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길냥이

회색냥이 저를 무시해요.

by 하니빈 posted Apr 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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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아가들이 매서운 추위를 이기고 봄을 맞았어요.

제가 밥을 주고 있는 회색냥의 때깔도 좀 달라졌지요. 콧잔등이 거뭇거뭇 꼬질꼬질 했었는데, 지금은 말끔해졌어요.

 

사진5.PNG

 

눈꼽이 좀 껴 있긴 하지만.... 밥 잘 잡숫고, 햇빛 쬐고 있는 회색냥이어요.

 

2월이었나, 이 회색냥의 성깔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 중에 고등어새끼를 데리고 오는 카오스냥이 있어요. 제가 몇 번 보긴 했지만 그동안은 다른 고양이랑

다른 시간에 밥을 먹으러 와서 몰랐던 모양이에요.

 

사진6.JPG

 

어느 아침이었는데, 밖에서 냥이들 울음소리가 장난이 아닌 겁니다. 얼른 나가봤더니 카오냥과 회색냥이 한 판 붙었어요.

아파트 단지 옆이라 소리가 되게 크게 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앙칼진 울음소리에 기 싸움에 분위기 진짜 무서웠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듣고 민원이라도 제기할까봐 쫓아내면서 싸우지 말라고 말은 했지만 ^^;;; 제 말은 들은 척도 안 하더군요.

 

사진7.PNG

 

카오스냥은 새끼가 있어서 더 필사적이었던 듯 해요. 나눠먹어도 충분할만큼 밥을 주고 있는데. ㅠㅠ

이른 아침부터 두어 시간을 저러고 싸웠습니다.(근데 털은 회색냥이 더 많이 뽑혔음.) 그 뒤로 카오스냥은 잘 보지 못했어요.

꽤 여러 마리가 왔다갔다 하는 것 같은데 잘 보이진 않더군요.

 

그런 회색냥이 쭈구리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진8.PNG

 

얘가 아마도 이 동네 왕촌가봐요. 제가 아침에 단백질 보충하라고 닭가슴살을 얹어 주는데, 그걸 회색냥이 맨날 1등으로 와서

먹다가 어느 날은 보니 얘가 다 먹고 있었어요. 카오스냥에게 기세 대단했던 회색냥이 이 코점냥이 밥을 먹으면서 고기 다 건져

먹고 있어도 구석에 숨어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닭가슴살 두 개 뜯어서 많이 먹으라고 줬는데 코점냥이 다 먹고 있으니 저 구석에서 대기타던 회색냥은 안절부절을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점점 코점냥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사진9.JPG

 

지금 이 나무 밑에서는 코점냥이 고기 다 건져 먹고 있는 중 ㅋ

 

 

근데요, 다른 동네 고양이들은 밥 주는 사람 고마워서 쥐도 잡아다 주고, 새도 잡아다 주고 한다던데, 저는 그런 건 진짜 바라

지도 않거든요. 그저 매일 나타나 잘 먹어주면 감사한데, 이 회색냥이 녀석이 저한테 하악질하면서 냐옹하는데, 어떤 땐 하악질하면서 밥그릇 가져가고 가져오는 제 손을 자기 손으로 막 쳐요.

오늘도 나무밑에 밥  갖다주고, 물그릇 넣어주는데 하악질과 함께 손톱을 세워서 제 손을 할퀴려고 해서 살짝 긁혔어요. ㅠㅠ(지난 번에도 한 번 발톱에 찔려서 피가 쪼금 났음)

주말에는 출근을 안 하니까 주말에 밥을 못 먹어서 화가 났나 싶기도 하고, 저의 동료들은 냥이들한테 그렇게 무시당하면서 밥셔틀한다고 ㅋㅋ

그래도 길 생활하려면 그 정도 성깔은 있어야 견디지 ㅋㅋ 하면서 웃어넘기긴 하는데(나는 관대하다.....), 회색냥이 저를 도대체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