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보협 가입한 지 한달도 되지 않은 신입입니다.
남자친구가 밥주는 고양이 중 한 마리가 심하게 다쳐 도움을 구하다가 가입하게 되었어요.
신규라서 치료지원은 못받고 결국 그냥 사비로 해결하게 됐지만
묻고답하기 게시판에서 댓글로 도움을 해주신 몇몇 분들(릴리안님, 알하리페님, 귤탱이님, 카페모카엄마님) 덕분에
어느정도는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얼룩이에요. 이렇게 이쁜아이가 어느날 코가 많이 까져서 웅크리고만 있더라구요.ㅠㅠㅠㅠ
보이시죠...ㅠㅠㅠㅠ 다친걸 발견한 첫날이에요. 이 날 어떻게든 병원에 데려갔어야 했는데.... 코가 좀 심하게 뜯겼다는 거 말고는 피가 철철 나는 곳도 없고 괜찮을 줄 알았던 무식한 커플이었습니다..........때문에 얼룩이가 고생을 많이 했죠...
다음날 상태가 너무 심각해졌어요. 저렇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친 날부터 밥도 물도 입에 안대고 하루종일 저렇게 웅크리고만 있었다는 걸 알았죠.......이날에야 비로소 병원을 어떻게 데려가야하나 발 동동 구르고 있었죠......
고양이는 많이 아프면 눈 코에 염증이 차서 흘러나온다는데 그것도 몰라서 고양이도 아프면 우나보다..생각했어요.^^;;;
당장 너무 심각해보여서 통덫을 신청하고 설치하고 기다릴 시간이 없고... 포획할 방법을 몰라 어쩔 줄을 모르다가
남자친구가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녀석을 조심조심 다가가서 그냥 들어 올렸대요.
그럼 이동시킬 공간을 확보하고 잡았어야 하는데 그런 공간도 없이 그냥 들고 있다가 발버둥치니 그냥 놔줬더라는.......
남자친구도 겁도 나고 고양이 다룰 줄을 몰라서 어쩔수 없었겠지만 바보같이 왜 치밀하게 생각하지 못했냐고 막 뭐라고 했어요... 얼룩이가 저렇게 겁먹고 도망가면 다시는 가까이 안와서 진짜 치료 못하게 될거라고 생각했죠.
속상한 마음에 저도 잠을 못자고 밤을 새다시피 하고, 남자친구도 자책감 들고 속상해서 잠을 설쳤다고 하더라구요.
다음날 이른 아침, 얼룩이가 어떻게 있는지 보려고 나가보니 어딘가 숨었다가 다시 나타나서 또 웅크리고 앉아만 있더래요.
남자친구가 이번에야 말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동에 쓸 상자를 준비해서 조심조심 다가가 포획할 수 있는 때를 기다렸죠.
널 병원에 데려가야해. 니가 잡혀줘야 해. 그래야 니가 살아. 조용히 읊조리듯 설득(?)하며 30분을 대치했대요.
그 전날 겁먹었을텐데 도망갈 기운도 없는지 힘없는 눈빛으로 바라보기만 하던 녀석이 잠시 다른곳으로 주의를 돌렸을 때
녀석을 담요로 감싸는데 남자친구 엄지손가락을 물었어요.ㅠㅠㅠ 녀석도 놀랐겠죠......하지만 어쩔수 없었습니다. 물린 손가락이 아파도 이번에 놓치면 절대 안된다, 이 녀석 꼭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간신히 잡아 상자에 넣어줬더니 다시 잠잠해졌답니다.
이 방법은 얼룩이가 정말 많이 아파서 활동성이 거의 없을 때였으니 가능했던거 같아요.
혹시 다친 고양이를 부득이 포획해서 병원에 데려가셔야 하는 분들은 긴급하지 않으면 꼭 통덫 신청해서 안전하게 포획하시기 바라요...
급한대로 박스에 뾱뾱이를 깔고 담요를 깔고 박스 뚜껑을 살짝 덮어 어둡게 해서 안심시키고 병원에 데려갔어요.
코 속의 염증이 많이 차서 냄새도 못맡고 그래서 식욕도 저하된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일단은 급한대로 코 안의 염증을 짜내고 다친 코부분에 응급처치를 하고 약과 캔사료를 처방해주셨어요.
약을 캔에 섞어주면 저녁부터 먹을 거라고 하셨는데.....분명 먹을거라고 하셨는데...........
이 녀석이 아무것도 먹지 않는겁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약때문인가 해서 약이 안섞인 참치부분을 작은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대줘도 혀로 코만 날름 핥고 먹이는 거부하는거에요.
다친 날부터 아무것도 안먹었다면 이날이 3일째인데... 고양이는 3일이상 굶으면 지방간이 되어서 생명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고 또 이곳 묻고답하기 게시판에 글을 올려 먹이강제급여에 대해 문의도 하고........
그런데 아무래도 서툰사람이 억지로 먹이다가 얼룩이가 더 다칠것 같아 부랴부랴 다음날 다시 병원을 찾아 헤맸습니다.
탈수가 이미 많이 진행되어 입원이 필요하다고 하시더군요. 수액을 맞춰서 탈수를 없애야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된다구요.
길냥이기에 입원시키려면 더 많은 검사를 해야했어요. 전염병검사, 혈액검사 등등 4-5가지 정도 한 것 같아요.
이날 남자친구랑 저랑 오후 4시까지 쫄쫄 굶고 병원 찾고 검사한 결과보고 입원시키느라 힘들었지만
얼룩이가 살 수 있다는 말에 며칠간의 맘고생이 사라져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병원비는....길냥이라고 하니까 20%나 할인해주셨지만 그래도 비싸긴 비싸더라구요. 하하하하.....거의 한달 용돈이 날라간..ㅋ
얼룩이 꼼꼼하게 봐주시고 치료비도 할인해주신 ㅂㅇ동물병원 의사샘, 간호보조사님들이 정말 고마웠어요.
입원시키고 2일 후에 퇴원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나아서 엄마랑 형제랑 함께 다시 잘살고 있어요.ㅎㅎㅎ
오후에 나른한 햇살 맞으며 기지개를 켜고 있는 고양이 식구들입니다. 평화롭네요.ㅎㅎㅎ
남자친구가 원래 밥주는 고양이가 어미, 치즈, 얼룩이 요로케 세마리에요.
남자친구가 밥주러 오면 살금살금 나와서 삼각편대로 기다리고 있대요. ㅋㅋㅋㅋㅋ
방사 초기에는 얼룩이만 약을 섞은 참치캔을 락앤락 통에다가 묽게 개서 주다가........
이제는 다시 사료도 아작아작 잘 먹게된 얼룩이입니다.ㅋㅋ
추워서 저렇게 모여서 자요.
얼룩이가 뒤에 빼꼼이 얼굴만 내민 녀석이에요.
이게 최근 사진인데 코에 저거는 원래 있던 점박이고 이제 상흔은 하나도 없어요. (저화질ㅈㅅ)
눈물도 안흘리고 코도 싹 다 나아서 깔끔해졌어요ㅎㅎㅎ
저 세마리가 다치지 않고 계속 저렇게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올해 겨울이 많이 춥지 않기를...
모든 길냥이가 건강하기를 기도합니다.
주절주절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