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매일 저녁 8시에 만나서
2달가량 밥 준 어미와 새끼가 있습니다.
어미 이름이 '링고'인데
기특하게도 8시가 되어서 제가 나타나는 소리가 부스럭 나면
조그만 화단 사이로 자기 얼굴을 내비치며 "여기 와있어요"라는 인증을 꼭 하던
녀석이었습니다.
별탈없던 평온한 나날들 중
어둠속에서 보기에도 확연히 보일만큼 링고가
3발로 엉금엉금 걸어서 먹이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이더군요...
처음에는 걱정되는 마음과
이녀석이 뭘 잘못 밟아서 발바닥을 다쳤다보다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바로 근처 동물병원에 가서 제가 키우는 마당냥이가 발바닥을 다쳤다고
말하고 항생제 5일분 처방과 소독제,연고(이 두개는 쓰지도 못하겠지만)을 받아서
항생제를 그날 밥에 잘 섞어서 들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상태를 잘 보기 위해서 일부러 해떨어지기 조금 전에 나갔는데
해 밑에서 보니 발바닥을 다친 정도가 아니고 이녀석이 다친다리를 일자로 쭉 뻗어서 들고
돌아다니는데 뼈가 부러진 채 살갗을 뚫고 나온게 아니겠습니까!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것처럼 노래지더군요... 특히나 뼈가 맨살을 뚫었으니 그 살사이로
각종 세균이 침투하여 이녀석이 곧 죽기라도 할것같아서 정말 미칠것같았습니다.
그날 밤 바로 저는 고양이보호협회에 들어와서
일단 통덫부터 신청하고
치료지원신청란에 바로 글을 올렸습니다.
다른 유사한 사례들, 글들을 하나하나 전부 확인하고 읽어보았습니다
확인 한 날이 금요일밤이었는데,,, 긴 주말(토,일)을 지나서
그 다음주 월,화,수는 장대같은 비가 오기로 일기예보가 뜨더군요...
이녀석이 통덫으로 무사히 들어가 잡힐지 안잡힐지도 모르는데 마음이 암담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통덫 관계자분이 바로 연락을 주셔서
통덫 보내주기로 한 분과 얘기 맞췄고,,, 일이 빨리 진행되어
그날 밤 통덫을 (비가 오지만) 비가 닿지않는 아파트 구석에 설치하였습니다.
그런데 월요일은 경계를 한 녀석이 들어가지 않았고,,,
화요일날 가서보니 새끼녀석이 먼저 들어가 잡혀있고 링고는 그 주변을 배회하며
새끼를 풀어주기를 기다리더군요... 마치 제가 풀어줄수있을걸 알기라도하듯이
아무튼 새끼를 풀어주고 나니
2시간여 뒤에 링고가 그 속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야생은 야생인게 저는 그동안 밥때되면 순한 얼굴로 마당에서 기다리던 링고가
통덫에 붙잡히니 그렇게 하악거리고
분노에차서 으르렁거리고 성치않은 몸으로 철제통덫을 6번이 들이받더군요...
제가 알던 링고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나운 하나의 야생동물이 된것같았습니다. ^^;;
덜덜 떨리는 손으로 보자기를 살짝 철제 통덫위로 덮었습니다.
그날은 늦은 밤이어서 다음날 병원진료를 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하필이면 밤새도록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떠나가질 않는밤이었습니다.
또 걱정이 되어 2시간 뒤에 나가서 보니
이녀석이 보자기를 손톱으로 끌어들여서 안쪽으로 다 끌고 들어갔더군요.
그래서 통덫을 벽면으로 붙이고 그 위에 신문을 바람에 날아가지않도록 벽쪽과 바닥으로 밀어넣어
'ㄱ'자 모양으로 고정시키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밤새도록 잠이 안오더군요...
