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과 마당에서 밥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밥그릇을 챙기다가 생각했습니다.
언제 저렇게 많아졌지. 더럭 겁이 납니다. 밥을 주기 시작한 게 언젠데 이제 와......
가는 길에 고양이가 있으면 다른 길로 돌아가고 마당에 고양이가 있으면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젠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목소리를 구분하고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성격은 어떤지 누구와 누가 친한 지
또는 소원한 지. 3년 넘는 시간 동안 참 많은 게 변했습니다.
여러분의 이웃은 어떠세요?
저희 집은 고립무원입니다.
앞집에는 자신의 집에서 발견된 아기냥이를 길바닥에 던지는 노부부가 살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돌을 던져 쫒는 이웃이 있고, 왼쪽으로는 아이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높게 장벽을 쌓은 이웃이 있고
뒷집에는 아이들에게 계절 상관없이 물바가지를 세례를 퍼 붇는 이웃이 있습니다. 가끔 못이 박힌 나무도 던집니다.
언제인가 물바가지를 언니가 뒤집어썼습니다. 이 물바가지를 피해 고양이 한 마리가 도망쳐 언니 뒤로 숨었습니다.
사람을 피해 사람 뒤에 숨는 웃지 못 할 광경이 벌어진 겁니다.
그래놓고 사과 한마디 없었지만 언니는 싫은 소리 한 마디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답니다. 아이가 당하지 않아서 그리고 이렇게 한 번 맞아줬으니 한동안 잠잠하겠지 싶어서.
노부부는 새벽기도를 부지런히 나가고 권사님이 있는 다른 집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찬송가를 부릅니다.
참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생명에 대한 기본 의식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그들은 도대체 뭘 위해 기도할까요?
(오해는 마세요. 기독교인을 비하하려는 게 아닙니다.)
물바가지를 씌워놓고 뻔뻔하게 택배를 맡겨놓는 뒷집 사람들의 뇌는 또 어떤 구조일까요?
며칠 전에는 생전 처음 본 남자가 찾아와 항의를 했습니다.
고양이가 얼마나 나쁜 동물인 줄 아냐. 제 텃밭을 다 망쳐 놨다. 어디서 사시냐 물으니 그건 알 필요 없답니다.
지나면서 보니 이 집에서 고양이들이 많이 나오더라. 자기는 고양이를 보면 다 죽여 버린다.
이 동네 사람들은 고양이 다 싫어한다. 그거나 알고 있으라며 분노와 경멸을 퍼부어 대고 갑니다.
괜한 짓을 시작한 건 아닌가. 회의가 듭니다.
아이들에게 드는 시간과 비용 때문이 아닙니다. 주위의 눈치나 원성 때문도 아닙니다.
몰랐으면 그래도 괜찮았을, 아는 고양이라 겪어야 되는 그 감정들이 불편하고 부담스럽습니다.
아무리 되풀이해도 도저히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습니다.
보호막하나 없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그렇게 고단하게 살아야 하는 아이들 때문에......
더 착잡한 건 시간이 흘러도 이 아이들 받는 대우는 결코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사람들이 조금만 더 착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문득 생각이 많은 오후입니다.
회의와 걱정이 충돌하는 이 순간에도
그래도 이왕이면 내가 아는 고양이들이 어디에서든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사람들 ..그 사람들 뇌구조가 저도 궁금합니다.
냥이들...절대 사람을 해치거나 병을 옮기지 않는데..아마 동물 보호법에 혼이 좀 나봐야
정신 차릴려나....그래도 지켜줄수 있음 지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