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쯤 전 저희집 현관고양이들 중 한 마리가 배가 둥그렇게 부른 것을 깨달았는데,
고양이집들 있는 데가 도저히 새끼를 낳아서 키울만한 장소가 아니거든요.
걱정되어서 여기 고보협에도 가입하고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아마 새끼 낳을 다른 데 찾아갈 거다, 라는 답변이 대세더군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어제부터 얘가 보이지 않네요. 흑흑.
거의 항상 현관문 열면 기다리고 있었던 녀석인데. ㅠㅠ
아, 어딘가 적당한 장소로 가서 새끼 잘 낳았겠지요?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좋은 장소는 잘 찾았는지, 새끼는 무사히 낳았는지, 밥 먹을 건 있는지,
걱정되고 보고 싶어서 막 눈물이 나오네요.
마당 있는 집이었으면 구석 자리에 산실 예쁘게 꾸며줄 수도 있었을 텐데,
다세대주택 현관 앞 손바닥만한 공간밖에 없어서... 흑흑....
그나마 다른 세대와 공유하는 현관이 아니라 밥 주고 집 지어주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역시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장소는 전혀 아니니....
새끼는 다른 데 가서 낳더라도 혹시 밥이라도 먹으러 올까봐
언제든지 와도 먹을 수 있게 사료를 계속 그득그득 보충하고 있답니다.
전에는 내가 나올 때까지 현관 앞 제 집에서 기다리면 되지만
지금은 새끼 있을 테니 빨리 먹고 돌아가야 할 테니까요.
고양이들에게 밥 주는 걸 뭐라고 하는 지인들이 있어요. 고양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길고양이들이 사람 주는 사료에 의존하다 보면 자생력이 떨어져서 더 위험해진다고요.
그렇게 의존하다가 새끼 낳으러 또는 영역에서 밀려서 떠나는 애들은 더이상 살기 어려울 거라고.
어쨌든 절대적으로 (좋은) 먹이가 부족한데 밥을 주지 말란 말이냐고 반박해 보았지만....
(같이 살지 않는) 제 동생과 또다른 지인은 그래서 랜덤하게 밥을 준다네요.
매일 주는 게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밤에 장소도 바꿔가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해야 동네 사람들에게 들키지도 않을 뿐더러
고양이들이 너무 사료에 의존하지 않고 먹이 구하는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요.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매일 밥 주기가 힘들어서 그렇겠지만... ;;;)
뭐 이 애들은 제집 현관 앞에 사는 현관고양이라 그렇게 할 상황도 아니긴 했지요.
현관문만 열면 눈 똥그랗게 뜨고 올려다보는데,
“밥은 조금씩만 줄 테니, 나머지는 너희들이 직접 알아서 구해”라고 할 수는 도저히....
하지만 막상 애들이 떠나면 그게 자꾸 마음에 걸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몇 달이나 내가 주는 밥 먹고 내가 지어준 집에서 살았는데,
다른 데 가서 밥은 제대로 구해서 먹고 살 수 있을지, 오히려 내가 생존력을 떨어뜨린 게 아닌지...
우리 그렝이, 좋은 장소 찾아서 새끼도 무사히 잘 낳고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해 주세요.
괜히 제가 엄마 맘에 노파심으로 걱정하는 거라고, 그렝이는 시집간 딸처럼 제 자식들 낳고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예전 새끼낳은 엄마묘를 보니 새끼들때문에 화장실갈때하고 밥먹을때 잠깐 빼고는 자리를 비우지 않더라구요..
그러나 한달 후에는 살아남은 새끼들을 데리고 갯머루님 현관앞에 일렬로 줄서서 기다리고 있을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