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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1 13:56

아는 고양이......

조회 수 747 추천 수 1 댓글 5

집 안과 마당에서 밥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밥그릇을 챙기다가 생각했습니다.

언제 저렇게 많아졌지. 더럭 겁이 납니다. 밥을 주기 시작한 게 언젠데 이제 와......

 

 

가는 길에 고양이가 있으면 다른 길로 돌아가고 마당에 고양이가 있으면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젠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목소리를 구분하고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성격은 어떤지 누구와 누가 친한 지

또는 소원한 지. 3년 넘는 시간 동안 참 많은 게 변했습니다. 

 

여러분의 이웃은 어떠세요?

저희 집은 고립무원입니다.

앞집에는 자신의 집에서 발견된 아기냥이를 길바닥에 던지는 노부부가 살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돌을 던져 쫒는 이웃이 있고, 왼쪽으로는 아이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높게 장벽을 쌓은 이웃이 있고

뒷집에는 아이들에게 계절 상관없이 물바가지를 세례를 퍼 붇는 이웃이 있습니다. 가끔 못이 박힌 나무도 던집니다.

언제인가 물바가지를 언니가 뒤집어썼습니다. 이 물바가지를 피해 고양이 한 마리가 도망쳐 언니 뒤로 숨었습니다.

사람을 피해 사람 뒤에 숨는 웃지 못 할 광경이 벌어진 겁니다.

그래놓고 사과 한마디 없었지만 언니는 싫은 소리 한 마디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답니다. 아이가 당하지 않아서 그리고 이렇게 한 번 맞아줬으니 한동안 잠잠하겠지 싶어서.

 

 

노부부는 새벽기도를 부지런히 나가고 권사님이 있는 다른 집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찬송가를 부릅니다.

참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생명에 대한 기본 의식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그들은 도대체 뭘 위해 기도할까요?

(오해는 마세요. 기독교인을 비하하려는 게 아닙니다.)

물바가지를 씌워놓고 뻔뻔하게 택배를 맡겨놓는 뒷집  사람들의 뇌는 또 어떤 구조일까요?

 

며칠 전에는 생전 처음 본 남자가 찾아와 항의를 했습니다.

고양이가 얼마나 나쁜 동물인 줄 아냐. 제 텃밭을 다 망쳐 놨다. 어디서 사시냐 물으니 그건 알 필요 없답니다.

지나면서 보니 이 집에서 고양이들이 많이 나오더라. 자기는 고양이를 보면 다 죽여 버린다.

이 동네 사람들은 고양이 다 싫어한다. 그거나 알고 있으라며 분노와 경멸을 퍼부어 대고 갑니다.

 

괜한 짓을 시작한 건 아닌가. 회의가 듭니다.

아이들에게 드는 시간과 비용 때문이 아닙니다. 주위의 눈치나 원성 때문도 아닙니다.

몰랐으면 그래도 괜찮았을, 아는 고양이라 겪어야 되는 그 감정들이 불편하고 부담스럽습니다.

아무리 되풀이해도 도저히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습니다.

보호막하나 없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그렇게 고단하게 살아야 하는 아이들 때문에......

더 착잡한 건 시간이 흘러도 이 아이들 받는 대우는 결코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사람들이 조금만 더 착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문득 생각이 많은 오후입니다.

 

회의와 걱정이 충돌하는 이 순간에도

그래도 이왕이면 내가 아는 고양이들이 어디에서든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 소 현(순천) 2013.04.11 15:51
    참 외로운 사움을 하며 냥이들을 보호하고 계시네요.
    정말 사람들 ..그 사람들 뇌구조가 저도 궁금합니다.
    냥이들...절대 사람을 해치거나 병을 옮기지 않는데..아마 동물 보호법에 혼이 좀 나봐야
    정신 차릴려나....그래도 지켜줄수 있음 지켜 주세요.
  • 마음가득 2013.04.11 18:17
    "아는 고양이들" ... 그 말에 백배 공감입니다 .. 이 세상의 모든 냥이들을 다품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제가 아는 아이들만큼은 제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다치지 않았으면... 이쁨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매일밤 냥이들 도시락 준비할때 애들 이름하나씩 부르며 기도합니다 .. 제발 제가 아는 고양이들은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살게 해주세요 ... 가끔 사람들 잔뜩 지나다니는데 그 아는 고양이들이 하필이면 한꺼번에 여기저기서 나타나 저를 둘러싸고 으앵 거리며 아는 척을 하며 어여 밥 던져 달라고 으앵 으앵 거려서 좀 난처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너무 이쁜 아가들 ... 정말 최소한 제가 아는 고양이만이라도 무사하길..... 고단한 하루 잘 버텨내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 루나바라기 2013.04.11 19:08
    시련을 겪으면 겪을수록 맘은 더 강해집니다...그아이들의 눈을보면요~사람들의 대한 악이라고나할까요?언제쯤 우리사회는 동물과 공존하게 될까요;;;;
  • 은이맘 2013.04.11 22:30
    그러시군요. 힘든 자리에 계시네요~혹시 약간 시골이신가요?
    제가 사는데가 시골인데 아이들의 사고나 이런건 안심이 되는대신
    밭에들어간다 똥싼다 밥주지마라 가두어라등등 머리아프죠.
    뭐라 딱히 드릴 말씀이 없네요.다만 이겨내시라는것 외엔~~
  • 굼뱅이 2013.04.13 21:40
    요즘시골사람들 인심이 더 야뱍해요....이동네 누가 쥐약나서 옆집 마당냥이 새끼 여덟마리중 여섯마리 죽었대요...뭐가 그리 못마땅할까요? 왜 그리 미워할까요? 사람들이 젤로 잔인해요..넘 나빠요..죽은 냥 이 얼굴이 자꾸 생각나 슬퍼요..무슨 잘못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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