싶어해요. 그렇기도 하겠죠.. 밖에는 더 넓은 공간이 있는데.. 그래서 그럴까요. 요새 요 녀석이 방문앞에서 떨어지질 않아요.. 그래서 부엌이나 화장실을 갈 때 문앞에서 녀석을 밀어내고 다시 밀어내고를 반복하다가 겨우 밖으로 나가지요..ㅠㅠ 밤에는 밖으로 나가겠다고 본격적으로 방문을 긁어대기까지 하구요.. 첫날에는 아주 돌아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잠을 못 잤어요. 마치 100일이 안된 아기를 키우는 것처럼 애달프게 우는 녀석 자다가 일어나서 쓰다듬어주고 잠잠해지면 다시 자다가 또 울면은 일어나서 쓰다듬어주고... 어제는 좀 덜했는데 오늘밤이 무섭습니다ㅜㅜㅜㅜㅜㅜㅜ

 

근데 저는 봄이를 창고에 보내고 싶은 마음보다 100일된 아기 키우는 마음으로 옆에 두고 싶어요. 만약 가족하고 같이 살고 있지 않다면 그랬을거에요. 헌데... 할머니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내색은 안 하시지만 불만을 표시하십니다. 그 녀석 참 수다쟁이라구요... 제가 잠을 못자서 충혈된 눈으로 있어서 좀 구박이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요새 우리 엄마 절 볼때마다 하시는 말씀이 '그 녀석한테 하는 거에 반만큼이라도 나한테 했으면 효녀문 받았겠다' 에요... 근데 어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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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귀여운 녀석인데ㅠㅠㅠㅠㅠ 게다가 이 녀석... 제가 없으면 불안해해요. 같이 방을 쓰는 동생말이 제가 없으면 동생 무릎에서 떨어지질 않는데요. 방에 아무도 없으면 의자 위에 올라가서 꿈쩍하지 않고 있다가 아주 드물게(사람이 있으면 수다쟁이인데도) 한 번씩 '야옹' 거리기만 한데요. 제가 있어야 그나마 수다쟁이가 된다는 거에요... 아 정말 미치겠습니다ㅠㅠ

 

창고에 이 녀석을 데리고 갔는데 케이지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안 쓰는 물건 쌓여있는 곳으로 들어가더니 안 나왔어요! 덕분에 1시간 뒤에 병원 가야하는 녀석을 꺼내려고 쌓여있는 물건들하고 한바탕 씨름을 했지요; 낯선 곳에 가면 구석에서 안 나옵니다. 소리도 안 내더라구요. 겁쟁이에요. 이녀석. 보기와는 다르게.

 

보통 고양이가 독립적인 생물이라고 하는데 우리 봄이는 저언혀 안그래요. 아는 사람이 없으면 구석에 가서 소리도 안 내면서 숨어있어요. 겉으로는 독립적인데 실제적으로는 안 그런거죠..

 

두서없이 길기만 한 넋두리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근데 어디가서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요.. 밝고 명랑한 분위기로 쓰고 싶었는데... 제가 지금 처해있는 상황이 그걸 가능하게 해주지 않네요.. 그래도 시간이 지날 수록 봄이가 건강해지고 잘 먹고 잘 싸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기쁩니다. 고작 1주일도 안 된 고양이 주인이지만 못난 주인때문에 고생하는 고양이라지만 앞으로 같이 잘 해나갈 수 있겠죠? 조언과 격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