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1[휘루's story-1]안녕! 휘루

by 고보협 posted Oct 2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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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루's story:첫 번째 이야기

안녕! 휘루야!

글 사진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감자칩



휘루메인.jpg



내  인 생 을  송 두 리 째  바 꿔 놓 은  휘 루

고보협 쉼터 ‘휘루네’ 시작을 알리는 첫 페이지라서 더 긴장이 된다. 

어찌보면 고보협 역사의 한 부분을 기록하는 소중한 작업이라 생각되니 설레기도 한다. 

고보협 뉴스레터 ‘휘루네 스토리’ 꼭지는 고보협에서 구조되어 쉼터 휘루네를 거처간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나 또한 그들에게 “오겡끼데스까~” 하며 안부를 묻고 추억을 되세기는 것 같아, 엄마 미소가 띄워지고 눈가가 촉촉해진다.

휘루와 함께 고보협에서 활동한지 5년이 넘어가고 있는 요즘, 

이제는 같이 세월을 세어가는 휘루를 보면 깊은 감회에 젖는다. 

내게 휘루가 없었다면 내가 휘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길고양이 활동을 열정적으로 할수 있었을까, 

그토록 길고양이들의 대변인 마냥 목소리 낼 수 있었을까 싶다. 

그렇게 휘루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내 삶의 모티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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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보 협  자 원  봉 사 자  지원

6년 전,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도움으로 돌보던 길고양이를 구조할 수 있었다. 

너무 큰 감동과 감사한 마음에 내가 받은 도움의 100배를 보은하자는 마음으로 겁도(?) 없이 자원 봉사신청을 했다. 

월활한 구조가 이뤄지도록 안내하고 치료하는 일을 맡았다. 

내가 돌보던 길고양이가 다쳐서 나타났을 때 그 가슴 찢어짐과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더 답답했던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래서 구조가 잘 되면 회원님과 얼싸안고 우는 일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사정이 여이치 않아 버려지는 환묘들이 생겨났다. 

연락두절 혹은 긴급 입원 등으로 협회의 어려운 재정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병원비가 쌓여갔다. 

자연스레 그 아이들을 임시보호하고 입양을 보내는 일까지 떠맡게 되었다. 

사실  내 인생에 있어 적지 않게 몰인정한 세상에 놀래고 사람에게 상처 받았던 시기가 이때이기도 했다. 

어느새 우리집은 삼삼오오 협회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임시로 버무는 공간이 되었다. 

참으로 굴곡진 인생의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자니, 

여기서 왠만큼 눈물 없이는 듣지 못할 사연을 가진 아이들은 명함도 못내밀 판이었다. 


살처분 몇일전.jpg

살처분 몇일 전의 휘루.




안 녕 !  휘 루 !

이 때쯤 접한 휘루 사연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살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미처 다 자라지도 않은 5개월 남짓의 사진 속 아기 고양이. 

사진을 보는 순간 휘루는 “나는 살고 싶어요” 라고  울며 외치고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동물판에서 햇병아리라 대한민국에서 길고양이를 포획해 살처분한다는 사실 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러기에 휘루의 D-DAY 공고일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어떻게 보기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민원을 넣고, 어떻게 그런 전화 한통으로 가뜩이나 힘겹게 살아 가는 길고양이들을

잡아다 죽음을 향한 카운트다운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누가 인간에게 그런 권리를 줬단 말인가. 이건 말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입양을 위한 공지랍시고 사진과 함께 등록된 휘루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  사나움

- 먹지 않음

- 만지는 걸 싫어함’

회원님들의 도움으로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온 휘루는 사나운 게 아니라 아픈 것이었다. 

다친 몸이 아파 만지는 것을 싫어했던 것이었고

칼리시 바이러스 감염으로 혀가 퉁퉁 부어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한 것이었다. 

조금만 부드러운 캔이나 유동식을 줬다면 휘루는 열심히 먹고 온 몸으로 맛난 걸 줘 고맙다는 애교를 부렸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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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 루 가  있 었 기 에

 우리집에 머물렀던 고양이들이 모두 입양을 가고 나와 휘루 단 둘만 남게 되었을 때 

우리는 참으로  서로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협회 살림이 어려워 사비로 전단지를 제작하고 봉투작업에 발송작업까지 직접 하고 있으면, 

휘루는 봉투에 협회도장을 날인하는 나를 따라한다며 자기 발자국을 인주에 뭍여 봉투에 찍었다. 

또 고보협 운영비용을 조금이나 마련하기 위해 달력제작을 할 때도 밤새 봉투를 붙이는 내 곁을 지켜줬다. 

타인의 따끔한 질책에 눈물 지을 때도 곁에서 끙끙거리며 위로해 주던 휘루였다. 

그 사납다던, 그 작던 휘루는 되려 내가 의지하고 기대는 존재가 되었다. 

 만약 그때 휘루가 살처분되었다면 

이 아이가 이토록 사랑스럽고 행복을 전해주는 귀한 생명이라는 것을 모른 채 지나갔을 것이다. 

이런 깨달음이 가슴을 적실 때쯤 결심이 섰다. 협회에 버려지거나 협회에서 구조한 고양이들도 이 세상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는 소중한 생명이며 따라서 다 같이 살아보자고. 

그렇게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휘루와 함께 고보협 쉼터 휘루네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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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 이  살 아 보 자 

5년이란 세월을 뒤돌아 봤을때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던 순간들이 참으로 많았다. 

입양 보낼 때 아이들 고생 덜시키기 위해 택시라도 타면 울음 때문에 중도에 내려야했던 설움, 

사비로 꾸리다 보니 사료 떨어짐 모래 떨어짐에 가슴 조이던 날들. 

한 번은 어느 회원이 병든 후지마비 고양이를 버리고 갔는데 휘루에게로 병이 옮아갔다. 

고열에 시달린 휘루는 앞니가 모두 빠져버렸다. 그때 얼마나 대성통곡을 했는지 모른다.    

고보협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는 만큼 협회에 버려지고 맡겨지는 고양이들이 늘고 있다. 

그래도 예전 만큼 두렵지 않다. 

휘루네를 응원하고 사랑해 주는 수많은 회원님들과 언제나 내 곁에서 도우미 묘로 동행해 주는 휘루가 있기에.

예전에 겪었던 어려운 생활과 눈물이 있기에 현재의 행복이 배가 된다고 했던가.

지금 이 원고 작업을 하면서도 내 곁에서 잠든 휘루를 보니, 마음이 또 아린다. 

“5년전으로 다시 돌아간다 하여도 나는 너를 선택하리라.”

“안녕? 휘루야!”


 휘루’ s story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쉼터 ‘휘루네’는 협회에서 구조한 아이들이 머물고 있는 곳입니다. 

휘루’ s story는 고보협에서 구조되어 쉼터 휘루네를 거처간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며, 

유기묘 출신 혹은 척박한 대한민국이라는 환경에서 태어난 길고들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으로부터 상처 받은 이들이 다시금 사람에게 눈짖하고 마음을 열어가는 가슴 울리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 삶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