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동네가 있는 면의 버스 터미널 일대가 주민들 표현대로면 일명 고양이 소굴이예요.
저의 여섯 급식소 가운데 두 급식소가 그 버스 터미널에 있구요..
저는 이곳에서 늘 빨간 가방을 매고 나타나 고양이 밥을 주는 이상한 여자예요. 머리에 꽃만 달지 않은..
최근엔 꽃냥이 후원을 받아 TNR을 시작하면서 아예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어요.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시골 분들이라, 혹시라도 쥐약 놓을까봐 무서워서
굽신거리면서 자꾸 불어나니까 새끼 안낳는 수술을 시킨다고 광고하고 다녔구요.
다들 하시는 말씀이 고양이가 너무 많으니 데려가라는 거였어요.
새끼 못낳게 수술 시킨다고 하니 수술시키고 다시 데려오지 말라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더이상 냥줍이 불가능한, 제 어려운 사정을 말씀드리고...
아무튼 그 고양이 소굴의 대장냥이라고 하던데(요즘은 아닌거 같기도 하고..ㅠㅠ)
뒷다리 하나가 없어서 다리가 셋만 있고 얼굴이 저처럼 아주 커요. 숫냥이구요.
나무틀을 짜고 늘 설치하고 있는(괜찮은줄 알고 있었었는데, 어제 들으니 어르신들이 화를 많이 내셨다고 하더라구요)
야옹급식소의 밥을 먹다가 사료와 물 채우러 온 저와 몇 번 마주쳤는데 경계가 심해 항상 절룩이면서 도망갔구요.
주민들 말로는 인근 부흥상사? 철물점의 어떤 할아버지께서 오랫동안 고양이 밥을 줘오고 계신다는데
이 녀석이 그 밥을 얻어먹는 녀석이고, 어릴때인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다리가 떨어졌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동안 사진을 찍지 못하고 있다가.. 사진찍기에 게으르기도 하고..
어제 TNR하려고 포획틀을 설치하고 기다리다가 멀리서 발견하고 줌을 당겨 찍었습니다.
부은건지 무거운 등치를 세 발로 버티며 딱딱한 아스팔트를 딛어야 하는 다리 셋의 숫냥이,
제가 냥줍하고 싶었지만 냥줍했다가 반년이 지난 지금도 적응못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고양이가 있기도 하고..
부모님께서도 반대가 심하셔서 더이상 냥줍을 하지 못하고 겨우내내 안타까워 하기만 했어요.
혹시나 딱딱한 아스팔트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해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꿈이라도 꿔보며 글 올려봅니다.
어느 지역이든지, 제가 통덫으로 포획하고 이동장에 넣어서 쉬는 날 데리고 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