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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 고양이 이야기 - 3

by 트리콜로 posted Jan 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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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내일 시간이 안날것 같아 이렇게 원칙을 어기고 화요일날 글을 올립니다.

뭐.... 창피합니다만 저는 지금까지 이 시리즈(?)를 수요일에 올리고 있었어요... ☞☜


전편에 이어>


그러니까 제가 갇힌 제로를 구하고자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조마조마 했죠.

옆 집 아주머니께서 나오십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표정으로 아주머니 눈을 쳐다보았어요~


다행이도! 사실을 모르고 계시더군요.

다행인겁니다. 의도적으로 냥이를 가둔게 아니니까요.

사정인 즉 원래 창고에 통풍이 잘 되도록 열어 두는데 그 날 따라 날이 너무 추워서 밤에 급하게 창문을 닫아두셨데요.


그리고 제로는 그 전에 몰래 거기에 침입해 있었던 거죠.


아무튼 옆집 아저씨께서 창문을 열어 주셨어요.

그 자리에서 창문 여는걸 확인하고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소심하게 지켜봤어요.

안나오더라구요 ㅠㅠ


아저씨가 내려가시고 저도 내려가는 척 하다가 다시 돌아와서 계속 제로를 쳐다 봤어요.

하지만 안나와요.


어쩔수 없겠다 싶어서 급한김에 참치로 유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편의점으로 뛰어가서 캔을 산 다음에 최대한 기름끼를 쫙쫙 빼서 옥상으로 들고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사라졌네요. ㅠㅠ

"혹시 놀라서 창고 깊은 곳으로 들어간거 아닌가? ㅠㅠ"

하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맞은편 건물 옥상 (아래 그림(?) 참조)

[  *제로        ]

[ 저희집 옥상 ]

[ 창고가 있던 집 옥상 ]


에서 나타났어요. 이럴 땐 또 닌자냥이의 위용을 한 껏 뽐냅니다.

아무튼 제로는 살았어요!!

그리고 잠시후, 도도한 기백은 온데간데 없고 참치있는 쪽으로 달려오더니 폭풍흡입을 합니다.

배가고팠던 거에요.

거짓말 좀 보태서 이틀전의 제로보다 70% 밖에 살이 안 붙어 있더라니까요~


참치를 다 먹더니 바닥에 깔아두었던 휴지까지 먹을라고 그래서 뺏어서 버리느라고 힘들었네요.


그리고 그날 저녁.

시장거리에 있는 고깃집 앞에서 다소곳이 앉아 있는 제로를 보았어요.

그 모습을 찍었어야 했는데... 폰을 놓고 나와서 그만...


제가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고기구걸(?)을 하고 있더군요.

옆에 가서 조용히 서있으니까 그 때서야 깜짝 놀라더니 도망도 안가고 저를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마치 이렇게 말하는것 같았어요.

"거참. 모르는척 하고 지나갑시다 우리."


아무튼 이번 사태는 그냥 좌시할 수(?)없는 중차대한 일이기에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죠.

추위를 잘 타는 제로를 위해 옥상에 제로전용 겨울집을 건설(?)하게 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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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열등을 이용한 중앙난방에 내실과 외실을 두어 광(光)공해로부터도 자유로운 매우 친묘적인 겨울집이라고 자부했지만!


녀석은 아직까지 들어가지 않고 있어요 ㅠㅠ

대신 다른 녀석을 위해 만들어 둔 원룸(?)에 들어가네요 ㅠㅠ

https://www.catcare.or.kr/index.php?mid=townboard&document_srl=1994178


아무튼 제로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에요.

그런데 고양이 사진게시판에 고양이 사진이 안 올라오면 말이 안되잖아요?

그래서 오늘의 레알 주인공을 소개할까 합니다.

사실상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기도 한 친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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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마리앙! 삼색이에요! 암고양이죠!

마리앙은 굉장히 영리한 고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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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들어 준 겨울집을 자기를 위해 만들어 준건지 어찌 알고 저렇게 쏙 들어가 있어요~

만든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말이에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고양이로써의 품위를 잃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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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쳐다보는걸 어찌 알고 "뭘봐~" 하면서 또 슬금슬금 나오는거봐요.

도도하죠.


그러면서도 또 정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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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마리앙의 친구인데.. 가끔 밥자리에 얘를 데리고 와요.

어느날은 얘가 무서워서 밥자리에 못 올라오니까.

밥자리위에 올라와 있던 마리앙이 다시 내려가서 머리를 핧아 주더라구요.

"겁먹지마~ 여긴 안전하니까 너도 와서 먹어도 돼~" 

뭐 이런 뜻 이었겠죠?


마리앙은 무엇보다 침착해요. 얘도 한번 문이 열린 틈을 타서 집 안으로 들어올 뻔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씸바는 뭐 먹을거 없나 하고 두리번 거렸지만

얘는 이렇게 한번 쓱 보더니 다시 나가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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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의 거리도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항상 유지하지요.

이렇게 광합성(?)을 할 때도 먼저 도망가지도 그렇다고 경계를 풀지도 않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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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리앙의 눈은 항상 어딘가 슬퍼요...

왜 그런걸까요?

녀석은 슬프지 않은데 제가 그렇게 보는걸까요?

그럴수도 있겠다 싶네요.

사실 슬픈 사연이 하나 있거든요.


그 이야기는 다음주에 하도록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