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2[wait for adoption]행복할거니까

by 고보협 posted Dec 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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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 for adoption : 가족을 찾아요

행복할거니까

글 사진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감자칩

 


1년이 걸렸다. 

가까스로 야옹이를 구출해서 협력병원으로 가는 차 안은 침묵이 흘렀다. 

그 보드랍고 긴 털이 갑옷처럼 딱딱하게 엉켜버린 것처럼, 

기쁨과 슬픔, 미안함과 노여움, 삶의 회한 같은 감정들로 마음이 뒤엉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짙은 잿빛의 양옹이는 소위 말하는 A급 페르시안이다. 

9년 전 100만원을 주고 사왔다고 내게 내심 자랑하듯 말하던 야옹이 주인의 면상이 떠올랐다. 

주인은 작년부터 야옹이를 놓고 우리와 실랑이를 벌였다. 

야옹이가 아프다며 연락은 계속 해오는데 보낼듯 말듯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우리는 이런 유형의 구조건을 두고 ‘실갱이건’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아픈 고양이를 위해 돈까지 써가며 치료해줄 마음은 없지만 고양이가 다시 건강해지면 

소유권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야옹이의 주인도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Don’t touch me

처음 마주한 야옹이는 집 지키는 개처럼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사무실 구석에 앉아 있었다. 

같은 시공간에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자기만의 세계에서 철옹성 같은 방어벽을 치고 있었다. 

얼굴은 눈물 콧물로 범벅이었고 몸은 비쩍 마른데다

털은 갑옷처럼 딱딱하게 뒤엉켜 있었다. 

나를 보더니 여느 길고양이들보다 더 경계하며 화를 냈다. 완벽하게 인간을 거부하고 있었다. 

주인은 비싼 돈 주고 사왔는데 애교도 없고 경계만 하는 야옹이를 

나쁜 고양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람을 잘 따르도록 성격까지 개량된 페르시안이 이토록 경계가 심한 경우는 

대부분 환경 탓인데 말이다.  




발톱제거수술

야옹이가 움직이는 시간은 하루 한 번 식사 때였다. 

구석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주린 배린 채우기 위해 걸어 나오는 모습은 

처음 다리가 생긴 인어공주의 걸음걸이와도 꼭 같았다. 고통스러움 그 자체였다. 

야옹이는 한 때 성행했던 발톱제거수술을 받았다. 

사람으로 치면 손발가락의 끝마디를 절단하는 것과 같다는 발톱제거수술을….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미처 발톱이 제거되지 않은 발가락에는 늘 염증이 차 있었다. 

주인은 야옹이가 컨디션이 나빠 밥을 잘 먹지 않을 때마다 협회로 연락했다. 

고양이가 죽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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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못낳는 병신 고양이”

주인은 또 야옹이가 발정이 날 때마다 동네 전봇대에 묶어뒀다. 

야옹이를 살 때 낸 돈의 절반도 안 되는 중성화 비용이 아까워서였을까. 

야옹이의 발정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주인은 동네 길고양이와의 교미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때마다 생김새가 다른 야옹이는 길고양이들의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단 한 번도 야옹이는 임신이 되지 않았다. 

이런 야옹이를 주인은 “애도 낳지 못하는 병신 고양이”라며 거칠게 다뤘다. 

주인의 폭언과 폭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영양실조와 스트레스로 비쩍 마른 야옹이가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데.  

야옹이는 이런식으로 9년을 버텨왔다.이번에 다시 가서 보니 모습은 전보다 더 초췌했다. 

더 이상 광범위하고도 애매모호한 동물현행법만 따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주인에게 강경히 대응하기로 했다. 협회에서 법적으로 대응 가능한 법률자문을 구한 다음, 

주인에게 방치라는 전형적인 학대의 모습이니 

야옹이가 남은 묘생이라도 편히 쉴 수 있게 소유권을 포기해 달라고 했다. 

야옹이의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높은 병원비를 부담해야할 것이고도 덧붙였다. 

이 말에 주인은 야옹이를 떠넘기듯 우리에게 넘겼다.  




푹신한 이불, 맛난 사료

1년 동안 인내를 삼키며 온갖 설득 끝에 데려온 야옹이의 눈빛은 점점 꺼져가는 불빛처럼 흐렸다. 

도착한 병원에서 기본검사 후 발톱제거수술 부작용에 대해 상담했지만, 

담당 수의사는 중성화 수술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극심한 탈수와 빈혈 그리고 자궁충농증이 오래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고. 

저체중이라서 수술을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놓아두면 통증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야옹이에게 나는 진심을 담아 위로했다. 

“야옹아…. 사람이 싫지? 왜 모두가 너를 괴롭히고 힘들게 할까 생각했지?  

사람으로서 미안해…. 내가 대신 다 사과할게. 야옹아…. ”

야옹이는 말하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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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기다리고 있어

다행히 수술을 잘 마친 야옹이는

현재 회원님의 기부로 개별 룸 서비스가 제공되는 고양이 호텔에 묵고 있다. 

난생 처음으로 차가운 바닥이 아닌 따뜻하고 폭신한 이불이, 

개 사료가 아닌 맛난 고양이 사료와 캔을 공급받으며. 

또 폭언과 폭력이 아닌  상냥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손길의 보살핌을 받으며. 

트라우마로 사람의 손을 극도로 싫어하는 야옹이를 보며 나는 다시금 희망을 품는다.

“야옹아. 우리 한번 해보자. 

너에게 꼭 행복감을 맛보게 해줄테니, 너도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힘을 내줘.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거야. 행복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그래서 우리는 널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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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야옹이는 아래와 같은 분을 좋아합니다!


1. 야옹이가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기다려 주실 수 있는 분.  


2. 1~2마리 정도의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지만, 당분간 야옹이만의 위한 독립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는 정도의 여유공간을 갖고 계시는 분.


3. 제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사랑할 것이고, 외출 고양이 또는 쥐잡이로 키울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으신 분.


4. 몇 년간 이민, 유학, 장기출장 등의 계획이 없으신 분.


5. 결혼이나 출산을 하더라도 가족으로서 끝까지 책임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분.

 


이의 조건이 되시는 분들은 본인 소개서 작성해서 메일(medea84@hanmail.net)로 보내주세요. 야옹이의 남은 삶이 행복으로 가득찰 수 있게 따뜻한 품을 내어주실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