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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따지면, 데려온 아이에 대한 자랑글이 될 것 같지만 그래도 한번 써볼까 해서 글을 이렇게 남깁니다.


[사진] https://fbcdn-sphotos-g-a.akamaihd.net/hphotos-ak-frc1/994994_396026490543034_1162234895_n.jpg

( http://fb.me/sitori.miyu )

사실 이 사이트를 알았던 건 일하던 곳에서 데려온 아이 미유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구글 검색에 걸려서 들어와서 둘러보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데려올 당시를 이야기하자면, 서울 동작구 모 공원에서 대체복무가 거진 끝나가던 어느 날 밤에 사무실로 고양이가 들어왔다고 하던 걸 듣게 된 게 시초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 공원에서 미아가 된 개는 많이 들어왔어도, 고양이는 처음이었거든요. 어지간해선 공원에서 잡힐 가능성도 없는 동물일 테니까요.
근데, 막상 가서 확인해보니 이동가방에 넣어서 아이를 유기했던 것을 공원을 이용하던 시민의 발견으로 사무실로 이송된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공원에 들어온 동물은 다 보호소로 보냈거든요. 일전에 듣기로도 보호소 간 애들은 얼마 안 있어서 죽는다는 이야기도 들었구요.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저도 생각 별로 안 하고 담당 공무원분께 대뜸 물었습니다. '데려가고 되겠냐' 고요.

그렇게 승낙을 받고 이동가방채로 메고 자전거를 타고 아이를 데려올 때 들었던 야옹 야옹 소리는 잊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 울음소리 덕에 얘 이름이 미유가 되었다는 것을 이 아이가 알 리가 없겠죠.
오자마자 집에 있는 대야에, 옛날에 넘어 들은 건 있어가지고 그냥 사람 기준으로 뜨뜻한 물로 플라스틱 양동이에 담아 애를 씻겨보려고 했는데, 고양이가 물을 그정도로 싫어하는 줄은 몰랐단 말이죠.
대충 물만 적시고 도망간 고양이는 둘째치고 이동가방을 세탁하려고 아까 받은 그 물에 담갔는데 그 안에서 응가가 나오더군요. 얼마나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던 거냐,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물론, 아이도 다른 동물도 키워본 적이 없었기에, 그리고 그나마 자취방에 많고많은 책에 아이가 해코지를 할까봐 리빙박스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해 보려고 했던 기억도 납니다. 나중에서야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는 좀 그랬거든요.
물론, 물과 밥도 준답시고 주었는데 아무것도 입에 대지를 않길래 찾아보니 사료 정도는 되어야 애가 먹더군요. 아, 쌀밥으로는 애가 안되는 거구나... 했죠.
첫날 밤엔 아예 아무 시설도 없었기에 방문 앞에서 아이가 실례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했다는 투로 울어댈 때 워낙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음날 일어나자 마자 스티로폼 박스도 구해놓고, 모래와 밥도 인근 이마트까지 가서 공수해 왔죠. 그게 작년 6월 말이었네요.

[사진] https://fbcdn-sphotos-e-a.akamaihd.net/hphotos-ak-prn2/t1/1504556_388379791307704_1352023103_n.jpg
첫 화장실 입성 기념. ( http://fb.me/sitori.miyu )
(원래 첫 밥 먹는 기념샷도 있었으나 폰을 잃어버렸지요. ㅠㅠ)

중간중간에 유리거울 깨진걸 또 깨놔서 크게 혼내보기도 하고, 초반엔 밤에 잠을 못자게 뛰어놀아서 리빙박스에 잠깐 가둬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건 처음에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제 잘못이었다는 것을 요즘 통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젠 같은 자취방에서 사는 동거묘로 당당하게...


...혼자 몸 말고 자는 게 대다수네요.
흑흑, 맛난 거 못 사주고 근처 마트에서 밥 사다 먹이는 형이 원망스러운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잘 먹어줘서 기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릴 때 너무 오랫동안 집을 비우고 있었던지라...(뭐, 매일 들어왔긴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보낸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아이가 그거 때문에 제가 화장실 가거나 잠깐 나갔다 올 때마다 우는지는 모르겠지만요 ㅠㅠ)

간신히 낚싯대 가지고 놀아주고 있고, 아직 예방접종따윈 못해줬어도 곧 병원에 콩알털러 갈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해 이동장도 새로 샀어요. 옛날에 갇혔던 이동가방은 아직 버리진 못한 채... ㅠㅠ
그리고 더해서 '아, 캣타워' 만 되뇌이고 있는 요즘입니다.

어쨌든 인사글인데 이렇게 푸념만 늘어놓는 글이 되었네요. 여튼 잘 부탁드립니다. 종종 구경이라도 하러 오겠습니다. :)

  • 토미맘 2014.01.14 06:43
    정말 생명을 소중히 다루시는분이십니다....
    멋지셔요...분명 복받으실거라고 확신합니당.....ㅎ
    아이가 눈이 초롱한게 참 잘생겼어요...
    아주 똘망하니 너무 예뻐요....
  • 미미맘(여수) 2014.01.14 20:12
    세상에 이렇게 어린아가를 버렸던 거군요..
    다행히 이아가는 좋은 형을 만나 행복ㅎ게되었다는 해피엔딩 스토리의 주인공이되었구요~
    그린색 눈을 가진 멋진 고등어아가 ,미유~ 넌 정말 땡 잡았다~~~^^
  • 갯머루 2014.01.14 23:33
    ㅎㅎㅎ 저도 처음 고양이들이 들어와 얼떨결에 돌봐주고 같이 살고 하게 되었을 때 아무것도 몰라서 허둥대며 실수하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 미 유랑 행복하세요.( 이름도 참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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