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고양이 취재기 두번째
루카와 아띠냥님
KOPC reporter: 루카와 아띠냥님이 안보이는데 동네 마실이라도 나가셨는지요.Pippi Longstocking: 토요일은 원래 두 냥님만 창작소를 쓰시게 돼 있거든요. 제가 기자님이 오신다는 걸 깜빡 말씀 못드렸어요. 아무래도 그게 좀 언짢으셨나봐요. 오늘은 테이블 아래서 조금만 더 쉬었다 나오시겠답니다. 일하는 공간과 생활공간이 나눠져 있진 않지만 공사가 분명한 편이시거든요.KOPC reporter: 전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타묘의 모범이 될 만큼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일을 잘 하신다고요.Pippi Longstocking: 그렇습니다. 근무하시는 날은 매일 쉬지 않고 문 앞에 앉아서 오시는 한 분, 한 분을 따듯하게 맞아 주세요. 배웅도 친절히 잘 하시고요. 릴라가 망원동 일대 주민들의 예술모임공간이라 나이 어린 아이들도 많이 와요. 아직 냥님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는 철부지 아이들의 거친 손길까지 잘 이해해주시고... 두 냥님 모두 나이에 비해 꽤 차분하고 성숙한 편이세요. 품행이 방정하셔서 고양이 이미지를 한 차원 높였다는 주민들의 평가를 받고 계세요. 냥님이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거든요.
고 양 이 마 을 공 동 체
KOPC reporter: 천상 냥님이신가 봅니다. 그런데 릴라가 어떤 성격의 조직인지 솔직히 제가 잘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만....Pippi Longstocking: 쉽게 말씀드려서 예술을 통해 살면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곳입니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서 현재를 행복하게 살자 이겁니다. 아트써클과 살롱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아트써클에 가입하면 시 낭송이나 창작,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같은 다양한 예술활동을 할 수 있어요. 박원순 시장님께서 서울이라는 동네가 너무나 개인화되고 산업화 된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공동체 활성화에 노력하고 계시는데 그런 곳 중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2년째 시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루카와 아띠냥님의 공이 큽니다. 주변 집사님들을 이곳으로 집결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계시거든요.
KOPC reporter: 처음 만나는 사이라도 냥님과 살고 있는 사람이라 걸 알게 되면 갑자기 긴장을 풀고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한다고 하지요. 두 냥님들께서 처리해 내는 업무량도 어마 어마 하던데요.Pippi Longstocking: 아트써클의 경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운영돼요. 그래서 루카와 아띠냥님의 업무도 유동적인데 요즘은 미술 모임에서의 모델, 기타 연주시간에서의 티칭, 미싱시간에서의 미싱관리 등을 주로 맡고 계세요. 가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루카와 아띠냥님이 업무에 과부화가 걸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정말 죄송할 따름이에요. 고급간식이나 깃털장난감 같은 특별 수당을 드리긴 하는데 나중에 아띠냥님과 루카냥님들의 집무실을 별도로 마련해드리는 게 도리일 것 같아요.
KOPC reporter: 그 유명한 구글 사무실 같은 곳이겠군요. 다른 냥님들도 부러워할 것 같습니다. 기타를 치는 아띠냥님 동영상, 잘 봤습니다. 어떻게 저런 실력을 가질 수 있는지 경이롭기까지 했는데 특별 교습이라도 받으신 건지요.
Pippi Longstocking: 아닙니다. 인간이라면 교육을 통해서만 배움이 가능한 것들을 냥님들은 본능적으로 터득하더라고요. 누가 가르켜주지 않아도 살아가는 법, 친해지는 법, 더불어 사는 법, 행복해지는 법을 다 아시는 것 같아요. 저도 두 냥님 아래서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Cat 아띠: 삐삐. 이 인간여자는 누구냐옹.대화가 한참 무르익어갈 때쯤, 아띠 고양이가 나온다.
Pippi Longstocking: 아띠냥님, 기침하셨습니까. 고보협에서 나오셨습니다.Cat 아띠: 아, 고보협.... 기자, 감자칩님은 잘 있냐옹~. 안부 전해달라옹. 내 그곳 아니었다면 길고양이 신세일뻔 했다옹.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우릴 시기질투하는 인간 무리가 활개를 치고 있어서....KOPC reporter: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띠냥님....아띠 고양이에 이어 동백기름을 온 몸에 바른 듯 털에 윤기가 좌르르 도는 루카 고양이도 나온다. 이야기 잘 하다 가라고 가볍게 눈인사를 하곤 이내 쉬던 방으로 다시 들어간다.
Pippi Longstocking: 죄송해요. 기자님. 냥님들 인터뷰가 필요하실 텐데.... 오늘은 유난히 컨디션이 나쁘신 것 같습니다.
고양이가 답KOPC reporter: 괜찮습니다. 냥님들, 하기 싫은 건 안 하시니까요. ‘루카와 아띠’, 존함이 좀 특이한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요.Pippi Longstocking: 아띠는 순 우리 말로 ‘친구’라는 뜻이고요. 루카는 학동학대의 내용을 담은 노래 ‘ My name is Luka’에서 가져온 이름이에요. 위층에서 어떤 소리가 나더라도 신경쓰지 말라는 내용이죠.KOPC reporter: 뭔가 굉장히 심오하고 뭔가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아까부터 계속 느끼던 것이었는데, 삐삐님은 전에 무슨 일을 하셨는지요. 말씀의 내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Pippi Longstocking: 소위 말하는 ‘운동권 출신’이었답니다. 옥탑방을 전전하면서도 정의사회를 갈망하던 20대 때부터 냥님을 정신적 동지로 삼고 싶었지요. 그런데 용기가 나질 않았어요. 안정된 생활이 아니어서 끝까지 모실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거든요.KOPC reporter: 그런데 어떻게....Pippi Longstocking: 릴라를 운영하면서 가능해졌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모시길 참 잘했죠.... 잠깐 이야기가 나왔듯 두 냥님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네요. 특히 의사표현방식이나 배려 그런 것들요. 인간관계의 틀어짐은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냥님들은 정확히 표현하시더라고요. 원하는 것을 전달하고 그게 수용되면 또 자기의 삶을 살아요. 아무리 내가 냥님들이 보고 싶고 안고 싶다 하더라도 냥님들이 거부하면 그만이에요. 싫다는데 자꾸 안을 수가 없더라고요. 상대편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때론 약도 독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주셨어요. 우리는 냥님들처럼 살아야 해요.KOPC reporter: 저도 모시고 있는 첫째 나미냥님 덕에 사람 됐다는 소리 많이 듣습니다. ‘나눔의 행복’을 깨달았지요. 그러고 보면 냥님들께서 우리에게 주는 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어요. 우리가 냥 덕후를 자처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집무실을 꼭 마련해드려야할 것 같은데요. 끝으로 아띠냥님과 루카냥님에게 하고픈 말은 없으신지요. 영상편지라 생각하고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Pippi Longstocking: 저의 마음의 치료사는 바로 아띠냥님과 루카냥님이랍니다. 지금처럼 의젓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저와 오래 오래 함께 해주세요.
* 본 기사는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