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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회원

2013.11.26 15:37

무서번 이야기 2.

조회 수 484 추천 수 0 댓글 4

치자네 한며칠 난리났더랬어요.

마당에 열두살먹은 진도개 키우는데 이거이 완전 남정네 손(? 앞발)한번  안잡은 수처녀래요.

이아이가 저희 부모개가 우리집서 살다 낳았는데  옆집서 새끼한마리 달래요.

그러면서 한다는말이 키워서 잡아먹을거랍니다.

어찌 그리 무서번말을 그리 시원하니 잘하는지....

그래 어찌 키워서 잡아묵을란다는집에 보내것어요.

그래  새끼는 우리가 키우고 부모개들은 농장으로 보냈세요.

그때부터 이넘에 집구석 인간덜이 우찌 지랄들을 해쌓는지....

개냄새난다. 짖어서 시끄럽다. 담넘어로 돌던지기.  물뿌리기 .총으로 쏴삔다. 공갈협박하기.

그래 숙이가 발정이 나도 절대로  애를 못낳게 했어요.

그래 이제 그인간들도 이사갔고 숙이도 열두살이나 됐고...

그런데 사납기가 어찌 사나운지 택배아제들사이에 악명이 높아버린거.

아마 여러번 발정이 나고 그냥 지나고 하면서 나름 스트레스쌓였나베요.

목요일부터 갑자기 식음을 전폐하더니 뭔가 사타구니사이로 주르르 흘러요.

그래 물색모르고 치자는 오메 이넘에 가시나 나이값도 몬하고 또 생리한다 그랬세요.

근디 이거이 암만혀도 생리치고는 색깔이 요상해요.

급히 인터넷 뒤지고 병원에 전화하고...결론은 자궁축농증.

수술안하먼 급사도 한다는디  택시아저씨 부르니 고개를 설설젖어요.

쟈가 사납기가 얼매나 거시기한디 차안에서 들고뛰먼 우짠다요. 그라고 차에다  뭐 묻히먼 거시기한게 그랴요.

그래 영감 오는 토욜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명태살삶아서  억지로 퍼넣고  닭삶아서 퍼넣고 토하먼 또 먹이고...

유기견보호소 보낼라고 동네 헌이불나올때마다 줏어서 창고에 쟁인 이불 여섯채나  꾸질거려서 내놓고...

패드도 대형으로 스므개넘어 꾸적거려놓고...

사흘동안  아들뒤치닥거리하랴 괭이들 챙기랴 숙이 뒤치닥하랴  치자혼자 쎄가 빠지것어요.

지발하구 이불은 얼마든지 갈아줄텐게  막 흘려버리구(흐르는게 더 낫다네여)

토하지말구 비싼명태 얼마던지 삶아줄텐게 먹구 영감올때까지만 버팅기라잉  숙이한테  빌었세요.

혹시 추우면 더 나빠질까 핫팩 대형으루 몇개씩 배밑에 끼워넣구  뒷방도 깨끗히 치우구...

토욜 전화받구  영감님 불불 쫓아왔길래  순천병원으로 데려가니 역시나 자궁축농증이랍니다.

수술비 거금 팔십여만원,

거기다 심장사상충도  있다나요. 그거도 고칠라먼 오십만원은  넘게 들어야한다고.

월요일 수술하자며  집에 가서 생각해보시라며 그날보재요.

주사맞구 링겔달아서 집에 데려오는데  한숨나네요.

치자 혼자생각에  수술하는데 한시간이면 족한데 구지 월요일까지 미루는게

방안에서  우대받들고 키우는 애완용도 아니고  마당에 묶어놓고 키우는개  시골서 그런 거금들이고 수술시킬까싶어

아마 생각좀 해보라고 일부러 날짜를 미룬듯도 싶어요. 

집에 데려와서 뒷방에 보일러틀고 이불깔고 한쪽에 박스깔고 패드깔고  팰릿붇어서 화장실만들고  입원시켰세요.

그래도 이제 핏물흐르는것도 멈추고 캔도 잘먹고 명태삶은거도 잘먹고 하나도 안토하고

뜨신방에서 다리쭉뻗고 잘자요.

그러니 치자랑 영감 마음속에서 시커먼거이 꿈지럭거립니다.

인자 흐르는거도 없고 잘먹고 잘자는데 고만 약이나 타멕이먼 안되까?

돈들어가는 이야기앞에서 무서번 생각들이 꿈지럭꿈지럭 듭니다.

아녀 ... 이래서 병원에서 수술을 미룬걸게여.

암만 돈도 좋지만 집에서 ..마당서 살았지만 그래도 한지붕아래서 십이년을 같이 살았는데 돈 백삼십만원이 대수여.

그래 월요일 아홉시 땡 병원문열자말자 가서 수술했세요.

