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운동하러 가는 석촌호수에서 만난 녀석이예요.
고양이들이 모여사는 곳이 있어 들고간 사료를 부어줬는데 사료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더라구요.
아픈가 싶어 캔을 줬더니 한입 물고는 허공에 손짓을 하는데 딱 구내염있는 애들 증상이더군요.
그래도 배가고픈지 아픈걸 참고 캔을 세개나 먹었네요.
며칠뒤 다시 만난 녀석은 쓰레기통 옆에 앉아 있었어요.
보니 쓰레기통을 뒤졌지만 자기가 먹을 것은 아무것도 없어 힘이 빠졌나봐요.
그러다 저를 보고 신기하게도 '냥냥'거리며 아는 척을 해댔습니다.
꼭 빨리 자기 먹을 것을 달라는 듯 말이죠.
우리동네 밥주는 애들은 매일가도 이러지 않는데 신기한 일이었죠.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만큼 배가 고팠던게 아닐까 싶어요.ㅠㅠ
이날도 캔을 세개 먹었네요.
그런데 뱃살이 옆으로 처진게 좀 이상했어요.
임신을 한건지 아니면 그냥 배가 처진건지 밤인데다 앉아 있어서 구분이 잘 안되더군요.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이녀석을 어찌해야하나....
그러다 고보협에 지원을 신청해야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두번째 만난 날 그레이스예요.
세번째는 제가 이 녀석을 찾으러 갔습니다.
그 사이 고보협에 치료지원도 하고 승인도 떨어져서 포획을 하려했으나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혹시나 만나면 캔이라도 주려고요.
근데 신기한게 평소에는 지나가면서 쳐다보지도 않던 곳인데 눈길이 가더니 거기 그녀석이 떡하니 앉아있더라구요.
그날도 저를 보자마자 먹을걸 달라는 듯이 냥냥거리며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역시 캔 세개 흡입~~
기다려라, 날씨만 좋아지면 바로 잡아 병원으로 날르마~~~
그러고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다행히 날씨가 괜찮아지고 이녀석은 어제 본 자리에서 또 앉아있더군요.
배가고픈 녀석이 캔을 먹으러 포획틀에 들어가자마자 손으로 문을 닫고 병원으로 달렸습니다.
늦은시각인데도 병원과 연결해주신 감자칩님, 그리고 하니병원 선생님 감사했어요.
병원에 도착해서 체중재고 마취한 다음 아이 상태를 살폈습니다.
근데 역시나.. 임신이더군요.
그것도 출산이 얼마남지 않은....
선생님이 만져봐도 된다고 해서 배를 만져봤는데 제손으로 느껴지고도 남는 아가들의 크기...
잠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지만 어쩔수 없는 선택을 했네요.
여담이지만 이날은 제 생일이었는데 참 기분이 묘했어요...
아래는 병원에 도착한 직후 모습이예요.
그리고 다음날 중절 수술과 발치가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다행히 한쪽 치아들은 상태가 괜찮다고 하셔서 안심이 됐네요.
수술 당일은 아이가 안정을 취하는게 좋다고 하셔서 그 다음날 병원에 갔는데
저를 보니 또 '야옹'하며 아는척을 하네요.
날 원망하지 않을까 했는데 한결 편안해 보이는 얼굴이라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리고 담당선생님과 상의 후 보름의 입원후 방사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집에 데려오고 싶었지만 이미 집에는 임보녀석만 둘이라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네요.
대신 상태를 계속 지켜보면서 다시 상황이 심각해지면 그때가서 방법을 찾아보자 하고
내키지 않은 방사를 했습니다.
아래는 퇴원하는 날 이동장에 있던 모습이에요.
그런데 지금 방사한지 열흘이 됐는데 아이를 한번도 못 봤어요.ㅠㅠ
방사한곳은 원래 같이 지내던 아이들도 많고 또 밥주는 사람들도 많아 지내기 좋은 곳인데 어디로 간걸까요. ㅠ
아니면 제가 원망스러워서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이래저래 방사하고 나서도 걱정이 끊이지가 않네요.
잘 살고 있을거라 믿으며 틈날때마다 찾으러 갈 생각입니다.
그래도 고보협 덕분에 아이 잘 치료할 수 있었어요.
담당자이신 감자칩님과 하니병원 선생님들 다시 한번 더 감사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