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충격먹었어요.
공원에 가면 ' 주저앉아 쓰레질' 할머니가 계시는데요.
어깨까지 오는 백발머리 뒤로 묶으시고 분홍색 모자쓰시고
공원 벤치 앞길을 안방만큼이나 깨끗하게 청소하시는 분이에요.
회양목 가지를 잘라 빗자루처럼 말아쥐시고선
무슨 수행하시듯이 잎파리 하나 없게 말끔하게 그렇게요.
'츄리닝속 손 할배' 랑 연배가 비슷하실것 같아
오늘 연세를 여쭸더니....88세 시랍니다.
그러시더니...그때부터....
똑같은 말씀을.
사실은 그제도 들었고....어제도 들었고...
오래전에도 들었던.
할머님이 아주 미인이시거든요.
제가 말꺼낸게 죄에요. ㅎㅎㅎ
" 할머니 젊으셨을때 엄청 미인이셨겠어요? 지금도 이렇게 이쁘시니..."
사실은
할머니한테 이렇게...처삼촌 벌초하듯이 성의없게 얘기드리면서
회양목사이에 언놈이 있나 흘끗거리면서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말 꺼내기 무섭게..
젊은 나이에 청상과부가 되셔서 동네 남자들이 자꾸 이놈저놈이 넘보는걸
초장에 눈도 껌뻑 안하고 매몰차게 굴었더니
동네서 저여자 건드려도 넘어가지도 않는 여자로 소문이 나서
이적까지 몸을 깨끗이 건사하고 살았다는....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그말씀은 언제나 똑 같습니다. ㅎㅎㅎㅎ
이나이 먹도록 몸을 깨까시 건사했다는것을 강조...
막판에는....
하나님이 보우하사~
하나님은 늘 깨어계시고 살아계셔서 나를 지켜주시니 나는 언제나 즐겁도다~~ 는 말씀.
그렇게 이쯤에서 오늘의 마지막 멘트가 끝나나 싶었는데...
갑자기 저보구 몇살이냐구 물어보시네요.
" 제가 몇살이나 먹어보여요? 할머니? " 그랬더니.....
흑~~ 흑흑흑~~~
하시는 말씀이....
" 한 70은 됐나? 그 정도는 됐지? " 그러십니다.
아흑~~ 이거 웬 순창고추장에 코박구 죽을 소리냐구요?
은이맘성님~~ 이제부터 저보구 성님이라고 하십시요~ ㅎㅎㅎㅎ
이거...기막혀 웃다가 ....
어이없어 한숨나오다가...
사료보따리 빈거 들고 털레리 털레리 집으로 오는데
갑자기 그 할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엘지유플러스에 잘못 전화해서 ...
엘지유플러스입니다~ 상담원이 그러니까...
뭐요? 엘지에 불났다구요? 하시던 그 할머니. ㅎㅎㅎㅎ
나는 나이먹어도 그러지는 말아야지 하면서
누르면 정신이 맑아진다는 뒷머리 혈을 지금도 꼭꼭 눌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