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2일 토요일 저녁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구조한 페르시안 여아 치료 후 소식 전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동네 주민의 자동차 아래에 있어서, 그 주민분이 아이를 꺼냈는데, 전혀 반항을 하지 않았습니다.
미용을 해 놓은 것도 그렇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얼핏봐도 집고양이 였습니다.
그 주민분이 다시 내려 놓았을 때 뒷다리를 저는 것 같았습니다.
일단은 밥을 좀 먹여야 할 것 같고, 주인을 찾아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제가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한손으로 이아이를 안고 왔을 만큼 아이는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일단 집에 데려와서 물과 사료를 먹였는데, 사료를 허겁지겁 엄청나게 먹더라구요. (저희 집 고양이 두마리에 비하여)
그리고는 너무 더러워서 일단을 대충 씼겼는데, 회색 페르시안인줄 알았는데,
씻겨놓고 보니 흰색이 더 많은 아이였습니다.
씻길 때도 너무나 말라서, 만지면 부서질 것 같아 안타까웠고, 물이 싫지만 거부할 힘조차 없는 이 아이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울면서 씼겼습니다. 씼기고 나니 참 예쁜 아이였습니다.
길 생활을 좀 했는지, 꼬리와 다리부분 등에 떨어지지 않는 기름 때같은 것들이 있어서, 가위로 대충대충 잘라냈습니다.
꼬리부분은 미용하지 않고 일부러 길게 둔것 같았는데, 이물질 때문에 제가 듬성 듬성 잘라서,
다소 볼품이 없어지기는 했습니다.
다음 날, 24시간 하는 동네 큰 병원에 아이를 데려갔습니다.
각종 검사를 했는데, 심장사상충, 지알디아(원충), 파보바이러스 에서는 모두 음성이 나왔으나,
빈혈이 심하고, 다리는 탈골된 상태로 최소한 2개월은 더 된 것처럼 보인다 했습니다.
탈골된 다리는 수술을 하면 조금은 나아질 수도 있으나, 빈혈이 심하여 수술을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또한, 항문에 빨갛게 살이 드러나 있는 상태인데, 항문이 기형인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2주정도 잘 먹여보고, 빈혈 상태가 나아지면 그 때 수술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고,
기형인 항문은 괴사되지 않도록 매일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주라 했습니다.
아이가 너무나 안쓰럽고 불쌍하여 의사선생님과 상담하는 내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날 검사만으로도 몇십만원이 나왔고, 그 몇배의 수술비....
또한 빈혈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백혈병이나 용혈성빈형 등 무시무시한 얘기들을 듣고보니...
또한 기형적인 항문으로 인하여 평생 소독하면서 살아야 하는 아이 상황...
제가... 이아이를 포기하게 될까...진심...두려웠습니다.
고보협을 알게 되고... 치료비 지원을 신청하면서, 아이 이름을 '크림'으로 정했습니다.
두려웠지만, 일단 빈혈부터 치료해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일단 아이가 움직임은 거의 없었지만, 먹는 거에 대한 욕구가 강했기 때문에 잘 먹이리라 다짐했습니다.
면역력에 좋다는 엘라이신, 초유, 인트라젠에 다가, 아기용 빈혈약을 사서, 매일 3-4방울씩 먹였습니다.
처음에는 설사를 하고, 항문 소독을 할 때마다 울부짖는 아이 때문에 참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점차 움직임이 좋아지고, 정상적인 맛동산을 보여주고, 언젠가 부터 스스로 그루밍도 하면서
희망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2주를 보내고.... 어느날... 방하나에 크림이를 격리해 놓고, 펜스망을 쳐 놨었는데,
어느 순간에 보니, 거실에 있는 저를 향하여 크림이가 절둑거리며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펜스가 열린 줄 알고, 아이를 안고 다시 방으로 가보니, 펜스는 그대로 있었습니다.
크림이를 다시 방에 넣고, 제가 방 밖으로 나오자 아이는 그 펜스를 기어올라가더니 점프해서 그 방에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고양이가 1m 정도되는 방묘문을 넘는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나,
한쪽 다리가 탈골된 아이가 방묘문을 기어오르고, 점프를 했다는 것이 정말 놀랍고 대견했습니다.
아... 우리 크림이.. 이제 살았구나...
고보협으로부터 병원을 소개받고, 아이가 수술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휴가를 내었습니다.
워낙 집에서 먼 거리여서, 아침부터 서둘러 병원에 갔습니다.
