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1[휘루's story-3]구더기 레이

by 고보협 posted Jan 1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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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루’s story : 세번째 이야기

구더기 레이

글 사진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감자칩



내겐 아픈 손가락 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쉼터 휘루네의 모든 아이들이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묘생이 끝나길 기도한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운명의 장난처럼 같은 고통을 또 다시 겪는 아이가 있다. 그게 바로 ‘레이’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서는 풀네임 ‘구더기 레이’로 유명한 고양이 레이. 

운영된 지 6년이 넘어가는 휘루네의 원년 멤버 격인 레이는 구조 당시 모습이 너무도 끔찍해서 

많은 회원들을 충격과 비통에 빠트렸다. 레이는 아마도  집에서 길러졌던 고양이지 싶었다. 처음부터

사람을 경계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사람들만 보면 “냐아… 냐앙” 아기처럼 울며  

바라봤다고 한다.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레이를 안자 자신을 구조해준 그 손에 대고 

그렇게 부비부비를 했다고 한다.  

레이는 그렇게 으슥한 골목길 하수구에 버려진 채 얼마나 사람을 기다렸을까. 

자신을 버린 사람인지 아니면 구원해줄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오랫동안 하수구에 방치된 레이였다. 


P1010308.jpg P1010325.jpg





 구 더 기  줄

레이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말에 구조진행 상담을 맡고 있던 나는 

고보협 협력병원으로 먼저 가서 레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레이의 모습은 처참했다. 온 몸이 구더기로 뒤덮여 있었다. 투두둑….  

레이가 입원실로 옮겨지는 내내 레이 몸에서 구더기들이 떨어져 나왔다. 오죽 레이가 옮겨지는 동선에 따라 

허옇게 구더기 줄이 그려졌다. 어느 한 곳 성한 곳도 없었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다. 

괴사가 가장 심했던 두 다리와 엉덩이 쪽은 구더기가 살을 다 먹어 뼈가 훤히 보였다. 

지금 보고 있는 게 고양이인지 아님 그 사체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담당의는 아픈 상태에서 버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더기들이 너무 많이 피부에 침투해서 온 몸이 

감염되었을 것이라며 살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레이는 아이처럼 가늘고 부드럽게 

울고 있었다. 그 소리가 내게는 “괜찮아요…. 도와주셔 감사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다음날 걱정이 되어 병원에 들렀지만 담당의로부터 희망적인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심한 통증으로 레이가 식욕이 없는 것 같아요. 잘 먹어야 살이 차오르고 그래야 훼손된 부위에 

피부이식도 할 수 있는데 먹지를 않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없네요. 

이 상태가 지속되면 황달과 신장, 간 손상이 동반될 수 있어요….” 


누워있는 레이를 측은히 바라봤다. 

“끄응~. 냐아… 냐앙~.” 

레이는 온 힘을 쥐어짜내는 듯 힘겹게 일어나 인사했다. 

그리고 나선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맞췄는데 이상하게도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처음 레이를 만났을 때도, 아침저녁으로 레이 문병을 올 때도 자꾸만 이런 식으로 환청이 들려왔다. 

길고양이들을 많이 구조했지만 

계속 내게 말 걸어오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고양이는 처음이라 기분이 묘했다. 




안 락 사

구조된 지 오일째 되는 날 담당의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고통이 아주 심할거예요. 고름이 많이 나고 출혈도 상당해 수혈을 해야 하는데…. 

이 상태라면 쇼크가 올 수 있어요. 편히 보내주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아이가 겪고 있을 극심한 고통을 옆에서 차마 보기가 힘드네요….”  


담당의는 환묘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안락사를 매우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무거운 분위기가 한동안 흘렀다. 나는 담당의에게 레이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잠시 자리를 비워달라고 부탁했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동물과 사람간 소통에 관한 구절이 순간 떠오른 탓이었다. 

책에는 동물은 인간과 언어가 달라 서로 대화할 수는 없어도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은 인간보다 훌륭하며, 

그래서 더 많은 교감이 일어나는 파트너라고 씌여있었다. 입원실에서 레이에게 담담히 이야기했다. 


“레이야…. 미안해. 우선 사과할게. 너를 버린 것도 너를 방치한 것도 사람이야. 

하지만 너를 외면하지 않고 구조하고 또 네가 진심으로 건강해지길 바라는 것도 사람이야. 

네가 겪은 상처와 고통 내가 보상할 수 있게 기회를 주지 않겠니.  

그러니… 힘들어도 무기력해도 밥은 먹어야해…. 같이 살자....”  


레이는 언제나 그랬듯 상냥한 목소리로 작게 “애웅~, 애웅~” 울었다. 

그리고 담당의에게 딱 삼일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교 감

그런데 정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틀이 되던 날 아침, 

담당의는 내게 격앙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이제 막 출근했는데요, 밥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네요! 레이가 밥을 먹기 시작했어요!!”


