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네 밥집’ 명성을 날리며 이 일대를 주름잡던 달이가 퇴원했어요
달이와 함께 집을 지키며 서로 만나면 얼굴이며 목, 온몸을
부비며 반겨주던 벼리도 지난 해 이맘때 쯤 영역을 옮겨갔어요
벼리가 달이를 떠난 것도 달이가 병이 있어서라고 추측만 합니다.
달이 잇몸에 까만 점처럼 보이는 게 있어서 처음엔 스켈링해 주려고 통덫을
놓은 것이 몇 해 전입니다
최근엔 몰라보게 수척해지고 걷는 것도 힘들어 보여서 지난 10월 3일 처음 포획했어요
치주염은 초기이고 잇몸에 일렬로 난 까만 점은 진짜 점이었어요
이가 부식됐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본 거였네요
병원에서는 구내염과 치주염 초기라고 진단했고 구내염 치료 정도는
집에서도 케어할 수 있을 것 같아 약을 받고 집으로 데리고 왔어요
밥도 많이 먹고 약도 잘 먹고 물도 많이 먹었어요
그러다가 구내염이 재발해서 한 번 더 병원에서 약을 먹었구요
그러던 아이가 구내염이 나을 때쯤부터 밥도 물도 통 먹지를 않네요
아무리 좋아하는 간식을 두어도 쳐다도 안 보고 3일을 같은 자리에만 있어서
통덫도 소용없을 것 같아 자포자기한 맘으로 꼬리에 손을 댔는데 가만 있어요
등으로 목으로 이마를 쓸어주어도 가만 있어서 담요로 덮어 이동장에 넣었답니다
기력이 다 떨어져서 저한테 온전히 맡긴 것처럼 보였어요..
다음날 병원 가려고 이동장을 제 방에 두었더니 쌔근쌔근 코골며 단잠을 자는데
길생활의 고단함을 다 내려놓는 것 같았어요
병원에서는 신부전이 심각하게 진행되었고 대퇴골증식이라고 합니다.
신장은 한 번 망가지면 복구가 안 되어 사람이라면 신장 이식 수술을 해야할 정도라구요.
이런 신장을 가지고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이 대견하다고 해요...
저체온이라 인큐베이터에 들어갔어요
몸 안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시켜야 우선 먹을 수 있으니
수액으로 노폐물을 빼면서 2주쯤 지켜봐야 한답니다
좀 먹을 수 있게 되어 퇴원을 하더라도 안 먹으면 다시
병원에서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네요..
입원 뒤 처음 병원에 갔을 땐 눈도 충혈된듯 했고 초점이 없었어요
두 번째 가니 조금씩 기운을 찾아 눈빛도 전처럼 명료해졌구요
10일 뒤에 퇴원했습니다
첫 날밤은 아무것도 먹지를 않았고 다음날에야 캔과 닭고기를 조금 먹었고요
사료를 먹지 않아 갈아서 닭고기나 소고기를 캔에 버무려 주니 아주 조금씩 먹네요
병원에서는 처방식 사료를 먹지 않으면 맛있는 사료를 주라고 했는데 워낙 노쇠한데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달이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였겠지요..
지난주에는 밤에 잠을 못자고 계속 긁기만 해서 보니 곰팡이성 피부염 자국이 세 군데가 보이네요..
무좀약이 잘 듣는다고 해서 무좀약을 조금씩 뿌려주고 있어요
스폰지처럼 가벼운 몸을 방석 위에 두는 것도 힘겨운지 딱딱한 데만 있고요
처음에는 배변도 화장실과 주변에다 했는데 이제는 화장실도 잘 사용해요
밤에 잘 때 달이 숨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더듬거려 만져봅니다..
8,9년을 길생활로 구내염, 치주염, 신부전, 대퇴골증식, 곰팡이성 피부염..
어느 하나 성한 데가 없는 몸으로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요..
달이야, 사랑해!! 조금만 더 기운 내자!!!
병원 사진을 못 찍었네요....
달이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