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현관고양이들 중 그렝이가 임신해서 떠난 것 같다고(현관 앞이 새끼를 낳아 키울 환경이 안되는지라) 지난번에 글 올렸었는데
아직 새끼를 안 낳았네요. 요즘도 종종 들러서 밥 먹고 고양이집에서 쉬다가도 갑니다.
혹시 임신이 아니고 병인가 걱정도 되지만, 걷는 뒷모습을 보면 배가 처진 게 아니라 옆으로 동그란 게 임신은 임신인 것 같은데요.
그렝이가 마땅한 출산장소는 찾았는지 무사히 새끼를 낳을지 출산후 밥은 제대로 먹을지 우리집에 밥 먹으러 올 수 있을지 걱정이 한태산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집안에 들여서 편안히 새끼 낳게 해주고 싶은데, 그럴 방법이 없네요.
밥 줄 때 그릇을 현관 안에 놓아두고 차츰 집안에 익숙하게 꼬여 보라고들 하셔서 시도해봤어요. 현관 안에 들어오긴 하는데 아무래도 좀 경계를 하는 듯 보이더군요.
경계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맘이라도 편하게 밥 먹게 해주고 싶기도 하고,
얘가 다른 데서 새끼 낳으면 언제든지 와서 밥 먹을 수 있도록 현관앞 밥그릇에 사료를 항상 채워두는 참이라,
먹이로 꾀어서 집안에 들어오도록 하는 건 포기했어요.
집안에서도 사람 다니지 않고 조용한 곳을 찾으려면 침실에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그렇게 되면 저는 며칠간 침실 밖에서 살 용의도 있습니다만)
침실 안쪽까지 들어오게 만드는 건 도저히 시간 내에 불가능할 것 같아서요.
오히려 그렝이랑 현관앞에 같이 사는 예롱이가 집안에 호기심을 보이더라구요. 첫날부터 집안에 들어와서 여기저기 살펴보더니
그 다음부터는 현관문만 열면 들어와서 집안에서 놀아요. ㅎㅎ 양말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양말 물고 돌아다니다가 제 집에 갖다놓기도 하고, 양말 뭉쳐서 공같이 만들어 던져주면 앞발로 치고 잡고 공놀이 하고, 행거에 끈으로 양말 묶어서 흔들어 주면 달려들기도 하고. ㅎㅎ
또는 깔개에 가만히 앉아서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도 항상 제게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네요. 쩝.
하루는 예롱이가 집안에서 없어졌습니다. 저는 그냥 책 보고 있던 사이에요. 집안에도 없고 밖에도 없더군요.
어딜 갔나 집안 구석구석 뒤져봐도 없길래 밖에 나갔나 보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하루가 다 되도록 보이지 않더라고요. 원래 집과 집 주변에만 있는 녀석인데. 불러도 나타나지 않고.(집 주위에 있을 때는 부르면 야옹거리며 옵니다).
또다시 집안 곳곳 침대밑 싱크대밑 책장구석 다 찾아봤는데도 없었어요. 걱정되어서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더라고요.
밤에 없어졌는데 다음날 밤이 다 되어서 가늘게 예롱이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깜짝 놀라 찾아보니, 침대 밑에 갇혀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침대를 들어내자 후다닥 달려나가서 밥과 물을 아구아구 먹더군요. 하루종일 갇혀 있었나 봅니다.
정말 신기한 건, 제가 침대 밑은 당연히 제일 먼저 제일 많이 살펴본 곳이라는 겁니다.
손전등까지 켜서 구석구석 살펴보았는데, 어떻게 동전 하나도 아니고 고양이 한 마리가 안 보일 수가 있을까요. @.@
다른 데 있다가 나중에 들어갔나 싶기도 하지만, 손바닥만한 집구석에 사실 다른 데 있을 만한 데도 없고요.
뭐에 홀린 것 같기도 하고 신기했습니다. 투명망토라도 가지고 있는지.
이전에도 분명히 작은 방에 들어간 거 같았는데, 책상 밑, 의자 밑, 책장 구석 다 보아도 없길래 돌아서서 나오는 순간 후다닥 방안에서 달려나온 적도 있답니다. 정말 투명마술을 부리나봐요.
혼쭐이 났으니 다신 집안에 안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뭐 그 후에도 전혀 아무 생각없이 잘만 들어와서 놀더군요. ㅋㅋ
예롱이도 암컷인 것 같아서 지금부터 집안에 익숙하게 만들려고, 하루에 한두번씩 집안에 들입니다. 그렝이는 늦었지만 예롱이는 임신하면 집안에서 새끼 낳을 수 있도록 말이죠.
