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 & People
최초 극장용 고양이 로드다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조은성 감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주인공 옹이.
7살 먹은 코숏 ‘옹이’는 신기하게도 말을 할 줄 아는 고양이다.
내년 여름께 옹이는 스크린을 통해 대중에게 첫인사를 하고, 인간과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일본과 대만, 한국의 고양이 친구들도 소개할 계획이다.
조은성 감독은 압구정 길고양이 사건에 적찮게 충격을 받은 애묘인 중 한명이다.
로드 다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길고양이 문제에 대해 그가 이 사회에 제안하고
싶었던 얘기들이다. 이 옹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말이다.
1.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길고양이 로드 다큐멘터리로 알고 있어요.
어떤 내용인지 줄거리부터 들어볼까요.
로드 다큐라는 게 말 그대로 정해진 주제 아래서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며 촬영한 것을 말하는데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일본,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 3국의 길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초점은 길고양이가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맞춰집니다.
화자는 ‘옹이’라는 7살 난 치즈냥인데요. 옹이도 길고양이 출신이예요. 아기 고양이였을 때 지금의
집사로부터 구조되어 안락한 삶을 누려왔죠.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압구정동 고양이 사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요. 밤새 잠을 설친 옹이는 인간들에게 내몰리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찾아나서기로 해요. 그렇게 옹이는 일본과 대만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남동 길고양이들, 신문 돌리는 사진가가 주는 밥을 먹는 봉천동 길고양이들을 알게 되면서
작은 희망을 발견하게 돼요.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의도적으로 제목을 같이 했어요. 소설의 시점이 고양이라는 게 참 매력적이었어요. 고양이가 본 고양이라든지
고양이가 본 사람이라든지, 고양이 입장에서 이야기되는 게 재미를 줄 수 있고 전달성도 높을 것 같았어요.
2. 화자가 고양이라면 캐릭터도 있겠군요. 그러면 중간 중간 애니메이션 같은 요소도
들어가는 것인가요. 기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네. 일러스트로 제작된 옹이 캐릭터가 있고요. 그래서 실제로 옹이는 다큐에서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되어
등장해요. 다큐에 애니메이션 기법이 도입되는 거죠. 그리고 영상이나 일러스트,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스틸 사진, 캘리그라피, 웹툰, 회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분야 작가들과도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어요.
극장용이기 때문에 전개나 구성은 물론 영상적으로도 퀄리티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소설<나는 고양이로소이다>처럼 이번 다큐도 화자를 고양이로 설정했다.
3.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고 실제 작업에 들어가기까지 준비기간은 얼마나 걸렸는지요. 그리고 개봉일은 언제쯤으로 예정하고 있어요.
일본은 촬영이 거의 끝났어요.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교토, 히로시마, 후쿠오카, 나카시마 등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했고요. 누적시간만 45일 정도 걸렸어요. 이달 촬영에 들어가는 대만도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허우통와 인근 도시 그리고 이 나라 수도를 돌 예정이예요. 우리나라는 틈틈히 찍고 있는데요.
서울 연남동과 봉천동 그리고 경남, 제주, 인천 등을 선정했어요. 그 나라 수도나 고양이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곳으로 정해서 보편적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게 했고요. 고보협 감자칩님, 찰카기님처럼
한국 길고양이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는 분들을 우선적으로 만나고 있고요.
개봉일은 내년 5월이나 8월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길게 호흡하는 작업을 선호하는 편이예요. <나는 고양이로소다>도 2년 째 작업 중이네요.
충분한 사전조사가 뒷받침되었을 때 양질의 다큐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관객보다 그 주제에 대해 제가 더 잘 알고 있어야 하죠. 그래서 실제 작업시간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더 길 때가 많아요.
이번에도 고양이를 이해하기 위해 국내에서 출간된 단행본은 모두 읽어봤네요.
4. 일본은 고양이 천국이라고도 하던데, 우리나라와 비교해 두 나라의 고양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은 편인가요. 두 나라 또한 ‘길고양이와의 공생’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회적 노력이 있었을 것 같아요.
두 나라 모두 기본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그 의식이 저도 궁금했어요.
그래서 각국의 동물보호단체를 밀착취재하는데요. 일본의 경우 ‘네코다스케’라는 비영리단체의 활동이
인상적이었어요. 네코다스케는 ‘고양이 구출’이라는 뜻이예요. 1997년부터 도쿄, 신주쿠를 중심으로
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생하는 도시환경사업을 활발히 추진해왔더라고요.