마취깰때까지 입원실이 대형이 없어서 대기실바닥에 가져간 이불한채 깔아서  한자락은 깔고 한자락은 덮어서

링겔꼽고 있으니 오가는사람 전부 신기한지 들여다봅니다.

수술비하고 검사비 다해서 팔십오만원깨먹고 집으로 오면서 시장들러서 동태 이만원어치 사갖구 왔세요.

오늘하루 영감님  일도 못했으니 아마 백몇십만원은 깨먹었지요.

그래두  일단은 식구하나 살렸다싶으니 그걸로 됐다싶어요.

뜨신방에서 명태며 캔이며 닭삶아서  매끼 잘먹구  숙이는 지금 회복중입니다.

심장사상충은 일단 몸이 회복되면 그때 다시 치료하기로 했세요.

그래 이번 숙이일로 치자는 다시금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여태껏 고양이 밥주면서 삼십만원이상가게 크게 다친아이들은 없었세요.

그래 비상금 꼬불친거로 이래저래 치료도 하고 약도 먹이고 했는데

  집에서 키우던개도 백만원이 넘게 치료비가 나온다니   한번   엉뚱한생각도 들던데..........

만약에 길에서 만난아이 치료비가 백만원이 넘게 나온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할것인가?

치료비부담이 무서워서 구조를 모른체하는 사람들을 과연 무턱대고 비난만 할수 있을까?

 

 

 

 

 

  • 마마 2013.11.26 17:57
    저도 3개월된 강아지 언놈이 누군지 차로 치고 도망가서 병원 데려다 수술 시키고 했는데 뼈가 녹아 애를 먹고 샘이 살려 주셨어요
    그 다리로 지나가는 멍씨가 건디릴까봐 어제 중성화 시꼈어요
    이번주 토요일 석달 입원 생활 마치고 퇴원시킵니다
    지어민 개장수가 훔쳐가고 동생인지 오빤지 한놈 있으니 잘 놀겠지요
    크면서 어찌나 지애미를 닮아가는지요
    한동안 맘이 무거웠는데 지금 치자님 맘이 그렇겠어요
  • 레비나(서울/도봉) 2013.11.27 00:45
    흐규~ 난리버거지를 치셨네요,
    맘 고생에 주머니털이 고생에.... 그래도 잘 회복되고 있다니 더없이 고마운 소식이네요...^^;;
    글을 읽다보니 예전에 함께 살던, 지금은 세상 뜨고 없는 우리 강쥐, 꼬야... 그 당시는 요즘처럼 발달된 치료 방법도 없고 문제가 생겨도 뭐가 문제인지 잘 모로는 사기꾼 같은 수의사들이 많던 시절, 어처구니없이 저세상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그 아이가 생각나네요.
    엄마가 그러세요. 그때가 지금같았으면 좋은 사료에 좋은 치료에 좋은거 다 해줬을꺼라구요.
    밖에서 기르던 안에서 기르던 가족은 가족인게죠.... 주머니 탈탈 털어 동물병원 금고로 고스란히 갖다 쥐어줘도 돌아서서 한숨 한번 쉬고 나면 더는 어느 누구 탓할 생각 따윈 할 맘도 없는...
    그런데 치자님 말씀처럼 길아이 구조에 거금을 들여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과연 나는...........?
  • 미카엘라 2013.11.27 09:13
    치자님 엄청 힘드셨겠어요. ㅠㅠ
    집에 아이들이나 밖에 아이들이나 아픈 기색이 보이면 죽을맛이죠.
    저도 블래기때문에 거금이라면 거금을 들였더랬어요.
    시커먼것이 동네에서 떵문제로 저를 머리 아프게 하던 녀석이라 그닥 깊은 정까지는
    안들었었는데..
    3년전 11월 29일 밤..
    블래기의 비명에 후래쉬 키고 구석에 덜렁거리는 다리로 처박힌 아이를 본순간
    치료비고 뭐고 케이지부터 찾게 되더라구요.
    그때당시 돈문제는 둘째치고.. 터진 방광에 피오줌 싸고 부러진 다리로 비명지르는게
    미치게 마음아파 울면서 병원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이제는 우리집에서 캣타워 제일 꼭대기를 차지하고 잘때는 제 왼쪽 옆구리에 붙어자고 있죠.
    참 아이들 구조하면 무시할수 없는게
    돈... 그놈의 돈이긴 해도...
    길은 늘 있다고 봐요.
  • 귤탱이 2013.11.27 17:18
    저는 집에 첫째냥 눈수술로 몇백.. 사실 생명에 지장있는 병이 아니어서 나중에 검은 생각이 몽실몽실..... 그돈에 길냥이들 아플때, 다른 구조에 썼더라면....
    저는 불량집사에, 부실 캣맘인 것이지요. 좋은 치유 소식 기원드립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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