현관앞 고양이집이 도저히 새끼 낳고 키울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 임신만 하면 떠나가야 하니, 제가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렝이 출산 문제로도 참 걱정이 태산인데,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현관앞에 거주하는 고양이들 외에도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이 서너마리 더 있습니다. 밥 먹는 거야 얼마든지 먹어도 좋은데,
얘들이 제가 예쁘게 만들어준 고양이집을 보고 집 차지하려고 거주고양이들을 내쫓을까봐 항상 걱정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방문고양이 중 하나인 터치가 집을 떡하니 차지하고 누워 있네요. ㅠㅠ
그렝이와 예롱이는 쫓겨나듯이 멀찌감치 앉아 있고요. 덩치로 보아도 그렝이와 예롱이는 터치의 상대가 안됩니다.
현관고양이 중 맏형인 까망이나 돌아와야 상대가 될까말까 한데, 요즘 까망이 녀석이 넘 외박이 잦아서. ㅠㅠ
어떡하죠? 터치를 쫓아내야 하는 건가요?
이 터치 녀석이 굉장히 사람친화적입니다. 제가 다가가면 다른 고양이들 후다닥 흩어지는 와중에 “쟤들 왜 그러냐?” 의아해하면서 가만히 있습니다.
만지는 건 물론이려니와 안고 돌아다닌 적도 있답니다. 저만 보면 아응아응 꼭 얘길 하고요.
저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한테 다 그런 거 같아요. 이런 고양이가 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도 됩니다.
그렇다고 의존적이고 순하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다른 고양이들과 기세싸움할 때 보면 완전 덜덜덜.
사람 손길을 허락하는 것도 의존적이라기보단 ‘만지게 허락해주노라’는 위풍당당한 왕자풍.
외출고양이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왜 우리 고양이집을 차지하고 있냐고요? 전에도 밤에 비 맞고 와서 묵고 간 일도 있습니다.
밥 먹으러 왔다가 쉬고 가는 것 같기도 한데, 이러다가 집을 차지하려고 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만삭이 되어서 애처로운 그렝이, 집안에 들어와 놀기 좋아하는 예롱이, 원래 처음 자리를 잡은 터줏대감 까망이(요즘은 외박이 잦지만)...
얘들이 원래 거주자인 현관고양이들인데, 터치 때문에 쫓겨나게 되면 어쩌죠?
터치가 워낙 사람 손길을 거부하지 않으니, 그냥 들어다가 집안에서 키울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 집안에 길들이려고 하고 있는 예롱이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터치가 집안에 있으면 예롱이가 안들어올 것 같아서요.
어휴, 예롱이와 그렝이는 진짜 사이가 좋은데... 고양이집에 방 3개가 있는데도 둘이 꼭 한방에 들어가 몸 붙이고 자고.
그렝이와 예롱이가 함께 집안에 들어와 살면 얼마나 좋을까... ㅠㅠ
아, 몇시간째 터치가 고양이집 차지하고 안 나가고 있네요. 그렝이와 예롱이는 쫓겨나서 나가 버리고. ㅠ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집안에 들일 수도 없고 내쫓을 수도 없고 현관앞 고양이집을 차지하게 놓아둘 수도 없고.
고양이들 살기 시작한 이후로, 한시도 편할 날이 없네요. 매순간 고양이 생각이고 걱정입니다. 흑.
일단 이 터치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견 부탁드립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도 고양이들이 여럿 있는데
저는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요..
아파트내에서 태어나 어미없이 크고 여기를 벗어나 보지 못한 아이들이 젤 우선이고
여기서 태어나긴 했지만 어미가 새끼들을 데리고 앞단지와 우리 아파트를
왔다 갔다 하다가 독립시킨 아이들이 2순위
뜨내기로 왔다갔다 하는 아이들은 3순위예요^^
3순위아이들은 다른 곳 밥자리도 잘 알고 있고
어느정도 다른 데서도 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저는 다른 아이들이 연약한 1순위 아이들 집을 뺏으려고 하면
큰소리를 내면서 쫒아냅니다..
오는 아이들 밥은 주지만 서열은 분명히 지켜주겠다~~
저같으면 힘세고 적응 잘할 것 같은 터치에게는
집을 비워달라고 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