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였어요

엄마의 껌딱지 세히 이야기입니다.

by 푸른날개 posted Apr 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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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앞에서 아주 작은 아가냥이 어떤 아저씨를 졸졸 따라가는걸 보았다.

저만치 가다가 아저씨가 따라오지마 너 엄마한테 가라 하니까 알아듣는거처럼 뒤돌아서서 뛰어간다.

 

다음날 그 아가냥을 생각하며 외출을 하려는데 차고옆 조금 지난 곳에서  와~ 고양이다라는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에고 더러워 만지지마 하는 아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다가갔다.

거기엔 내 손바닥보다 작은 때가 꼬질꼬질하고 털이 듬성듬성 빠진 형편없는 모습의 아가냥이 도망가지도 못하고 빤히 저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아가냥을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내 아이처럼 옆의 사람들을 무시하고 데리고 집으로 올라왔다.

 

에미를 찾아 울수도 없는 아이...  귀를 입에대고 들어야 겨우 작은 쉰목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에미를 찾아 너무 울어서 성대가 망가졌는지도... ㅜㅜ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다행히 피부병은 아니라고 설사약만 지어주셨다.

그날부터 그 못난 아가냥이는 베란다에 살면서 우리 가족이 나가면 어디선가 벗겨진 작은 발바닥으로 뜨거운 베란다를 밟고 달려와 눈물의 발라당을 해서 우리를 울리곤 했다.
구름이가 나가면 졸졸 따라다니고 까미에겐 하악질을 하고 도망을 쳐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낮엔 베란다 가득 뙤약볕이 내리쬐이고 밤엔 길냥이들이 들락거리고....  차츰 또 걱정이 되어 조금 더 클때까지만 방에 두자는 남편의 말에 얼른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런데 집안에서 재운 그날부터 못난이는 움직이질 않는다 ㅠㅠ  설사도 심하게 하고 침대에 눕혀두고 살펴보면 너무나 참담한 고생을 한 흔적이 가득한 여린 의 모습이 눈물겨워서 차마 바라볼수가 없었다.

 밥먹다가도 쓰러져 자고 응가 누다가도 화장실에 그대로 코를 쳐박고 잔다.

 나흘만에서야 긴 잠에서 깨어난 아가는 집안 구석구석을 엉덩이를 치켜들고 뛰어 다녔다. 까미는 계속 끼웅 거리며 쫓아다니고 아가는 구석에 숨어서 주먹질이고.... 

여름 휴가를 가야 하는데 이 어린 아가를 두고 떠날수가 없어서 이동장에 넣어서 데리고 갔다. 업둥이~1.JPG 세834E~1.JPG

못난이가 집에 들어온 후 한달이 지나서 캐나다로 어학 연수를 떠났던 구름이의 누나가 돌아왔다.

까미와 못난이는 처음 보는 언니였다.  그런데  구름이보다 못난이가 언니에게 먼저 다가간다.

그리고 언니를 졸졸 따라다니더니 언니의 침대위에 올라가서 잠을 잔다.  모두가 놀라워했다.

침대 생활을 시작한 못난이에게 세히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생후 두번째의 목욕을 시켰다.

첫번째 목욕에서는 조금 남아 있던 털이 다 빠져버려 다시는 목욕시킬 엄두를 못냈었는데 두번째 목욕후의 세히는 너무나 이뻐졌다.  목욕을 시키면 이렇게 이뻐지나 싶어서 연속으로 세번을 시켰다 ㅎㅎ

 

그후로 세히는 언니의 추종자가 되었다.

언니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현관문까지 나가서는 발라당하고 또 지가 먼저 언니방으로 들어가 언니를 앉혀놓고 뱅글뱅글 돌고 어깨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그 작은 소리로 골골송을 부르고 그야말로 요란한 인사를 한다.

언니가 서울로 취직이 되어 떠나고 이제 세히는 엄마의 껌딱지가 되었다.

우리집에 없어서는 안될 귀한 신데렐라 공주786200222.jpg 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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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둥이~1.JPG 세834E~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