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밤 10시경 집에 귀가하던 중, 골목길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소녀 둘이서 안절부절 하며 서성이는 게 보이더군요.
이상해서 다가가 보니까,
한달도 채 안된 아기 고양이가 길바닥에 비틀거리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아기고양이가 이상해서 지켜보고 있었고 옆 건물 사람들이 말하길 4층 옥상에서 떨어졌다고 합니다.
어려서인지, 충격 때문인지 눈을 전혀 뜨지 못하고 코피를 줄줄 흘리며 바닥을 기어다니는 아기냥을
급히 안고 고보협에 연락 후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휴일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친절히 도움 주신 운영진님께 감사드립니다.)
너무 어려서 자세한 검사는 할 수 없었고,
엑스레이 진단 결과, 충격으로 폐혈증이 의심된다고 하셔서 입원이 결정되었습니다.
골절이나 기타 부상은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아이가 숨을 쉬기 힘들어했고 쇼크상태인 게 눈에 보일 정도였습니다.
제대로 숨을 못 쉬어서 의사쌤께서 산소를 공급해주시는 모습
천만다행으로, 아기는 조금씩 기력을 회복했고 다른 부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6일 뒤, 퇴원을 위해 병원을 찾았는데.
그날 새벽 갑작스러운 혈변으로 수액을 맞고 있었습니다.
제 몸통만한 깁스를 하고 있는 게 정말 안쓰럽더군요.
결국 퇴원을 못하고 이틀간 더 입원해 있어야 했습니다.
8월 12일.
설사가 조금 있지만 집에서 케어하기로 하고 퇴원했습니다.
집에 도착한 순간
참 꼬질꼬질합니다.
핏자국이 아직도 털에 붙어있습니다..
물티슈로 대강만 정리해줬는데도 미모 포텐이 터질라구 합니다..
아이 상태가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듯 해서,
오늘 목욕을 시켜주었습니다.
털 말리는 중..
다 말리고 기분이 좋은지 인터넷에서 유명했던 고양이 흉내도 내봅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포즈로 그루밍 중;;;
이제 슬슬 입양처를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후에 올릴 입양글에도 관심 주시면 매우매우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처음 병원에 갔었을 때 꼬리 끝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가 새까맣게 살이 죽어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의사쌤께서 괴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걱정을 무척 많이 했는데,
죽은 딱지가 떨어져 나가자 맨살이 드러나더군요.
다행히 괴사는 아니었습니다.
조금씩 털이 자라나고 있어서 정말 정말 고마운 일이지요..
늦은 밤에도 진심으로 걱정해주시고 친절히 안내해주셨던 고보협 운영진님과,
아이가 건강히 살아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신 하니동물병원 선생님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 인사 드립니다.
p.s 처음 고양이를 발견한 여중생 두 아이 이야기를 조금 더 보탤게요.
아이 상태를 보고 허둥지둥 당황하던 제게,
이미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근처의 병원에 다 전화를 해 본듯이,
'xx병원이 밤에도 진료한대요, 근데 데려가면 병원비 내야 한대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20분 간이나 고양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중학생이니 수중에 돈이 없었겠지요.
제가 지금 병원에 데려간다고 하니까 안도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두 학생이, 얼마나 기특하고 예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