그다음날 아침 6시에 다시 나가니 제가 다가가자마자 으르렁 거리기는 하지만
뭔가 녀석이 안정된것같았습니다. 좀 지친거겠죠. 그리고 ㄱ자 신문사이로 뚫고 들어가 밤새
어미랑 같이 지낸 녀석의 새끼가(이름:돌맹이) 저가 다가가자마자 재빨리 도망가더군요.
아침9시반쯤에 철제 통덫을 원래 포장되어온 박스에 집어넣고( 이때도 하악거리고 난리)
윗부분만 살짝 개방한 채로 택시를 타고
고보협에서 소개시켜준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수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영역을 벗어난걸 아니까 그렇게 난동부리던 녀석이 갑자기 찍소리하나 내질않고
조용히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도 꼼짝을 않더군요
담당 의사선생님께 검사와 동시에 수술을 부탁드리고
저는 그길로 출근하고,,, 그날 근무를 마치자마자 쏜살같이 병원으로 갔습니다.
선생님께서
수술을 하지 않았다 말씀하시고,,,
링고의 뼈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링고가 이렇게 뼈를 다친 시점이 불과 며칠전에 다친게 아니라
이미 1달이상 되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링고는 이미 3다리로 생활하는것 적응까지 끝났을거라고...
두개의 부러진 뼈 사이에는 이미 연골처럼 새로운 뼈가 원래 뼈만큼이나 두껍게 자리잡혀있었습니다.
어떻게 그동안 단 한번도 녀석이 다리를 다친녀석이란걸 몰랐을까요?
아무리 밤에 밥을 줘도 그렇지 그 얘기를 들으니까 눈물이 솟아나오더군요...
선생님께 근데 왜 갑자기 안아픈것같던애가 5일전부터 다리를 3발로 걸었냐고 물으니
그부분 부러졌던 뼈가 완전한 뼈가 아니기때문에
부러진 채로 적응을 했다 하더라도 외부적으로 작은 충격이라도 받게 되면
다시 아프게 되어 갑자기 그런것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이런 녀석의 경우 앞으로도 3개의 다리를 위주로 생활해야하며
뼈부러진 다리는 온전히 쓰지는 못한다고 지탱하는 역할정도 할것이라고
말씀하시고,,, 입양을 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것이다
얘기하시더군요... 그리고 그날은 결국 아무런 처치도 받지 않고 진통제 7일분을 얻어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날 집에가서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링고라면 제가 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집에서 독립하려면 1~2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이 야생성이 센 (이번에 새삼 확인) 그리고 이미 야생에서 성묘로 성장한
장애묘 링고 녀석을 누군가 받아 주었다가 포기라도 한다면 그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을것같아요...
특히 녀석에게는 2개월가량 된 새끼가 항상 붙어있기때문에 (교육도 엄청 열심히 하는것같습니다)
더더욱 그렇게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링고를 하룻밤만에 다시 풀어주었습니다.
새끼녀석이 바스락거리며 다가오더군요..
그리고 제가 직접 데리고 살기로 마음먹었어요... 지금 당장은 안되지만
최대한 그 시점을 당기도록 애써봐야겠습니다.
오늘도 링고를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따뜻한 햇살에 마당에서 배깔고 누워서 졸리운듯이 앉아있는 녀석인데,,,
제가 앞으로는 책임지고 이녀석 동태를 좀더 꼼꼼히 살펴야겠습니다.
링고녀석이랑 함께 따뜻하고 안전하게 기분좋게 함께 살 그날까지
이녀석의 캣맘으로써 책임을 다해야겠어요
제가 급한사정 듣고,,, 바로바로 재빠르게 도와주신 고보협 관계자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 우리나라에 이런 단체가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안심되고
든든한지 몰라요~~~~~~~~~~~!!
그동안은 눈팅이나 하며 회비도 냈다안냈다 했는데,,, 이번일을 계기로
얼마나 좋은일 하고 계신지 저도 꼭 함께 동참하고 싶습니다. 감사해요 고보협 여러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