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 Koran cat : 전쟁같은 삶을 살다 가는 한국 길고양이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글 사진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감자칩
작년 한해 길고양이보호활동을 하며 참으로 마음으로 위로 받은 슬로건이 하나 있다.
한 인권 단체에서 이 사회의 혐오와 편견 그리고
차별에 반대하기 위해 만든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이다.
우리 사는 세상은 너무도 이분법적인 사고를 강요해왔다.
어렸을 때부터 정답 아니면 오답 혹은 정상 아니면 비정상과 같은 틀을 정해놓고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낙오자인냥 취급했다. ‘다름’과 ‘틀림’과의 차이에서, ‘
다름’이라는 포괄적 사고는 배우지 못하고 조금만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경시하는 획일적이고
편협된 사고에 길들여져 왔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그래서일 것이다.
캣맘활동을 하다보면 두렵지만 만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안타깝게도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는 잘못된 것’라는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수많은 초보캣맘이 이때 가장 많이 상처받고 좌절하며 캣맘이기를 포기한다.
몇 년차 이상의 노련한 캣맘들은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과의 원만한 관계형성을 위해 노력은 하지만
그 이상으로 ‘고양이를 사랑해달라’고 외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고양이를 싫어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길고양이보호활동을 하다보면
그들은 얼마만큼 애묘인들을 존중하고 있는지 의문일 때가 많다.
일예로 어느 개인이 서울시 동물보호과에 길고양이를 모두 없애 달라는 민원을 수십차례 반복해 넣었고,
그때마다 담당직원이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했지만
그 사람은 말만 반복했던 일이 있었다.
그들은 단지 길고양이가 싫은 것이다. 길고양이도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살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잘못된 지침이며
밥을 주는 사람도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이 먼저라는 주장 속에는 자신이 먼저라는 이기심을 깔려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마음이 아픈 것은 이런 사람들이 열에 한 두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주민들 간 마찰이 불거진 현장이나 아파트 관리 사무소를 방문해보면
90%가 우호적이거나 무관심하다.
단지 고양이를 싫어하는 2~3 사람 때문에 사료급식을 중단해야 경우가 많다.
놀라울만치 길고양이 관리를 잘 하는 캣맘들을 보면 더 마음이 아프다.
매일 밤 어깨에는 밥 셔틀 가방을, 허리춤에는 빗자루를 차고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하며
밥을 주는 모습을 보자면 ‘캣맘’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다.
오죽 동네 순찰대라는 별명을 얻었을까.
‘엄마’의 마음이 아니면 하지 못할 일들을 하고 있다.
배가 오나 눈이 오나 배 곪을까봐 나서고, 여름엔 목 탈까봐 시원한 냉물을 겨울엔 따뜻하게 끓인 물을 주고,
혹시나 해코지나 학대 당할까봐 늘 걱정스럽게 지켜본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하는 사람들이 바로 캣맘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캣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나 예를 들어본다.
유학 중인 자녀를 보기 위해 외국에 간 어느 캠맘 이야기이다.
학교에서 자녀가 자신을 캣맘이라고 소개하자 선생님은 엄지 손가락을 치겨 세웠고
반 아이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매일 2~3시간 정도 소요되고 사료구입도 자비로 해결한다는 말에
파란 눈의 선생님은 “엑셀런트~!”를 외쳤다고 한다.
길고양이 밥주기가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수준 높은 봉사활동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작은 종이컵 사료 하나만 놓아줘도 길고양이들은 쓰레기 봉투를 뜯지 않는다.
고양이는 깨끗하고 맛난 음식을 좋아하는 동물로도 잘 알려져,
일본에서는 길고양이가 옹기 종기 모여 있는 음식점이라면 보증된 맛집이라는 말까지 있다.
길고양이에 대한 이유 없는 편견과 협오 그리고
지극히 인간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는 도시환경에서 길고양이들이 설 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자신들을 협오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무도 흙도 물도 없는 네모 반듯한 차가운 시멘트 건물만 있는 도시는
길고양이들에게 더 이상 터전이 아니다. 삶과 죽음이 하루에도 수십번 오가는 전쟁터다.
더러운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져야지만 주린 배를 채울 수 있고,
마실 물을 찾고 찾다가 자동차 부동액을 마시고 무지개 다리를 건널 수도 있다.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걷어 차일 수도 있고 어디론가 끌려가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연말쯤 협회 쉼터 주차장에 고양이 한 마리가 힘 없는 발걸음으로 나타났다.
이 녀석은 길위에 동물로부터 소문을 듣고 온건지 그간 피죽도 못 먹은 모습이었다.
앙상한 뼈마디에 걷는 것조차 힘에 겨운 이 길고양이는
전쟁 같은 삶을 사는 한국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고양이는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집에 들어가 한숨을 몰아 쉬며
겨우 음식을 먹더니 삼일째 되는 날 숨을 거뒀다.
죽은 길고양이를 묻어주기 위해 몸을 종이로 조심스레 싸았다.
몸은 너무도 앙상했고 얼마나 걸었는지 발바닥은 터졌으며 얼굴은 상처투성이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길고양이들의 삶에 따뜻한 한줄기 빛이 들길 소망해본다.
“길고양이 밥 주시는 거예요? 좋은 일 하십니다”라는 대화가 오가는 사회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길고양이도 소중한 생명으로써 인정받는 날이 오길 염원한다.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니까.
* 주민민원으로 길고양이 돌봄이 어려운 캣맘분들을 위해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길고양이 협조문을 제작 발송합니다.
https://www.catcare.or.kr/networkilleg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