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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5 11:36

백두산 할배.

조회 수 877 추천 수 0 댓글 8

공원에 가면 백두산 할배가 운동 열심히 하세요.

 

왜?

제가 백두산 할배라고 부르냐면요.

 

이 할배가 사실 나랑 민쯩 까고 보면 나이차도 기껏해야 열살 조금 넘을까?

 

그런데 시종일관 저를 보면 반말 이십니다.

 

퍼뜩 생각난게 " 반말마~~~  반말마~~" 를 외치는 그룹 백두산이 생각나서에요. ㅎㅎㅎ

 

하여간 이 할배...아니 이 아저씨...

 

첫만남부터 이랬습니다.

 

" 뭐해~~~? " 

 

첨엔 누구 부르나 했습니다. 

내가  아는 목소리는아니지만 아줌마 오지랍땜에 뭐시당가? 하고 올려다보니

거기에 그할배가 서서 내가 코코랑 그래이 밥주는걸 보고 있더라는겁니다,

 

"  아~~  네~~"  

 성의없는 대답속에 마음이 꼬부라지기 시작했어요. ㅎㅎㅎ

어찌라고?   왜 말꽁댕이는 집에다 두고 와서 반말질일까?  ....

 

" 밥을 왜 줘?   공원에 도둑괭이들 엄청 많아도 다들 살이 통통한데? "

 

" 아~ 네~  "     저....다중이처럼 또 웃습니다.

 

속으론...."아이구~  XX 두 풍년이시네~  괭이들이 아무리 뚱뚱해도 아저씨 몸매보다 나아요~ 이거 왜 이래요? "

 

자꾸 말시킵니다.

 

"맨날 갖다줘? " 

" 아니요~  운동나왔다 보이면 가끔 줘요~ "

 

가끔 주긴....특식은 매일 나르고 고정 식당도 있는걸...ㅎㅎㅎ

 

할배는 언덕위 운동기구 있는곳....나는 언덕 아래 구석탱이에서... 피곤하기 짝이 없고

밥준다고 뭐라하는 인간들과 어쩌면 똑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요. 

 

이제 대꾸하기도 귀찮아 녹음기를 목에다 달고 다니다가...누가 밥준다고 뭐라고 하면

찰깍 녹음기 작동시켜서 들려주고 싶어요.

 

" 얘들을 밥만 주는게 아니고 중성화수술을 시켜서 발정소리도 안나게 하고 쓰레기봉투가 어찌고 저찌고

 살아봤자 2-3년 사는 가여운 중생들 좀 눈감아주시고 쏘알라 쏘알라......"

 

쏘알라 거리면서 다시 할배를 유심히 봤습니다.

 

참 ~~ 몸매 쥑이십니다. ㅎㅎㅎ

저번에 우리 코코한테 짱돌 던진 할배랑 형제이신지...

얼큰이시고...목 없으시고... 얼굴과 곧바로 붙은 가슴... 가슴보다 더 나온 배....짧고 오짜다리...

눈....와아~  눈 대박~~  지글 지글 버글버글....눈에서 기름이 끓고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에....마지막으로 한마디 올렸습니다.

 

"공원에 애들 학대하는 할아버지들이 몇분 계신데 못하게좀 하세요~  벌금 천만원에 징역도 1년 사셔야 하니..."

 

그리고 그다음부턴.... 귀 안들리는척 했습니다.

 

제 특기에요.

귀안들리는척.... 구석에서 쓰레기 줍는척.....

식당에 사료 부어주다 들키면....요즘 집나간 고양이 찾는중이라고 거짓뿌렁. ㅎㅎㅎㅎ

 

이제 날씨가 점점 좋아지니...

집앞에도 할머니들이 포진해 계십니다.

지난 겨울동안 동네 집집에 숟가락들이 줄었나 ...몇개 늘었나... 그 참견들 하고 싶으셔서

해질때까지 나와서 이바구들 하고 계시니...

난 또 눈치가 삼백단 되게 생겼습니다. ㅎㅎㅎ

 

어찌됐던...

좀있음 백두산 할배 운동 끝날 시간이니...닭가슴살 삶은거 들고 공원에나 가야겠습니다.

 

오늘도 반말 하시면...

백두산할배가  아니라 맛동산 할배라고 부르려구요.

