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였어요

집나간 꽃분이 동생, 꽃돌이

by 이건뭔가 posted Dec 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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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_catch01.jpg

 

11월 초,  밤 11시쯤 냐- 냐- 하는 새끼 고양이의 울음 소리를 듣고

우리집 건너편 초록색 표시가 된 담장을 넘어 들어갔습니다.

내 키보다 훨씬 높은 담장을 넘어가서 골목끝으로 가면

오른쪽은 막혀있는데 왼쪽은 뚫려있습니다.

 

얼룩줄무늬 있는 새끼 고양이의 엉덩이가 보이는데

번번히 빨간 X 지점에서 놓치기를 반복했었어요.

 

그러다 다음날 아침 6시쯤 이동가방을 들고 위쪽 주택가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곳으로 들어가

태비 아이를 빨간 X 지점에서 또 한번 놓친후, 깜깜한 골목길에서 오렌지색  ●지점에 잠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옆 주방에 불이 반짝 들어오는 겁니다. 아무래도 아줌마가 아침을 준비하는듯..

 

헉.. 새벽 6시 깜깜한 부엌 작은 창문으로 사람이 슥 지나가면 비명을 지르고 난리를 치실것 같아..

결국 , 길이 좁아 이동가방도 포기한채 기어서 골목을 나갔습니다.

 

 

02_catch02.jpg

 

여기는 어딘가. 나는 또 누군가.. 

내가 왜 이 짓을.. 이새벽에 하고 있는 것인지. -_-;;

 

그리고서는 오후에 반차를 받아 집에 와서 다락방에 도도를 밑으로 내려보낸 다음..

X 지점을 자세히 살피니 중간쯤 골목을 막아놨는데 그 밑으로 새끼냥 하나가 겨우 들어갈만한 구멍이 있더군요.

 

아이는 지금 그집 마당에 숨어있는 상태라 그 집가서 허락을 받고 잡으려고 벨을 눌렀더니 아무도 없습니다. 

일단 X 지점으로 가서 잠복근무. 곧 태비아이가 울길래 고양이 성대모사를 좀 했더니

태비가 더 구슬프게 목이 찢어져라 우는거예요. 아마도 어미인줄 안듯.

 

그 구멍입구에 망부석 마냥 미동도 없이 서서 냥이 소리를 내기시작했습니다.

1~2분 지났을까 그제서야 태비가 머리 들이밀고 몸통까지 나옵니다.

 

잽싸게 잡아서 통로한가운데 네발로 기어 건너던 에어컨 실외기도 태비아이를 손에 잡고 있으니

벌떡 올라가 훌쩍 건너고.. 해서 가방에 넣는 순간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물렸습니다.

 

10_taebi03.jpg

 

무튼, 집에 개둘과 투명고양이 한마리와 살고 있었는데 태비 아기 냥이 추가되었네요.

이 태비 아이도 제가 밥주는 싱글맘의 새끼입니다.

집나간 꽃분이도 싱글맘의 아이고, 이 아이도 싱글맘의 아이이니

꽃분이 동생이라 이름을 꽃돌이라 지었네요.

 

하는 짓이 어찌나 별난지, 이제까지 아기고양이를 몇 데리고 있어봤지만

이렇게 주책스럽고 유별나고 활발하고 오지랖 넓은 아이는 처음입니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고 잘잡니다.

 

어제부터 밥을 주기 시작한 회사 지하주차장에 사는 길냥 넷과

집에 20일 임시보호차 와 있는 선천성 백내장으로 눈먼 노랑이 얘기는 다음에 또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