레이는 분명 내 말과 부탁을 알아 들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때부터 레이는 정말 밥을 잘 먹었다. 너무 잘 먹어 설사를 할 정도였다. 식욕이 돌아오니 상처에 

딱지도 앉고 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나마 살집이 남아 있던 부위의 살을 떼내 결손된 엉덩이 쪽에 

이식하는 피부 이식수술도 받을 수 있었다. 두 차례에 걸친 수술로

제법 고양이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 레이는 어정쩡하지만 앉아 그루밍도 하고 병문안 오는 나를 서서 

반겨주기도 했다. 철장을 사이에 두고 휘청거리며 몸 비비는 등 온몸으로 나를 반겼다.  




천 사 표 레 이

구조자는 레이가 입원해 있는 동안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어쩔 수 없이 휘루네에 입소하게 된 레이는 모든 고양이들에게 헌신적이어서 인기 만점이었다. 

성치 않은 몸으로 자기 보다 어린 고양이들을 살뜰이 챙겼고 장애묘에게도 먼저 다가가 털을 다듬어줬다. 

본래 천성이 착한 고양이였던 것 같았다. 이런 레이에게 우리는  ‘천사 레이’ 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레이에게도 새로운 가족을 만날 기회가 왔다. 

협회 회원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했다. 그 회원과 친분이 있는 데다 같은

아파트에 사니 자주 소식을 들을 수 있겠다 싶어 사전조사나 인터뷰 같은 공식적인 입양절차를 밟지 않고 

일을 추진했다. 이런 나의 안일한 생각으로 인해 레이가 같은 고통을  반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때는 짐작조차 못했다.  

도착한 집은 할머니와 부부 그리고 초등학생 자녀 둘이 있는 일반 가정이었다. 

아이들은 레이를 반겼지만 부부는 전해들은 이야기와 달리 썩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몇일 지나면 레이의 착한 성격을 알아볼 것이라 믿으며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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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잡 이  고 양 이

그로부터 20일이 지났다. 울먹거리며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그 회원과 통화하는 동안, 

생각이 깊지 못했던 내 자신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부부는 부천에서 제법 유명한 삼겹살 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가게에서 쥐가 계속 나오자 

쥐잡이용으로 묶어놓고 키울 요량으로 고양이를 데려갔던 것이었다. 

심장이 요동치고 손발이 떨렸다. 정신 없이 찾아간 삼겹살 집 주방 한 편에 레이가 있었다. 

바닥이 물로 흥건해 직원 모두가 장화를 신고 다니는 그곳에 레이가 목줄을 한 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발과 엉덩이는 물에 젖어 있었고 구석에 먹다 남은 잔반이 있었는데 그게 레이의 식사였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내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레이야…. 레이야….”

“냐앙….”


울음섞인 채 레이를 부르니 눈도 못뜬 채 웅크리고 있던 레이가 나를 보며 힘 없이 대답했다. 

구조되던 그날 그 모습처럼 레이가 내 앞에서 울고 있었다. 

레이를 입양해 간 부부는 바쁜 장사시간에 

와서 울고 있는 우리가 짜증난다는 표정이었다. 그깟 고양이 한 마리 가지고 무슨 유난이냐는 표정이었다. 

나 조차도 1분 1초도 있고 싶지 않은 이 가게에서

레이는 20일 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혹시나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이런 저런 생각에 나는 서울로 향하는 

차안에서 레이를 차마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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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 복 한  레 이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레이는 이내 이동장에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되려 내 손에 얼굴을 부비며

“냐앙~ 냐앙~” 울었다. “나는 괜찮아요…. 레이는 괜찮아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휘루네에 도착한 레이는 몇일을 꼬박 먹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잠만 잤다. 

그간의 고단한 생활을 풀듯 긴 잠을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전과 다름없는 상냥한 레이로 돌아와 쉼터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로 난 지인의 소개일지라도 꼼꼼히 따지며 입양을 보내게 되었다. 레이에게는 마음의 빚을 진 것 같아 

늘 미안하다. 레이에게 진정한 가족을 찾아주는 게 그 빚을 갚는 일을 것이다. 

 레이의 묘생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도록 끝까지 나는 노력할 작정이다. 

구더기 레이가 행복한 레이로 불러질 그날이 올 때까지.  

이 저녁 동료 고양이 옆에서 시원한 하품을 하는 레이.


 “사랑해, 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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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루’ s story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쉼터 ‘휘루네’는 협회에서 구조한 아이들이 머물고 있는 곳입니다. 

휘루’ s story는 고보협에서 구조되어 쉼터 휘루네를 거처간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며, 

유기묘 출신 혹은 척박한 대한민국이라는 환경에서 태어난 길고들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으로부터 상처 받은 이들이 다시금 사람에게 눈짖하고 마음을 열어가는 가슴 울리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 삶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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