 

 

  • 밥퍼주는여자 2013.04.05 20:45
    날씨가 따뜻해지니 사람들이 정말 많이 나와있더라구요..
    나이가 들면 외로워서 그런가..남의 일에 참견도 많고..고집불통에..외골수가 되나봅니다..
    제발 남의 빌라 주차장에 돗자리 깔고 앉아서 떠들지 않았으면..
    밥먹으러 오는 애들이 눈치보다가 그냥 가더라구요..
  • 미카엘라 2013.04.06 14:35
    미치고 팔짝땐스 출 계절이 드디어 왔네요. ㅎㅎㅎ
    우리집 현관으로 밥먹으러 오는 애들을 동네 할무이들께서 더 잘아십니다.
    시커먼놈..개처럼 큰놈...얼룩덜룩한놈...화분할매 물어뜯으신 뇬...
    저번에 죽은새끼 못낳아서 우리집앞에 쓰러져있다 수술하고 살아난 삼순이뇬..
    삼순이가 오래전에 낳았던 두놈... 등등
    애들 동선도 다 알고 계시는 할머니들의 오지랖. ㅎㅎㅎ
    누구네 담을 타고 넘어들어가서 또 누구네 지붕위로 올라간다음 .. 어절씨구~ 눈들도 밝으십니다.
    슬슬 저만 지나가면 할매들 고양이타령이 나올 시간입니다.
  • 소립자 2013.04.05 21:06
    미카님이 나이에 비해 너무 젊어보이시는 건 아닌지^^
    백두산 할배 눈에는 젊은 새댁으로 보여서 친근한 마음으로
    반말을 했을수도 있을 듯...
    냥이 밥주면서 젊은이들이 좋아졌어요..
    젊은애들은 벤치에 앉아있어도 귀에 이어폰끼고 핸드폰에 정신 팔고 있어서
    바로 뒤에서 부시럭 부시럭 고양이밥 차려주고 있어도 관심이 없는데
    아줌마들이나 노인들은 어두운 밤인데도 눈크게 뜨고
    뭐하려고 저러나 지켜보는 게 대부분이니....
  • 미카엘라 2013.04.06 14:38

    젊어보이긴요?

    중3때 ...몇학년이냐고 물어봐서 ...3학년이요~ 그러면 ...고 3인줄 알던. ㅠㅠㅠ

    스물한살때는 스물여섯으로 봤던 노안입니다. ㅎㅎㅎ

    할배가 반말한건.... 고양이 밥주면 다 아래로 깔아보는 못된 인간들의 습성때문이죠.
    콩만한 놈들이 모여서 담배피거나 꽁초 튀겨서 버려도 한마디도 못하면서
    고양이 밥주면 득달같이 들이대며 난리를 피는 인정대가리라곤 없는 심성.
    차라리 젊은 친구들은 관심이 없어서 좋아요.
    꼭 할머니 할아버지...아님 공원에 백수 아저씨들이 돌을 들어요.
    식당옆에 텐트를 치고 자야하나. ㅎㅎㅎ

  • 호랑이와나비 2013.04.06 11:23
    미카님 득도의 경지에 오르셨군요 ㅋ
    들려도 안들리는 척 ~어느 개가 짖다 ㅎㅎㅎ
    저도 그 경지에 도달해야 하는데 ㅠ
    아직도 누가 지나가다 한소리하면 가슴속에서 불끈 ~
    백두산 할배가 반말하는것 미카님이 자기 보다 헐씬 젊어 보여서 그럴 껍니다 ㅋ
    아니면 이할배 싸래기 밥만 먹어서 그럴려나 ~~~
  • 미카엘라 2013.04.06 14:45
    득도의 경지는요?
    기운이 없어서 누구하고 언쟁이라도 하고나면 며칠 몸이 아파요.
    기 쎈 사람하고 붙어서 있음 금방 얼굴이 곤죽이 되구요. ㅎㅎㅎ
    싸우면 또 뭐해요. 소고기 사먹을것도 아니구.
    그냥 나 돈많고 모질래서 애들 밥준다~~ 그러니 어쩔래? 하는 멍한 눈으로 살짝 바라보다
    입닫고 있음 제풀에 지쳐 말문을 닫더라구요.
    그리구..
    그 할배 ..싸래기 밥만 먹어서 그 배가 될수는 없어요.
    누워서 역기도 팍팍 들던데 뭘 자셔서 그리 힘이 좋으시고
    아줌마도 아니면서 하늘을 뚫는 오지랖에
    시종일관 반말이신지. ㅎㅎㅎ
    갑자기 어떤 아줌마 생각나요.
    남편이 욕을 하면 쫘악~ 깔린 저음의 갱상도 사투리로...
    " 내는 배불러서 그 욕 안묵을끼다~ 배고픈 니나 다 무라~" ㅎㅎㅎ
  • 북극곰 2013.04.06 18:34
    백두산 할배님이...은근...=ㅅ=기다리시는건 아닐까요..?
    미카님 오시기를.....
  • 미카엘라 2013.04.07 21:58
    난 사람남자한테는 안먹히는 뇨자인걸요.
    80넘은 츄리닝속 손 할배께서도 저를 피하십니다. ㅎㅎㅎ
    어떤 남자가 그러는데 ...저한테 잘못 말하면 뚜등기 패게 생겼답니다.
    괭이들한테만 먹히는 얼굴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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