빈혈이 좋아져서, 수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10시반 경에 병원에 도착하여, 11시에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첫 병원에서 진행했던 세가지 키트 검사를 제외하고, 피검사를 통하여 간수치, 신장수치, 빈혈수치를 보았습니다.
간과 신장은 모두 정상이었고, 빈혈은 정상범주의 살짝 아래를 밑도는 정도로, 2주전에 비하여 매우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첫 병원의 검사 결과를 출력하여 가지고 갔습니다.)
몸무게도 2주동안 800 g 이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1.8 kg 였는데, 지금은 2.6 kg 입니다.
물론 당연히 백혈병이나, 용혈성빈혈 가능성은 적고, 길생활로 인해 먹지를 못해서 왔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수술도 가능할 정도로 빈혈수치가 좋다고 했습니다.
탈골된 다리는 수술을 위하여 엑스레이 촬영을 했고, 2시경에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수술 후 마취 깨는 것 까지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여, 저는 4시까지 병원 인근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집에 다녀오기에는 왕복 3시간정도 되기 때문입니다.)
4시가 조금 넘어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병원에 갔더니,
크림이는 수술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원장 선생님까지 해서 7명의 의사선생님들의 회의 결과, 크림이의 탈골이 수개월 전에 진행되어,
뼈의 윗부분(동그란부분)을 잘라주는 수술인데, 이미 마모되어 수술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의사 선생님 중 한분이 크림이 같은 아이를 케어 중인데, 7개월 째 수술을 하지 않고 경과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수술 만이 능사가 아니니 1년 이상 지켜봐서 아이가 걷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게 되면 다시 고민해 보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수술을 안한다니, 불안하기도 하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몸무게 2.6 kg 아이를 수술한다니... 가슴이 떨리고 긴장이 되었으니까요.
새로운 사실도 알게되었습니다. 크림이는 2살이 아니고, 5살이상된 여아라고 합니다.
또한 항문기형으로 알았던 것이, 항문 아래부분이 찢어져 살이 빨갛게 드러났던 거라고 합니다.
사고 나고 바로 봉합을 했으면, 이쁜 모양으로 항문이 아물었겠지만,
이미 항문파열된지가 한달이상이 되어 봉합을 해도 붙지 않을 것이라도 합니다.
그나마, 2주전부터 소독과 연고를 발라서, 현재는 아물고 있다고 합니다.
항문의 모양은 조금 투박하고 두꺼워 졌지만, 기능상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하니 정말 다행입니다.
병원에 다녀온 날은 삐졌는지 집에 들어오자 마자 안방 침대 밑에 들어가 버렸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날 밤부터 밥도 잘 먹고, 생기가 돌아 여기 저기 절둑거리면서도 잘도 다닙니다.
2주간 격리했으나, 지속적으로 냄새를 맡고 서로 봐와서 그런지,
저희 집 고양이 두마리와도 싸우거나 하악질 하거나 그러지 않고, 사이좋게 지냅니다.
크림이는 다리가 아파서 식빵을 굽는 자세나, 가지런히 앞발을 모으고 앉지는 못합니다.
늘 옆으로 길게 기대어, 다리를 뻗어 앉아 있습니다. 절둑거리지만, 호기심이 많아 여기저기 잘도 다닙니다.
침대에도 올라가고, 소파에도 올라가고, 식탁의자에도 올라가고 내려옵니다.
그래도 이곳에서의 삶이 좋은 가 봅니다. 제가 만지면 늘 눈도 가늘게 뜨며 골골송을 불러줍니다.
지금은 우리 집 세번째 고양이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기한게 아니라 잃어버린 고양이라면, 엄마가 애타게 찾고 있다면....
고양이를 두마리 키우는 고양이 엄마로서, 그 생각만 하면 정말 눈물이 납니다.
크림이는 잘 지내지만, 그래도 5년을 넘게 함께 했던 엄마가 이 글을 보신다면... 연락주세요.
많이 아쉽고, 섭섭하겠지만.. 엄마를 찾을 수 있다면 그래야 겠지요.
처음으로 길에서 아이를 구조했고, 혼란에도 빠지고, 가족들과 언쟁도 있었습니다.
직장 생활하니까, 아픈 아이를 돌볼 자신도 없었구요.
아이들 많이 구조하고, 돌보시는 캣맘,캣대디,구조자분들, 고보협 님들... 모두 정말 대단하세요.
정말 정말 소중하고,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신거지요.. 늘 응원하겠습니다.
우리 크림이도 잘 지내고 더욱 건강해 지도록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