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그렇게 아깽이 세마리와 마리앙은 저희집에서 육아일기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어요~
원래 저희집 대문 위에서 내려오려면 계단을 건너가야 하는데..
이게 아깽이들한테는 제법 높은지라..
거의 사흘을 교육하더군요.
순둥이 처럼 생긴 외모와 다르게 마리앙의 지도법은 대단히 어엄껵하고 호옥똑 했어요~
아이들이 미끄러져서 1미터 아래로 떨어지던 말던 바라보기만 할 뿐.
수업의 우등생은 단연 블랙이!
하지만 제일 작은 그레이는 항상 꽈당하기 일쑤 ㅠㅠ
겁이 많은 옐로우는 아예 내려올 생각을 안하구요.
그래서 제가 계단 사이 사이에 벽돌을 놓아주었거든요.
근데.. 다음날 점프신동들이 되어가지고는 계단이 아닌 더 위험한 곳을 날아다니더군요.
(아래사진 참조)
블랙이는 참 겁이 없는 아이였어요.
이렇게 저희집 현관 앞까지 와서 그루밍을 할정도!
제가 보고 있어도 그냥 "넌 뭥미?"하고 있을 뿐.
[블랙이 - 사람이 드나드는 문앞에서도 용감하게 그루밍을 하던 아이]
어느날은 이 녀석들이 옆방 보일러실로 들어가길래
"거긴 안돼!" 하면서 쫒아내려고 들어갔더니..
세 녀석이 구석에 웅크리고 숨어서는 나오지를 않더라구요.
그 때 용감하게 먼저 탈출한 녀석이 유일하게 블랙이였어요.
그레이는 있는지도 모를정도로 깊이 숨어있어서 나중에 몰래 빠져나왔었고..
옐로우는 제가 손으로 잡아서 빼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옐로우를 무리해서 나오게 한게 참 후회스럽네요.
그 날 이후로 특히 저를 더 경계하게 되었거든요 옐로우가...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몇일후에 마리앙이 애들을 데리꼬 이사를 가버렸어요.
저는 이따금 북어도 챙겨주고 했는데 그저 배신감이 들어서
"나쁜냐옹이들!" 하면서 씩씩거렸지만
사실 본심은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었답니다 ㅠㅠ
한달 쯤 지났었을까요...
아깽이들이 한뼘쯤 자라서 돌아왔어요.
주말에만.. 돌아왔다가 주말이 끝나면 다시 어디로 가버렸지만..
너무 반가웠죠.. 하지만 항상 눈에 밟히던 그레이는 없었어요.
지금도 믿고 있어요 저는.
제일 작은 그레이가 안쓰러워서 좋은 분이 납치해가셨을거라고..
애들이 떠나고 몇일 후에 들었던 이상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마리앙의 울음소리가 아니었을거라고...
그래도 둘이된 형제들은 나름 자기들끼리 알콩달콩 잘 지냈어요.
그러던 늦여름의 어느날.
비가 많이 왔던 걸로 기억이 나요..
집 안에서 아깽이 우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베란다에 아이들이 있었어요.
비가 너무 추웠나봐요.
문제는 비가 그쳤어도 빠져나오지 못하길래 북어 몇 줌 먹이고 나서
문을 열어 주었죠...
겁 많은 옐로우는 이때다 하고 빠져나갔는데..
블랙이는 그냥 있더라구요.
털을 살짝 쓰담쓰담 해줘도 있더라구요.
그 때 그냥 못된 마음을 실행에 옮겼으면 어땠을까...
아이들이 주말이 지나면 또 가버리니까 좀 섭섭했는데..
그렇다고 유치하고 이기적인 동정심 때문에 애들을 집근처에 붙잡아 두는것도 좀 웃기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기를 몇 주..
10월이 되었어요.
가을이 아니라 10월이 되었다고 하는 이유는..
그날.
10월 10일을 잊을수 없기 때문이에요.
원래 주말이 지나면 돌아가는게 정상인 아이들이었는데..
옐로우와 마리앙만 돌아가고..
블랙이는 일광욕만 하고 있더라구요.
갈대같은 변덕꾸러기인 저는 또 그게 조옿다고~
북어를 가져다 바쳤죠..
안먹더라구요..
북어를 놓아준건 10월 7일인가 8일이었는데..
10월 10일까지 먹지 않고 있었어요.
아침에 출근하는데 처음 발견되었던 그 구석에서 쪼그리고 있는 블랙이를 보았죠.
하염없이 쳐다보는 모습이 애처롭다 생각되긴 했지만
"그래봤자 내 착각이지. 쓸데없이 오해하지 말자"하고 집을 나섰어요.
그런데 너무 마음에 걸려서 2시간 정도 일찍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
깊은 잠을 자고 있더라구요.
어디가 그렇게 아팠는지 눈도 안 감고 울면서 자고 있더라구요.
가장 활달하고 씩씩하던 아이가 아플거라곤 생각도 못했죠.
나중에 고양이들이 잘 걸리는 병 중에 복막염이란게 있다는걸 알았어요.
나중에 알게된게 너무 후회스러워요.
그리고 혼자남은 옐로우..
그래서 더더욱 옐로우한테 잘해줬어요.
아이는 그걸 모르고 경계했지만.
10월 말의 어느날 오후..
담벼락 위에서 저를 뾰루퉁하게 쳐다보던 옐로우..
그 아이도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그래서 아직도 노란둥이들만 보면 저게 옐로우일수도 있겠다 싶어 더 잘 챙겨줘요.
얼마전에 저희집 급식소에 왔던 슈퍼돼냥이인데...
옐로우가 설마 세달만에 이렇게 컸겠냐만은... 그래도...
상처가 너무 많아서 안쓰러워요.
이 아이도 언젠가 옐로우만큼 작았던 시절이 있었을텐데..
아직 심성은 그 몸 만큼 크지 못해서 다른 아이들한테 맞고 다니는 것일수도 있는데...
제가 용기내서 사료나 우유를 사다가 아이들한테 주었으면
아니. 별볼일 없는 북어라도 좀 자주 주었으면..
이런 생각도 지금와서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혹시 저 처럼 길냥이를 처음접해보는데~
아이들이 눈에 밟히긴하는데~
용기내서 무슨 도움을 주기는 쫌 저어되시는 분들...
어려워 마시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제가 이 몹쓸 실력으로 되도 않는 사진에세이를 써왔던 이유에요.
부탁드려요.
쓰다보니 ...이 너무 많은 글이 되어버렸네요.
우유부단해 뵈여서 ...을 자제하려고 하는 편인데...
솔직한 심정을 대변하는 기호가 ... 밖에 없어서... 그냥 살려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