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세요. 길고양이 구조행동요령
종로에서 올가미에 걸린 ‘종로’
글 사진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감자칩
새벽 시간 긴급하게 핸드폰이 울렸다. 종로구 119 소방대원이었다.
종로구 일대 올가미가 몸에 감긴 길고양이가 출몰한다는 신고가 들어와
도움을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우선 길고양이 시민신고를 묵살하지 않고 고보협에 연락해준 점에 대해 감사함을 전하고,
길고양이 상태와 이동경로 등 포획에 필요한 정보를 쉴새 없이 체크했다.
종로구 주민들에게 목격된지 족히 한달은 넘은 상태라 했다.
초조함은 가중되었다. 올가미는 동물들에게 정말 잔인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올가미에 한 번 걸리면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고
빼내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몸을 더 옥죄면서 살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올가미에 걸린 동물은 그렇게 서서히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도대체 왜? 산촌도 농촌도 아닌 서울의 한복판에서 올가미에 걸린 동물이란 말인가!
소방대원과의 통화는 점점 긴박해졌다.
안전한 통덫설치법 그리고 올바른 포획 그물망 사용법 등을 전달하고
현장으로 출발하려던 차에 포획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너무도 오랫동안 고통과 굶주림에 허덕여 쉽게 포획된 것 같았다.
아마도 그 고양이는 설치된 미끼가 마지막 한끼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겠지….
속이 시원하세요
병원에 도착해서 길고양이 상태를 확인했다. 한마디로 처참했다.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했다. 저 고양이는 지옥을 경험했을 것이다.
올가미를 설치한 자를 찾는다면 따져 묻고 싶었다.
속이 시원하냐고. 말 못하고 힘 없는 동물이
이렇게 엄청난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야 속이 풀리냐고.
그간 올가미에 걸려서 고보협에서 구조했던 길고양이들 중 상태가 가장 나쁜 사례였다.
고양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임시로 ‘종로’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종로가 정상적으로 회복되려면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아야 한다고 했다.
큰 수술을 받은 종로는 잠을 많이도 잤다.
그리고 아주 서서히 구조 때의 끔찍했던 모습을 벗고 제법 귀여운 고양이다운 모습을 갖춰갔다.
종로는 흰색털이 많은 예쁜 고등어태비였다.
이렇게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사람의 잔인성이 한 생명을 처참하게 망가트릴 수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씁쓸해졌던 사건이었다.
도심에서 올무(올가미)를 발견한다면, 꼭 이렇게 해주세요
1. 관할 구청에 신고하고 철거를 꼭 요청합니다.
2. 경찰서에도 꼭 신고해 기록을 남겨놓습니다. 신고기록이 있으면 차후에라도 붙잡힌 올무 설치자에게 가중처벌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3. 목이나 허리에 올무가 감긴 길고양이를 발견했을 때는 즉시 한국고양이 보호협회에 연락해 길고양이 구조 목적으로 제작된 통덫을 신청합니다. 이번 사례는 119 소방대원의 도움으로 구조가 원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불이나 잠자리채 , 뜰채 등으로 구조를 시도하다 실패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길고양이의 경계심은 극에 달해져 차후 통덫으로 한 번에 포획할 수 있는 기회마저 읽게 합니다.
4. 여러 사람이 구조에 투입되는 것보다 가급적 캣맘이나 1인이 나서 구조해야 경계심을 낮출 수 있습니다.
5. 올가미는 움직일수록 더욱 죄여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길고양이가 많이 움직이지 않고 달아나지 않도록 길고양이의 생활영역 내에서 구조를 진행해야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notice
한 생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캣맘분께서 통덫을 신청하고도 포획에 실패할 경우,
인근지역 협회 회원님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협회와 직접적인 게시글작성을 통해서도 도움받으실 수 있습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다른 단체나 기관, 정부의 지원 없이 100%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입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구조팀을 별도로 운영하기 어려운 형편임을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용기내서 행동으로 옮겨주신다면 저희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서 힘껏 도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