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가면
가무스름한 발바리 한마리 산책 데리고 나오는 충청도 할머니가 계십니다.
몇년동안 마주치면서도 괭이들 밥주는걸 눈치 못채셨는데
오늘부로 제가 괭이무수리란걸 알아버리셨네요.
날도 추워 아무도 없어 좋다고 구석에 주저앉아 닭가슴살 뜨끈하게 삶아간거 먹이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나셔서는. ㅎㅎㅎ
"워메~ 워메~ 웬 괭이들이 이렇게 많대유~~ 뭔일이래유~~~~"
뭔일이긴유. ㅎㅎ
괭이에 미친뇬일이지유.
" 아~ 네~ 아픈 아이들이 많이 보여서 먹을것좀 주고 있었어요~ "
" 시상에~ 시상에~ 복받겄네유~~"
복받겄네유~ 까지는 순조로왔습니다.
내가 나타난걸 알고 구석 구석 숨어있던 괭이 어르신들이 하나 둘 꼬리를 처들고 본격적으로 아는체를 하기 시작하자...
할머니 외치십니다. 나 돌아뻔집니다.
"아줌니~~ 여기두 있네유~~"
"아줌니~~ 저기두 있쓔~~~"
"아줌니~~ 아프다는 애 쟤쥬? 평상밑에 있는디 언넝 가봐유~~"
'아줌니~~ 아줌니~~~~~~~" (평생 들을 아줌니 소리 오늘 몰아서 들은갑소잉)
웜머~ 할무님이 목청이 완죤 빅마마 십니다요. ㅎㅎㅎ
혹시 누가 들을까
할머님 입막으랴~ 괭이시키들 특식 챙기랴~ 허벌나게 정신없었어요.
애들 모여서 맛나게 먹는거 신기하게 한참 쳐다보시더니
헤어지면서 하시는 말씀.
"우리집앞에두 괭이들 많던디 다시 봐야겄네유~ 뭐라두 줘야겄쓔~~~"
감사합니다.
충청도 할무니.
오늘부로 캣맘이 되시길 빌어볼께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