돌보는 방법부터 중성화, 구조까지 메뉴얼을 만들고 지역주민 대상의 세미나 개최하는데, 포스터 한 장을
붙이더라도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 다음 붙이더라고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양이를 마을 공동체의 일부로 인식시키는 데는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던 거죠. 역으로 보면,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전제된 활동이기도 했고요.
이런 네코다스케의 활동으로 고양이를 싫어하던 사람도 좋아하고 되고요.
비록 자신이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존재를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더라고요.
어느 남성 분이 인터뷰에서 “내가 강아지를 좋아하는 것처럼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며,
그들도 생명인데 내가 싫어한다고 어떻게 학대할 수 있겠냐”라고 말하는데 참 감동적이었어요.
농촌의 어지간한 단독주택에는 물과 사료가 준비되어 있고요….
일본사회는 공존공영의 공동체 의식이 높다고 생각을 했어요.
고양이 마을로 꽤나 유명한 대만의 허우통은 꽤 낭만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허우통은 한때 대만에서 가장 번성한 광산촌이었어요. 석유나 전기의 도입으로 주민들이 마을이 떠나
인구수가 급격히 줄게 됐는데, 그 자리를 떠돌이 고양이들이 채운 거예요.
누군가 이 고양이들을 허우통 지역 블로그에 올렸고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쓰러져가던 마을 경제가 되살아난 케이스입니다.
고양이가 살기 좋은 나라 일본. 외국인에게도 호의적인 일본의 길고양이다.
5. 도대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게 길고양이를 미워할까요.
두 나라 모두 고양이로 인해 사회가 선순환되는 것 같은데.
이번 다큐도 사실 그 의문에서부터 출발했어요. 갈수록 팽창하는 도시 그리고 그 도시에서 일상처럼
마주치는 길고양이들. 그리고 어느덧 사회적 문제까지 가게 된 길고양이와 인간 간의 갈등.
길고양이들은 도시의 가장 낮은 곳에서 그림자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제 생각은 그래요. 우리나라는 서구화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 천박성만을 받아들였어요.
우리는 어디에서도 누구에서도 ‘공존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요. 모두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상위 1%에 들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려가기 때문에 동반자적 관계는 결코 될 수 없는 거죠.
밟고 올라서야만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니까요. 학창시절부터 옆 친구를 경쟁관계로 바라보는 교육을 받은
우리잖아요. 친구든 직장 상사든 동료든 그리고 동물이든
다같이 잘 살자는 공존의 마인드가 낄 틈은 애시당초 없었던 거예요. 이번에 경비원이 분신자살한
아파트가 고양이 사건이 있었던 그 아파트라지요. 압구정 현대 아파트.
6. 기대하는 효과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공존’이예요.
불쾌한 소리를 내고 불쑥 튀어 나와 놀라게 하고 주변을 더럽게 한다고 해서 살처분하면,
세상이 나아지냐는 거죠.
7. 이번 다큐를 찍게 된 개인적인 계기도 궁금해요.
고양이를 좋아해 기르기도 했는데요. 압구정 고양이 사건을 접하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당시 다른 주제의 다큐를 제작하고 있었는데 PD로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적어도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조은성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 감독
- 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감독 : 박재호) 조감독
- EBS 교육방송 '시네마 천국' 구성작가
- 월간 비디오 매거진 취재부 기자
- KBSn Sports 특집 다큐멘터리 <인천, 야구의 추억> 감독
- KBSn Sports 주간 야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덕아웃> 기획 프로듀서
- 다큐멘터리 영화 <다방의 푸른꿈> 프로듀서
- 다큐멘터리 영화 <울보 권투부> 프로듀서
- 다큐멘터리 영화 <60만번의 트라이> 프로듀서
- 다큐멘터리 영화 <그라운드의 이방인> 프로듀서
-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감독
8. 고양이와의 공생과 관련된 다른 계획이 있으신지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옹이를 앞으로 사진집이나 웹툰, 머천다이징 같은 캐릭터로 개발할 예정에 있어요. <천공의 성 라퓨타>, <붉은돼지> 등을 제작한 일본 지브로에 꽤 오랫동안 근무했어요.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의 사회적 영향력은 생각보다 큽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서 운영하는
쉼터 휘루네의 고양이들을 동화책으로 엮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한 다음 캐릭터화하면 어떨까 해요.
구조된 고양이마다 사람 이상의 사연을 갖고 있더라고요. 고양이에 관심없거나 싫어했던 사람들도
한 번이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길고양이를 바라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굿펀딩(http://www.goodfunding.net/gf/index)에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제작비 마련을 위한 펀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애묘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